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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된 사무장, 치과의 '본말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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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이 된 사무장, 치과의 '본말전도'
  • 정동훈기자
  • 승인 2015.11.27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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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유인 실적이 곧 ‘힘’ … 과도한 영업 방식으로 개원가 몸살

#치전원생 출신 A치과의사는 취업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비싼 등록금과 시간을 들여 치과의사 면허를 소지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취업문은 바늘구멍이다.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온 치과에서는 대표원장도, 치과의사도 아닌 경영지원팀장이 면접을 보며, 진료에만 전념해달라고 말한다. 

청년 치과의사들이 생존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이른바 ‘경영지원팀장’, ‘경영 원장’ 등 다양한 타이틀로 불리는 ‘사무장’의 힘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치과계 불황의 여파로 자리를 잡지 못한 청년 치과의사들은 열정페이, 임금체납, 과잉진료에 시달리며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결국 저수가로 악명이 높은 치과나 기업형 네트워크치과의 유혹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유혹의 중심에는 ‘사무장’이 있다.

대표원장을 대신해 페이닥터 면접을 보고 “각종 행정업무는 제가 맡고 있으니 원장님은 진료에만 신경쓰라”고 지시하며 과잉진료를 주문하기도 한다.

한 페이닥터는 “사무장이 입사 면접을 진행하고, 사실상 채용여부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치과계 환경이 악화될수록 이같은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한탄했다.

사무장이 이처럼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치과계 불황이 깊어질수록 사무장의 영업능력에 더욱 기대려하고 사무장은 자극적인 광고나 환자 유인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치과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외근을 하는 사무장의 경우 인맥을 동원해 기업이나 부녀회 등을 통해 얼마나 많은 환자를 데리고 올 수 있는 지가 중요한 능력으로 꼽힌다.

당연히 그 능력에 따라 보수도 크게 차이가 난다. 마치 영업사원처럼 환자 모집 실적이 사무장의 능력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 브로커 사무장 명함에는 명문대 출신 원장의 이력까지 적어놓고 과장광고를 일삼는다.
비급여진료를 터무니없는 저수가로 책정해 환자를 유인하거나 과잉진료로 다른 시술까지 받게 하도록 유인하는 것은 기본이다.

주변 부녀회 및 노인회, 상가번영회 등 각종 친목단체와의 진료협약을 진행하고, 봉고차 등 차량을 불법적으로 운영해 환자를 모셔오는 것도 다반사다.

경영원장으로 사무장을 고용하고 있는 A치과는 지역 내 상가번영회와 노인정 및 저소득층 돌봄센터와 진료협약을 맺고 비급여진료를 50% 이상 할인해준다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인근 회사나 단체와 협약을 맺고 진료비를 과도하게 할인해 주는 방식의 마케팅 방법은 기초 중의 기초다. 최근에는 대학을 비롯해 공공기관과 진료비 협약을 맺고 임플란트 비용을 40% 이상 할인해 주는 등 과도한 마케팅까지 벌이고 있다.

사무장들의 이런 영업 방식은 여전히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만약 치과와 협약기업 사이에 대행업체를 끼어 환자를 모집하고 특정 병·의원과 협약을 맺어 환자를 보냈다면 의료법 위반이지만 직접 치과에 소속된 직원이 나선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결국 개원가 경쟁이 심화될수록 영업력을 가진 사무장의 힘이 더욱 강력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

사무장의 활개로 인해 환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이익에 급급한 사무장은 돈이 안 되는 치료보다는 돈이 많이 되는 치료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도 되는 치료를 하도록 몰아가 국민들의 건강권이 훼손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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