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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계정 싸게 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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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계정 싸게 팝니다”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08.07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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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마케팅 ② 불법 계정 거래까지 … 허술한 법망 피해 횡행

“임플란트 비용이 너무 저렴해서 맘이 쏠렸어요, 꼼꼼하고 진지한 상담에 감사해요”

대형 포털사이트의 ‘지식커뮤니티’ 및 ‘카페’ 등 소비자 참여형 콘텐츠 상당수가 일부 치과의 ‘광고성 글’로 도배되면서 치과계 신뢰도가 크게 상실되고 있다. 이런 ‘광고성 글’은 온라인 여론 조성을 위한 의도적인 ‘작업’으로 이뤄진다.

이용자가 가장 많은 포털을 주 무대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올린 글인 것처럼 보이게 꾸민다. 광고나 홍보성 게시물로 눈치 채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눈속임이 들키지 않고 효과를 발휘하려면 다수의 포털 계정이 필수다. 계정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과 바이럴마케팅 업체 사이의 불법 포털 계정 거래도 횡행하고 있다. 

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압구정의 성형외과 등 규모가 큰 의료기관의 경우 월 2만~3만 개를 구입하고 있으며, 모 치과에서도 계정을 구입한 적이 있다”며 “바이럴 마케팅이 성업 중인 의료계 현실을 볼 때 국내 유통되는 불법 계정이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 A치과에서도 최근 한 바이럴마케팅 업체로부터 불법 계정 거래에 관한 메일을 발송 받은 바 있다.
A치과 관계자는 “지식인을 비롯해 웹문서와 블로그 카페 등에서 홍보할 수 있다”면서 “최저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받을 수 있는 포털 사이트의 아이디를 개당 200원, 100개 단위로 구입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정보 도용과 해킹으로 만들어진 계정, 즉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인식에 과장된 홍보나 허위 광고 뿐 아니라 편향적인 정보,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키는 수단으로 자리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불법 계정을 구입한 해당 병원을 처벌하려 해도 “병원 홍보는 전적으로 홍보대행사에 맡기고 있어 모르는 일”이라고만 발뺌하기도 일쑤다. 홍보대행사 역시 “바이럴 마케팅의 경우 전문 업체에 따로 맡겨 진행하기 때문에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지난 5월 우리나라 대표적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와 다음(Daum) 등의 블로그, 카페, 지식인에 대량으로 광고 글을 올려 검색 결과를 조작한 마케팅 업자들이 경찰에 구속된 바 있다.

이들이 상품평이나 후기를 이용한 ‘허위 입소문 광고’를 대행해준 광고주에는 시중 은행, 대형 유통업체, 유명 병원 등이 두루 포함돼 있다.

경찰은 이들이 아이디 1개로 글을 최소 1~2개씩만 올렸다고 가정해도 인터넷에 올라온 허위 상품평이나 후기 등이 수백만 건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광고비용은 검색어만 최소 월 50만 원에서 500만 원. 이번에 입건된 마케팅 업체 6곳에서 올린 수익만도 5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허위 입소문 마케팅을 의뢰한 광고주들에 대해서는 사법처리하지 못했다.

100곳이 넘는 광고주들은 ‘검색어 상위 노출’ 등을 의뢰했을 뿐, 조작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이 아니라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고, 인터넷 상에서 이미 유사한 마케팅 기법이 널리 퍼져있어 불법성을 인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후기를 가장한 불법광고’와 ‘불법 계정 거래, ‘허술한 단속’ 탓에 국민들은 인터넷을 통해 건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바이럴 마케팅 과열로 인한 비용 부담과 개인정보 도용의 피해 역시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며 결국 치과계 질서 또한 무너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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