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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 칼럼]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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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 칼럼] 치과대학을 졸업한 후에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3.12.12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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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대학에 입학하고 싶다는 중고등학생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가끔씩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은 언제 치과 개업해요?”라고 묻곤 한다. 개업할 계획이 없다고 하면 어떤 학생들은 의아해 하면서 무슨 문제나 흠이 있어서 개업을 못하나 여기기도 한다.

일반인들은 주위에서 개원의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치과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치과를 개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하기야 필자도 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는 졸업하여 치과의사가 되고 개원하여 원장이 되는 것이 당연한 나의 미래상이라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공중보건의를 마칠 때까지 그런 생각대로 살아왔는데 수련을 받고 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그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공직의 모습을 접하게 되고 점차 그 매력에 빠져서 지금까지 대학에서 근무하게 됐다.

올해부터 모교 치전원에서 대외협력실장을 맡으면서 학교 홍보 자료를 제작할 기회가 있어서 동문들의 소식을 모으다 보니 개업가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문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치의학 뿐만 아니라 사회나 국가정책에 관심이 많았던 동문 중에는 현 국회의원과 전 광역시부시장, 전 부도지사 등 정관계에서 활약하는 동문들도 있고, 경영에 관심이 많았던 동문들은 큰 임플란트 회사의 대표이사를 포함하여 사업가로 활약하고 있었다.

교육이나 연구 쪽에 관심이 있던 동문 중에는 모교 뿐 아니라 여러 치과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거나 심지어 수도권 모 대학의 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동문도 있었으며 국내 뿐 아니라 미국 내 치과대학 교수로 근무하는 동문도 몇 명 있었다.

또 치과 관련 일을 떠나 전문 번역가로 변신해 책을 출판하는 동문도 있었으며 예술계나 종교계에서 헌신하는 동문들도 있었다.

사회는 획일성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이 두 가지에 대해 수많은 연구들을 하고 여러 주장들을 하지만 다수는 획일성의 사회보다는 다양성이 추구되는 사회가 더 발전적인 형태라고 여긴다.

테리 이글턴 랭카스터대 교수는 획일성의 사회를 추구했다고 여겨지는 마르크스마저도 통념과 달리 제각기 독특한 개인의 자유로운 발전이 유일한 정치적 목표였다고 하였다.

『욕망하는 식물』이란 책에서는 식물을 통해 획일성과 다양성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아일랜드는 척박한 토양 때문에 항상 가난한 나라였지만 신대륙에서 감자가 넘어오면서 국민들이 굶지 않고 걱정 없이 살게 되었다.

척박한 토양에서 아무렇게 심어도 잘 자라는 감자는 아일랜드의 기근을 해결할 구세주였다.
그러나 수확량이 많은 ‘럼퍼’라는 품종만 재배하다 보니 1845년 감자 입마름병이 퍼지면서 내성이 없었던 럼퍼 품종은 거의 초토화 되었고 몇 년간 100만명 이상이 굶어죽었다.

이 문제는 다양한 감자가 야생에서 자라고 있던 남미지역에서 내성을 가지고 있었던 감자를 발견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다. 동물계나 식물계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다양성은 계 전체의 생존력을 높여주고 역동성을 높여준다.

비단 계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도 마찬가지이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배양하는 교육환경은 교육받은 사람들의 생존력과 역동성을 높여준다.

우리 치과계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서로 비슷한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각자의 개성에 맞게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의 관심과 역량에 맞는 길을 찾는 것은 개인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만 치과계 전체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치과계 동료들이 각자의 관심사에 맞춰 자유롭게 발전하고 행복해 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경희대학교 치과대학 교정학교실 박기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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