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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부실의대 졸업생 의사면허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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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부실의대 졸업생 의사면허 취소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3.01.24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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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배경으로 설립된 의대 문제 … 강력대처 필요

부실한 의사인력 양산체제 문제가 결국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사과정을 부실하게 운영한 대학에 대해 폐쇄조치가 거론되면서 학생들의 의사국시 응시자격 몰수와 기존 졸업생이 받은 의사면허가 취소될 상황까지 처했다.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는 지난 20일 서남대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실 학사과정으로 교육을 받은 학생의 학점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수여한 학위를 취소하라고 통보했다.

서남의대는 김영삼 정권시절인 1995년에 호남지역 배려 차원에서 전북 남원에 설립 인가된 뒤 2000년에 부실한 실습교육 문제를 제기하며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을 대거 유급시켰고, 2006년부터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도 거부하는 등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켜 왔다.

졸업생 134명 학위취소 될 판
감사결과에 따르면 서남의대생 148명이 2009년∼2011년까지 8034시간의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받고도 1만3596시간의 임상실습 교육을 받은 것처럼 허위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속병원에 외래 및 입원환자가 없거나 부족해 임상실습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는데도 교육 시간을 부풀려 학생들에게 학점을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임상실습 교육을 받은 학생은 이수시간이 모자랐고, 이들 중 의학사 학위를 받은 134명이 학위 취소 대상이 됐다.

연간 퇴원환자 실제인원 수와 병상이용률 등이 턱없이 낮아 인턴 수련병원 지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속병원에서 지난 2011년 8월 29일부터 2012년 10월 11일까지 임상실습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학생 42명에게 총 680학점을 부당하게 부여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들에게 부여된 학점도 취소된다.

특히 서남학원 설립자 이 모씨는 서남대 부속병원인 남광병원에 법인기획실을 설치한 뒤 교비통장, 총장직인, 회계직원 도장을 넘겨받아 차명계좌를 만들어 교비 330억4842만원을 횡령했다. 이씨는 서남대를 비롯해 자신이 세운 대학 4곳과 건설사 1곳에서 1004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해 말 이미 구속 기소됐다.

교과부는 “향후 시정요구 등을 거쳐 서남학원 및 서남대가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임원취임승인취소 및 학교폐쇄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의 잘못을 자신이 감사?
교과부의 이 같은 일처리에 대해 의료계는 “사태의 본질을 살피지 않고 책임을 학생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1일 발표한 입장표명에서 “서남의대 부실 사태는 대학과 정부의 책임이며, 애꿎은 학생 134명의 학위 취소조치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고 “부실교육 재발 방지 및 부실의대 통?폐합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의협은 2001년부터 서남대의 부실교육 문제를 계속 지적해 왔으나 교육당국은 이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서남대는 2006년부터 의평원의 평가조차 받지 않는 등 부실의 골을 키워 왔다는 것이다.

송형곤 의협 대변인은 23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교비자금 횡령이나 학사운영 비리 등 부도덕하고 편법?불법적으로 학교법인을 운영해 온 설립자 등 학교 측과 이를 묵인했거나 혹은 관리감독 책임을 다하지 못한 무책임한 교과부 등 관계당국이 이번 사태의 원인제공자”라고 교과부를 성토했다.

그는 특히 “감사의 공정성도 의문”이라며 “교과부가 대학 학사과정을 관리감독하지 않은 것은 자신의 직무를 유기한 것임에도 스스로의 책임을 스스로가 감사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하고 “서남의대 졸업생들의 학사 학위를 취소하겠다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꼴”이라고 비난했다.

부실의대 통·폐합 조치 해야
의료계는 이번 서남의대 사건에 대해 “부실의과대학 교육은 학생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자원낭비 등 반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향후 의과대학에 대한 교육여건과 교육수준 확보 등을 공정하고 엄밀히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평가기준에 미달하는 의과대학에 대한 사후관리나 조치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도록 부실운영을 방치한 정부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민건강권의 침해가 없도록 부실교육 재발 방지 방안 및 부실의대 통?폐합 방안 등 근본적인 대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터졌지만 이번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졸업생 134명에 대한 학위 취소 처분을 내린 교과부는 “학위 취소는 학생이 아닌 대학에 내린 처분이며, 의사면허 취소 여부는 보건복지부(복지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의사면허를 관리하는 복지부는 “교과부가 감사 결과에 따라 의대를 졸업한 134명의 학위를 취소한다고 했지만 서남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입장을 유보했다.

이처럼 서남대 사태가 악화되자 ‘서남대 정상화 추진 교수협의회’는 2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교과부의 학위 취소 처분 등을 비판하면서 폐교만큼은 막겠다고 나섰다.

교수들은 “파행적으로 운영됐던 학교법인 이사회에 대한 조치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학교 폐쇄 조치 가능성만 언급해 학사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만든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하고 “설립자의 교비횡령금액 환수와 대학운영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건전한 육영의지를 가진 학교법인 이사회가 구성돼야 한다”며 “교과부는 임시 이사를 하루 속히 파견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남대 학생들의 한숨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가 조용히 해결될 기미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관동의대를 비롯한 또 다른 부실의대 문제가 불거져 나오지나 않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의대 설립이 바른 의사를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개별 학원의 필요성이나 정치적 논리에 의해 추진되는 것이 근본 문제”라는 의료계의 지적은 그래서 타당성이 있어 보이며, 지금이라도 부실의대에 대한 통?폐합 등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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