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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우먼]수인치과기공소 이수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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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우먼]수인치과기공소 이수연 소장
  • 이보라 기자
  • 승인 2014.02.2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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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오래하되 결심하면 바로 실행하라”

“지금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은 지식을 쌓았으면 좋겠어요. 그게 나중에는 모두 자신에게 돌아오거든요”

이수연(수인치과기공소) 소장이 후배 치과기공사와 예비치과기공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저는 이 깨달음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남들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하지만 저는 ‘깨닫는 그 순간’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 소장이 대학 입시를 치르던 시절은 시험성적으로 대학교에 진학한다는 인식이 컸다.

“치기공과에 대한 정보도 하나 없이 무턱대고 지원을 했고 합격했다는 소식 듣고 그냥 입학을 했어요” 하지만 준비도 없이 입학한 대학생활이 흥미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시간이 흘렀던 것 같아요. 즐거운 일도 없고 그렇다고 고생스럽지도 않게 평탄한 대학생활을 보냈죠. 그러고 나니 어느새 졸업할 때가 다 됐더라고요”

이 소장은 대학을 마치고 곧바로 취업 현장에 뛰어들어 치과기공사의 삶을 시작했다. “새벽같이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만 했어요. 그리고는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뛴 적도 수 없이 많았고요” 그러나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과 넘쳐나는 업무량은 무료함을 느끼게 했다.

“이 일이 나에게 맞는지 아닌지 생각할 시간도 없을 만큼 그냥 일만 했어요”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살던 그 때, 그에게 마침 학교에 나가 강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처음 강의를 한 날, 그때 서야 깨달은 것 같아요. ‘아! 내가 치과기공사구나’라고 말이죠”

대학에 입학해 치과기공이라는 분야를 접한 지 딱 10년 만의 일이다.

“강의를 나가게 되면서 선배로서의 책임감이랄까? 그런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나부터 내가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을 인정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우리는 이런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알려줘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어느 날 기공소 막내직원이 이 소장에게 “소장님은 꿈을 이뤄서 참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순간 이 소장의 머릿속에 스쳐간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내 꿈이 뭐였지?’였다고 한다.

“처음엔 그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공소를 오픈했어요. 직원도 한 명, 기계도 한 대로 시작했죠. 20년 가까이 이 일을 해왔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내 꿈은 기공소 소장이 되는 게 아니었는데’ 싶은 거에요”

현재 이 소장이 경영하고 있는 수인치과기공소는 처음 문을 열었던 17년 전 보다 장소도 더욱 넓어졌고, 함께 일하는 직원 수도 늘었다. 그런데 이 소장의 꿈은 소장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 이 소장의 꿈은 뭘까?

“진지하게 더 깊이 고민한 끝에 알았죠.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건 ‘경영’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같이 시작한 직원들, 그리고 지금 함께 일하는 직원들 모두 저에겐 소중한 인연이거든요. 이 사람들 한 명 한 명 모두가 다 같이 잘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제가 가진 이 기술을 이용해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거 였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던 이 소장은 어느 새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왜 이렇게 힘들지? 노력에 비한 대가가 왜 이렇게 적을까? 하는 불만들이 엄청 많았죠. 그런데 치과기공사만 힘들고 어려운 직업은 아니잖아요? 주위를 보면 야근하는 사람도 많고, 주말에 일하는 사람도 많고, 하는 일에 비에 보수가 적은 직종도 많은데. 그래서 저는 ‘작은 탈출구를 하나 만들어야 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불평불만은 아무리 해봤자 방법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또 저에게도 도움이 하나도 안 되니까요”

전국여성치과기공사회(이하 여성회)는 이 소장에게 있어 작은 탈출구였다. 회원들과 만나 서로의 힘든 점을 나누고 조금 더 생산적인 활동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 소장의 꿈이었던 사회봉사활동에도 영역을 넓힐 수 있었다.

“여성회는 해외봉사와 국내 봉사활동을 통해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을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스마일 마라톤 행사에도 함께 참여해 치기공 재료로 작은 모형을 만들어 나눠주는 ‘사랑 채움 행사’도 매년 진행하고 있고요. 단순히 치과기공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데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회원들이 치과기공사로서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이 소장은 여성회 회장직을 지난 임기에 이어 올해 또 다시 연임할 정도로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게 됐다. “임원들이 워낙 젊은 실력파들이라서 저는 그냥 임원들 의견을 지지해주는 것 밖에는 할 게 없더라고요” 라면서 겸손을 표하는 이 소장은 올해도 여성회를 통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는 W-STUDY라는 프로그램을 시도해 보려합니다. 육아휴직 중이었거나 재취업, 또는 배움의 열정이 있는 회원들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는거에요. 여성회 회원들 중에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강사들이 많아서 이 분들이 강의를 준비하고 재능기부하는 형식의 스터디가 진행될 거에요”

이 소장은 “지금까지 기공소를 차근차근 키워왔듯 앞으로도 천천히 차근차근 진행할 것”이라고 계획을 이야기했다. 이어서 치과기공사의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고민은 천천히 오랫동안 해도, 실행은 바로 옮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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