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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Ⅰ]“치주염치료, 한약 3개월만 먹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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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Ⅰ]“치주염치료, 한약 3개월만 먹으라고요?”
  • 정동훈기자
  • 승인 2014.12.3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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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침범- 한의계 치과 영역 침범 확대 일로

△oo한의원이 잇몸을 치료해준다고 판매하는 건치환

의료계 곳곳에서 영역 갈등이 심각하다. 경기불황에 따른 의료기관들의 사업영역 확대는 최근 일부 한의사들의 스프린트 제작 등 턱관절 치료에 이어 치주질환까지 영역을 침범하는 형태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본지는 강남에 위치한 해당 한의원을 찾아 취재기자 신분을 밝히지 않고 예약부터 진료까지 직접 받아보았다.

△잇몸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한의원의 역사내 광고
# 지하철 역사에 광고를 통해 잇몸튼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00한의원에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두세 번 울리자마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어떤 치료를 받으시길 원하냐”고 물었다. 오늘 잇몸질환 상담을 원한다고 하니 상담직원은 “당일 예약이라 기다릴 수 있지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 한의원을 방문하기 전 해당 한의원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서핑하고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잇몸질환과 관련된 한의원들을 검색을 시도했다.

해당 한의원은 풍치 클리닉 홈페이지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잇몸질환의 풍치를 원인과 증상, 한방적 치료와 자기진단하고, 당뇨와 임산부 등의 풍치와의 관계성을 제시한다고 공지해뒀다.

한의원은 잇몸병 원인으로 부주의한 구강위생관리와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 섭취, 편식 등 영양결핍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 맵고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우에 발생하기 쉬운 위장열과 과로, 간과 신장 기능의 저하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잇몸치료 한약으로 건치환과 활혈거풍탕이라는 환약을 조제한다고 치료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당귀와 세신, 하수오, 삼백초근 등 한방생약으로 만들어 위와 간, 신장 기능 저하증상을 치료해 잇몸염증을 제거하고, 잇몸뼈의 재생을 도와 치주인대를 보강하므로 조기 발치를 예방하고 자연치아를 최대한 보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건치환을 복용하면 임플란트 수명을 늘리고 잇몸을 단단하게 한다고 홍보하고 있다.

포털사이트에 등록된 ‘턱관절 치료 한의원’만 해도 90여 곳에 이르며, 최근 잇몸질환을 치료한다는 한의원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특히 잇몸질환과 입냄새, 구내염 등 구강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의원 네트워크도 등장해 현재 전국 지점만 해도 10여 곳이 넘는 상황.

구강질환치료 전문 네트워크는 “잇몸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고농축 한약과 약천자침법, 레이저 침 등을 쓰고 있다”고 밝히며, “특히 약천자침법의 경우 통증을 포함한 난치병까지 모든 질환에 시술이 가능하고, 800nm 이상의 출력 파장을 가지는 레이저를 사용해 피부 속 깊숙이 경혈 자극 효과를 전달한다”고 강조했다.

포털사이트에서 해당 병원 이름으로 검색하자 블로그에는 바이럴 마케팅은 물론이거니와 실제 치료받은 후기, 뉴스 검색에는 기사성 광고가 넘쳐났다. 해당 한의원의 이름이 거론된 블로그게시물 수는 378건, 뉴스는 47건, 까페글은 80건 등이다.

# 예약한 시간에 맞춰 해당 한의원으로 향했다. 한의원 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신발장 위에는 치주인대, 치조골 잇몸속을 치료하고 재생해준다는 ‘건치환’이 놓여있다. 예약확인을 한 후 직원이 다가와 신환 잇몸관련문진표를 주며 작성하라고 했다.

해당 한의원의 잇몸 문진에는 ‘조금만 피곤하면 잇몸이 붓는다, 음식 먹을 때 시리고 아파다. 잇몸에 출혈이 잇다, 이 사이에 음식물이 자주 낀다, 잘 때 이갈이를 한다, 골다공증/당뇨가 있다, 과거에 치과에서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 복용 약물 여부’ 등을 기입할 수 있도록 했다.

# 기자 이름이 불리는 순간 들어간 곳은 원장 상담실. 원장은 구강 내를 살펴보고 잇몸질환 초기라고 말하며, 손목의 맥을 잡고는 면역력이 약하다고 했다. 또한 해당 한의원에서 한약을 쓸 때는 면역력 강화를 기본으로 하고, 치료목표가 잇몸이니 잇몸 세포를 재생시켜주는 약을 보강해 쓰라고 권했다.

원장이 권한 약은 ‘건치환’으로 작은 환약으로 돼있어 한번 복용 시 수십알을 복용해야 하는 것이다. ‘건치환’의 가격은 30만 원. 해당 원장은 ‘건치환’을 3개월 복용하기를 권고했다.

△oo한의원의 잇몸 관련 문진표.

 치아가 흔들리는 60대 노인이 복용하면 치아가 좋아지는 경우가 많고, 본 기자는 일주일만 복용해도 효과를 느낄 것이라는 게 해당 원장의 설명이다.

