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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③ 이비인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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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진료영역 갈등의 현주소<上> ③ 이비인후과
  • 장지원 기자
  • 승인 2015.03.06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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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 구강내장치 치료도 “운좋아야 잘 돼”

▲ A이비인후과가 있는 건물 전경
이비인후과, 인상채득부터 교합·관리도 홍보 … 치과진료 폄하까지

이비인후과에서의 구강내장치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아래턱을 일부러 당겨 숨구멍을 넓혀주는 원리로 사용하는 구강내장치는 턱관절에 관한 전문가의 세부적인 진단 없이 사용했을 때 부정교합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강내장치를 사용해 코골이를 치료한다며 광고하는 이비인후과는 더욱 늘고 있다.
그 중 홈페이지에 언론보도까지 게재해가며 구강내장치를 이용한 코골이 치료를 열띠게 홍보하는 A이비인후과 수면클리닉을 찾았다.

구강내장치 부작용 시 담당 주치의는?
A이비인후과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사는 2008년 연합뉴스에서 올린 것이었다. A이비인후과에서 직접 구강내장치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으며 그 임상결과가 최근 열린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서 발표됐다는 것이 주 내용.

또 홈페이지 내에서 ‘치과의 진단이나 외부 직원의 인상채득 및 치료 없이 인상·피팅·교합·관리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광고했다. 치과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의심할 수 있는 글귀다. 그런데 이렇게 홀로 모든 치료를 할 수 있다고 광고하면서 장치 착용 후 관리사항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돼 있다.

‘턱관절에 장애가 있거나 치아 상태가 좋지 못할 경우 담당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정도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담당 주치의’란 누구를 이르는 것일까? 만약 치과의사라면 광고 내용과 달리 환자의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면 그제야 치과로 보낸다는 것이 돼 문제가 될 것이며, 이비인후과라면 그들이 어떻게 턱관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 A이비인후과 홈페이지에 게시된 광고 내용
구강내장치 제작 치과 의뢰한다지만…
A이비인후과를 찾아 CT촬영 등 기본검사부터 받았다. 원장은 결과를 말해주기 이전에 “수면다원검사 없이는 깨어 있을 때의 상태만 봤기 때문에 지금 수술을 할지 말지, 비수술 치료 시 양압기가 필요한지, 구강내장치가 필요한지 역시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구강내장치를 언급하자 바로 그것에 관해 물었다. 지인이 치과에서 구강내장치를 처방 받았더라는 일화 또한 곁들였다. 그 얘기를 들은 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치과는 수면검사를 안 하니까 정확하지 않다. 그 사람들은 할 줄 아는 것이 구강내장치밖에 없다. 그것 아니면 치과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우리 의원에서 구강내장치를 처방하는 경우는 환자들 중에서 5%밖에 안 된다. 검사 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 때 치과에 만들어달라고 한다.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판매하는 치과도 있는데 확실한 검사 없이 진행되는 터라 운 좋으면 좋아지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이비인후과에서 치과에 의뢰해 구강내장치를 받아 사용하는 과정 자체가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소지가 있다. 그것 말고도 원장의 발언을 살펴보면 ‘담당 수면전문의로부터 직접 인상·피팅·교합·관리까지 가능하다’는 홈페이지 내 광고와도 실제와는 다른 점이 보인다. 원장은 60만원대에 이르는 수면다원검사 결과를 보자는 말만 반복했다.

물음표만 가득 남은 잠입취재
치과에 의뢰해 구강내장치를 제작해 처방한다고 했으나 그 구체적인 경로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구강내장치와 관련된 의료행위가 광고 내용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 또한 그 유통경로를 환자들이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인터뷰|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대한치과수면학회
“무너진 시장질서 속 무책임한 의료행위가 문제”


그간 코골이 및 수면장애를 치료할 때 구강내장치는 치과, 양압기는 신경과, 수술적 치료는 이비인후과의 몫으로 나뉘어 있었으나, 개원환경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이비인후과가 타 과의 영역을 건드리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안면통증구강내과학회(회장 최종훈)는 “구강내장치는 치과기공물이며 치과의사가 진료하도록 돼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A이비인후과의 진단결과에 대해 구강내과학회의 반박의견을 구강내과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안형준(연세치대 구강내과학교실) 교수의 인터뷰와 함께 정리했다.

