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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일의 스마트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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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일의 스마트 테이블
  • 장성일 연구원
  • 승인 2017.02.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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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으로 공부하기: 이뮨퀘스트(ImmuneQuest)


옛말에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즐기려면 그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순수하게 재미나 자기만족을 위해 하는 일 말고 어떤 성과나 보상을 위해 하는 일을 재미있게 하기는 어렵다. 공부도 그렇다. 많은 학생들에게 공부란 별로 재미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힘들다는 우리나라 출판만화 시장에서 학습만화만이 유독 잘 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공부를 즐기고 싶은 수많은 학생들과 자녀들이 공부를 즐기기를 바라는 수많은 학부모들의 욕망이 만들어낸 결과일 것이고, 또한 공부를 즐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공부가 즐겁지 않은 건 배우는 사람들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가르치는 사람 역시도 배우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면 교육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둘째치고 초점을 잃은 수많은 눈동자 앞에서 본인도 의욕을 잃어버리고 말 테니까. 때문에 배우는 사람과 가르치는 사람 모두 즐겁게 공부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한다.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고, 공부에 게임을 접목하는 방법도 그 중 하나다.

면역학은 치과대학 본과 과정에서 배우는 주요 기초 과목 중 하나다. 최근 면역학 공부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게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이뮨퀘스트(ImmuneQuest)’라는 게임이다. 게임은 홈페이지(immunequest.com)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데, 실행해 보면 교육용 게임답지 않은(?) 훌륭한 그래픽에 먼저 놀라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혼자 플레이하는 게임이지만, 교육용 게임답게 게임 내에서 교실을 열어서 학생들을 등록하고, 학생들 개개인의 플레이 상황과 점수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도 구현돼 있다. 게임은 총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고, 각각 선천면역, 염증 반응, 적응면역 등의 주제를 다룬다. 다만 3장부터 5장까지는 아직 개발 중이고, 2장은 유료이기 때문에 현재 편한 마음으로 해볼 수 있는 건 선천면역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1장뿐이다.

게임 내에서 대식세포나 보체 같은 면역계통의 구성요소들은 사용자가 조종할 수 있는 말이 되어 등장하는데, 각 단계마다 주어진 말들을 조종해서 조직을 돌아다니며 침입한 세균들을 찾아 없애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각 구성요소들의 다양한 기능, 이를테면 대식세포의 식작용(phagocytosis)이나 보체의 옵소닌작용(opsonization)같은 것들은 각 말들의 고유한 기술로 구현돼 있고, 이 기술들을 이용해서 세균들을 공격할 수 있다. 침입한 세균의 특성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는 기술을 쓰지 않으면 공격이 통하지 않아 낭패를 보기 때문에, 게임 중간중간에 나오는 설명에 집중해야 한다. 점수가 쌓이면 새로운 기술들을 추가할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지는데, 어떤 기술들을 먼저 개방하느냐에 따라 게임의 전략이 바뀌게 되고, 또 추가로 나오는 퀴즈를 풀면 보너스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설명을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이렇게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역학을 공부하게 되는 구조다.

이 게임을 대학 면역학 수업에 활용하고 효과를 평가한 논문이 2016년 미국 미생물학회(American Society for Microbiology)에서 발행하는 ‘Journal of Microbiology &  Biology Education’ 지에 실렸다. 결론만 간단히 요약하자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이 면역학 공부에 도움이 됐다는 것이 수치로 나타났다. 또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의 반응 역시 긍정적이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이 게임에 충격을 받은 눈치였지만 학습효과에 대해서만큼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이 논문은 해당 저널에서 2016년 한 해 동안 가장 인기있었던 논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게임을 이용한 이런 공부법을 치과의 다른 분야에 적용할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보았다. 비의료인들을 위한 치과상식 게임이라든가, 가상의 다양한 무치악/부분무치악 환자에게 여러 가지 보철치료를 시도해보면서 최적의 치료계획을 찾아나가는 보철치료 시뮬레이터 같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임상에서 멀어진 지 오래된 터라, 얼마나 현실성 있는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비의료인들이 치과에 대해 갖는 거리감을 좁히는 방법, 진료나 학술 활동에 종사하는 동안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관리하는 일들을 좀더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비록 조금 황당한 방식과 내용이더라도 고민해 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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