특히 치약을 쓰지 말고 소금으로 양치하라고 권했다. 치약 자체에 잇몸을 약화시키는 성분이 있고, 몇 달 전 뉴스에 치약에 함유된 방부제 이야기가 크게 부각된 바 있어 소금을 써야 한단다.

기자가 원장에게 잇몸치료를 하는 한의원이 많고, 네트워크까지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원장은 해당 네트워크보다 먼저 잇몸치료를 시작한 한의원이라고 강조했다.

# 원장 상담이 끝나고 데스크로 나가자 직원은 건치환 한 달분이 들어있는 약상자를 보여줬다. 해당 한약의 성분을 묻자 직원은 “박사님(원장)이 직접 조제를 하셔서 잘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다.

기자가 약 값이 비싸다고 하자 직원은 작은 플라스틱 통을 가지고 왔다.

직원은 “아까 박사님이 소금이 좋다고 하셨는데 이것이 치약을 대신해 박사님이 직접 만든 소금”이라며 구입을 권했다.

기자가 원장과 상담 시 해당 직원은 밖에 있어 상담 내용을 들을 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원장이 소금을 쓰라고 권유한 것을 알고 있는 것을 보니 해당 한의원의 전형적인 상담 레파토리인 것 같았다. 소금의 가격은 만 원이다. 

직원은 자신 또한 치약을 쓰다가 안 좋다고 해서 이 소금을 잇몸 마사지나 양치질할 때 쓰고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나중에 다시 방문하겠다고 하니 침이라도 맞고 가기를 권유했다.
  
한의계에서 구강질환 한방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네트워크가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지난 2008년 말 고농축 발효환단 개발을 목표로 탄생한 한의계의 ○○학회는 2009년 4월 한의학의 치료 영역을 넓히기 위해 잇몸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네트워크 한의원을 모집했다.

해당 네트워크측은 “한해 요통과 견비통 염좌상의 2배가 넘는 환자가 잇몸질환을 앓고 있으며 감기 다음으로 많은 환자들이 구강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구강질환은 새로운 주진료 과목이 될 수 있다”고 모집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한의학의 몇 안남은 블루오션 중 하나로 ‘구강질환 치료’를 인식하고 학회 차원에서 네트워크화를 추진한 것이다. 특히 구강질환 임상 세미나 및 네트워크 설명회에서는 모 치대 교수를 강연연자로 초청하기도 했다.

△oo학회가 지난 2009년 모집한 구강질환 네트워크 설명회 및 구강질환 강연. 치대 교수도 연자로 초빙되어 있다.

또한 네트워크 모집 안내문에 따르면 초기 참여 한의원은 6백만 원의 참여비만 내면 한의원에서 개별적으로 조제한 환단이 아닌 구강질환 치료용 3종 환단제 20통 무상공급하고, lip retractor, mirror head 등 구강진료 장비와 간이구취측정기 등을 제공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구강촬영용 USB 카메라, 구강진료 전용 체어와 레이저 침을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도 했다.

한의원에서 직접 한의사들이 환단을 조제해 환자에게 공급한다고 했으나 안내문에 따르면 실제로는 다른 경로를 통해 공급 받아 환자에게 건네주기만 하는 것이다. 

잇몸치료를 행하는 한의원들이 구상하는 수입 창출 개념은 가령, 한의원 홈페이지 방문자 수가 평균 200~300명이면 일주일에 5명이 찾아와 한 달에 20여 명 내외의 환자가 실제 내원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 환자 당 환약과 침을 포함해 1개월에 대략 30만원으로 계산하면 1곳의 한의원당 한 달에 600만원 내외의 추가 수입이 창출된다는 공식.

또한 기존 한의원의 상호는 그대로 유지하고 진료하면서 네트워크 환자가 부가적으로 발생되므로 운영 면에서 부수입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한의원의 잇몸병 치료의 의학적 검증 또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건치환에는 형개와 황련, 천궁, 치자, 당귀, 감초 등의 성분이 들어있다. 이들 성분의 약리 작용은 주로 항균, 항염증 작용이다. 그러나 항균효과가 있다고 해서 치주염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주치료를 위해서는 치석제거술과 치근면활택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한치주과학회 관계자는 “건치환에 항균효과가 있다고 해 치주염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특히 치주인대 재생과 치조골 형성 촉진, 잇몸뼈 보강에 효능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계의 영역 침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프린트를 이용해 턱관절 치료행위를 해 온 한의사가 의료법 위반 혐의로 이용해 대한치과의사협회로부터 고발당한 바 있다. 

지난 2004년에 대한치과의사협회 법제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유권해석에 따르면 악관절 장애 치료를 위해 교합장치 등을 이용해 진료하는 행위는 상기 질환의 치료를 위한 당해 분야의 전문적인 의학적 지식이 필요하며, 구강질환에 대한 의료분야는 치과의사의 업무 범위로 정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의사의 면허된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치과의 고유영역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구강 건강을 담보할 수 없고, 진료비 증가에 따른 경제적인 피해가 생겨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일부 한의원들의 잇몸치료 행위는 엄연히 치과진료 행위이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강력한 대응과 보건 당국의 제재가 절실한 시점이다.

△oo한의원이 판매하는 한달치 건치환 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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