미국 가이드라인: 구강내장치=치과!
구강내과학회에서 가장 먼저 제시한 근거자료는 미국에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이다. 미국수면학회(AASM)의 구강내장치 치료에 관한 가이드라인(Practice Parameters for the Treatment of Snoring and Obstructive Sleep Apnea with Oral Appliances: An Update for 2005)에 따르면 “구강내장치 장착은 전반적인 구강건강·턱관절·교합 그리고 관련 구조물에 관한 수련과 경험이 있는 치과의사가 진료해야”하며 구강내장치의 처방 및 관리 모두 치과의사에게 권한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미국치과수면학회에 대한 의견 또한 받을 수 있었다. 본지가 취재한 A이비인후과 원장의 홈페이지 내 프로필에 ‘미국치과수면학회(AADSM) 정회원’이라 표시돼 있어 이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구강내과학회는 “AADSM의 회원은 치과의사 및 의사, 수면관련연구자 등 유사한 관심이 있는 분야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다”며 “의사가 AADSM의 회원으로 공부했다는 것은 구강내장치가 치과분야에 학문적 근거가 있음을 알고 치과에서 공부했음을 역설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 평가했다.

“치과에서는 수면검사를 안 하니까 정확하지 않다”는 이비인후과 측의 말에 대해서도 구강내과학회와 안형준 교수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수면다원검사는 요양기관은 다수의 의과 및 치과에서 실시하고 있으며 이동식 수면검사도 치과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실시하고 있으므로 검사도 없이 치료한다는 주장에 오류가 있다는 것.

치과, 수면다원검사로 처방
이어 구강내과학회는 보건복지부 고시 제2012-158호 ‘치과의사전공의의 연차별수련교과과정고시’를 예로 들며 “구강내과전공의의 교육목표와 연차별 교과과정에 수면다원검사와 코골이 및 수면무호흡증의 구강내장치 치료법을 교육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안 교수는 “우리가 환자를 받을 때는 환자에게 수면다원검사를 신경과에 가서 받아오라고 한다. 신경과나 수면학자가 검사하고 진단 및 치료옵션을 설명해주면 그 때 우리가 처치하는 것이 정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환경이 어려워지다 보니까 이비인후과에서 스스로 수면다원검사를 하며 구강내장치에까지 손을 댄 것”이라며 비판했다.

구강내장치 제작 편법행위 횡행
신경과의 모 개원의는 “구강내장치를 치과기공사들이 인상 채득하고 장치를 제작해서 직접 환자에게 장착시키고 진료하는 행위가 일부 이비인후과에서 있다”며 관행을 꼬집었다.

안 교수도 “이비인후과가 기공사나 치과위생사를 고용해 그들에게 불법 의료행위를 시켜온 것이 사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신 맡겨놓기만 하면 이비인후과는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양압기를 하든, 구강내장치를 하든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책임을 갖고 관리감독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낸 안 교수는 “장치만 끼우면 끝이라는 식으로 진료하다 잘못되면 그제야 치과로 보내버린다”며 이비인후과의 무책임한 의료행위 실태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A이비인후과에서는 치과의 구강내장치 처방에 대해 “확실한 검사 없이 진행되는 터라 운 좋으면 좋아지는 것이고 아니면 말고 식”이라 했지만 이는 오히려 제대로 된 관리체계가 없는 몇몇 이비인후과에서 자행되는 모습이었다. 끝으로 안형준 교수는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턱관절이나 교합을 잘 보는 치과에서 구강내장치를 처방하는 것이 맞다”며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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