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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선생님은 이를 잘 닦고 계십니까? (세번째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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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T] 선생님은 이를 잘 닦고 계십니까? (세번째 편)
  • 이병진 원장
  • 승인 2017.08.24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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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닦기에 대한 새로운 모색
‘Mint’는 덴탈아리랑과 예방중심 치과진료를 지향하는 콩세알이 협업해 매월 1회 발행하는 섹션신문입니다. ‘Mint’는 치과계에서 예방진료가 올바르게 보급, 안착될 수 있도록 돕고, 환자들에게는 정확한 구강건강관리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치과계와 국민이 공존하는 새로운 소통의 장을 열어갑니다.

 


<지난 연재에 이어>
최초로 ‘333 운동’을 제안하신 분들의 의도를 지금은 들을 수 없으나, ‘이를 닦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교육하던 시절에는 유용한 슬로건일 수 있었겠다. 하지만 2017년을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적합하지는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외국의 치과계에서는 하루 이 닦는 횟수를 1회(구강이 건강한 상태) 혹은 2회(위험요인이 있는 상태) 이상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다. 무조건 많이 닦는다고 잘 닦이는 것이 아니므로 이 닦는 행위의 질을 중요하게 여긴다. 잘 닦는다면 1번도 충분하다는 과학적인 근거를 토대로 나온 결과이므로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

3분이라는 시간도 아무 의미 없이 사용하면 실제로 효과를 보기 어렵다. 3분은 칫솔이 한 치아 당 5~6번의 반복동작을 했을 때 모든 치면을 빠짐없이 닦는데 걸리는 최소 시간으로 보는 것이 맞다. 따라서 ‘3분 이상 닦을 것’이라는 지침보다는 ‘모든 치아 면을 빼놓지 말고 닦을 것’이라는 권유가 실질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사 후에 3분 이내에 이를 닦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제로 외국의 이 닦기 권고에도 몇 분 이내에 이를 닦으라는 지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최근의 치아우식증 발생 이론도 식후 몇 분 내에 영구적으로 손상을 주는 탈회가 일어난다는 내용은 없다. 과학적이지도 않고 실현 불가능한 권고는 자칫 잘못하면 전문가에 대한 권위를 손상시킬 수도 있다.

환자의 이 닦기를 ‘333’ 하나만으로 귀결시키는 것은 환자에게도, 치과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를 잘 닦기 위한 노력은 환자에 대한 평가와 필요한 방법을 세심하게 고려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에 가깝다. 지금의 ‘333’은 마치 학창시절에 부모님으로부터 귀 아프게 들었던 ‘공부 열심히 해라’와 거의 같은 이야기에 불과하다. 부모님의 공부하라는 말씀에 진짜로 열심히 공부했는지 회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제는 과거 구강건강에 관한 관심이 아주 낮았을 때 국민들에게 아주 쉬운 슬로건으로서의 ‘333’에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제 임무를 다하셨으니 수고 많이 하셨다는 격려를 보내는 것이 나을 듯하다.

칫솔질이 아니라 ‘이닦기’로
지난 호부터 연재되는 본인의 긴 글을 읽어보았다면, 본문에 ‘칫솔질’이라는 단어가 몇 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칫솔질’의 목적이 구강 내에 존재하는 치면세균막을 비롯한 이물질을 제거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그야말로 ‘칫솔’을 이용한 이 닦기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 역부족이다. 개인의 능력을 배제하더라도 칫솔이 구강 내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칫솔이 닿는 부위에 한정된다.

칫솔이 닿기 어려운 부위는 당연히 다른 제품을 이용해 추가로 제거해야 한다. 마치 ‘333’처럼 칫솔로 이를 닦으면 모든 목적이 달성된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본인은 절대로 치의학 용어를 정의할 만한 권위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닦기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주관적인 선호일 뿐이지만, 구강을 청결하는 행위가 칫솔만으로는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은 누구나 공유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닦기’라는 용어로 대용하고 있다. ‘이’가 ‘치아’만 뜻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분명히 타당하다.

하지만 친근함과 변화의 필요성 중간에 서있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환자와 소통해야 한다. 칫솔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칫솔질’이든, ‘이 닦기’든 구강을 세정하는 행위가 칫솔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칫솔은 애장품이 아니라 소모품
과거보다는 우리 국민의 경제 사정이 많이 나아졌지만, 구강용품을 넉넉하게 구입할 만큼 의식적으로는 아직 풍요롭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트에 가면 몇 개씩 칫솔이 묶여 있고, 지금 고급형 칫솔 하나의 가격이 콩다방이나 별다방의 아메리카노 한 잔 값에 불과하더라도 칫솔을 자주 바꾸는 데에는 아직 인색하다.

칫솔은 이를 닦는 아주 중요한 도구이지만, 분명한 소모품이다. 그리고 하나를 몇 달씩 사용해야 하는 귀중품에 속하지도 않는다. 환자들이 칫솔에 손상 정도를 보고, 혹은 변화하는 탄력을 느끼면서 자주 바꾸는 것도 이 닦는 효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치약과 칫솔, 치실, 치간솔은 꼭 갖추어야할 생활필수품이기도 하지만 자주 교체해야 하는 소모품이라는 사실을 환자가 인식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스스로 안 되면 장비의 도움을 받아보자.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스스로 칫솔을 손에 잡고 이를 닦는 행위를 했을 때 유효한 이야기이다. 스스로 이를 닦는 능력이 낮거나 그럴 수 없는 조건인 경우에는 수동칫솔을 사용하기 보다는 전동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


지금 발표되는 많은 연구 논문들도 전동칫솔의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 경제적인 능력이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리고 칫솔로도 충분히 잘 닦는다면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이 닦는 능력이 낮은 사람이라면 전동칫솔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이러한 경우에는 환자가 전동칫솔을 구입해서 치과에서 직접 사용방법을 지도받는 것이 추천할 만하다. 적절한 지도를 받지 않는 경우에는 전동칫솔을 일반칫솔과 동일하게 사용해서 전동칫솔 고유의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필요 없는 손상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이를 닦는 움직임을 평가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거나, 이가 잘 닦이지 않는 곳을 보여주는 장비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장비이기는 하지만 가족의 구강건강 수준을 높여주는 장비라면 몇 번의 외식과 바꿔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가 환자들을 위해 해왔던 수많은 노력과 지도가 모두 효과가 없거나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구강건강 수준을 이 정도로 높인 것도 치과계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여기에서 조금만 변화하고 노력한다면 변화된 환자의 인식보다 더 앞서 나가서 구강건강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더욱 다가갈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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