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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 MBA] 조용한 조직과 집단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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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탈 MBA] 조용한 조직과 집단사고
  • 박종석 코치
  • 승인 2023.10.11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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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코치의 ‘성장하는 병원의 비밀’

 

1986년 1월 28일 발사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는 발사 후 73초 만에 대서양 상공에서 폭발하여 7명의 우주비행사의 목숨을 잃었다.
 
폭발 사고의 원인은 로켓 부스터 내 연료의 누출을 막아주는 고무재질의 오링이 추운 날씨의 영향으로 파손됐기 때문이었다. 사실 발사 당일까지도 현장 엔지니어들은 오링의 파손 가능성을 이유로 발사 연기를 요청했으나, 나사(NASA) 관리자들은 그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발사를 강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챌린저호의 폭발은 오링이라는 부품 하나가 직접적인 폭발의 원인으로 밝혀졌지만, 과연 이런 비극적인 사고를 막지 못했던 이유가 오링 하나뿐인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장 엔지니어들의 발사 연기요청을 묵살한 나사 관리자들의 판단은 나사라는 조직의 문제점을 나타내는 또 다른 원인으로 보인다.

흔히 관리자들은 의견이 통일되고 한번 정한 결정에 반기를 들지 않고 순응하는 직원이 많은 조직 문화를 선호한다. 이런 조직 문화를 가진 관리자는 ‘우리 조직이 일사불란하다’며 자랑스러워한다. 

그러나 과연 이런 조직이 늘 옳은 것일까? 
보통 혼자일 때보다 팀을 이룰 때 일을 더 잘 수행하기 때문에 우리는 조직을 구성하여 수행하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 집단은 의사결정을 할 때 ‘집단사고(group think)’라는 망령에 주의해야 한다. 
집단사고는 만장일치를 전조로 나타난다. 길이가 서로 다른 두 선을 두고 여러 명이 같은 길이라고 우기면 집단의 압력에 순응하여 거짓에 동참한다는 솔로몬 애쉬의 실험을 상기해보라. 

이후 로버트 배런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른 순응의 정도를 연구한 실험에서 질문의 난이도가 낮으면 순응의 정도를 낮게 만들지만 질문의 난이도가 높을수록 순응의 정도가 오히려 높게 나옴을 밝혀냈다. 즉 조직의 전략적 방향성이나 불확실한 상황에 따른 중요한 의사결정과 같이 질문의 난이도가 높으면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집단의 의견에 저항하거나 이견을 드러내지 않고 만장일치로 흐르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장일치가 되는 상황을 관리자들은 좋아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계하고 제어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

이처럼 표면적으로는 조용한 조직이 더 단합되어 보이고 올바른 조직문화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조용한 조직은 더 위험한 조직이다. 경영자의 결정에 반대 의사를 보이는 직원들을 반골로 규정하거나 회의 시간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경영자의 결정을 고집하거나, 이미 정해져 있는 정답을 유도하는 등의 모습은 조용한 조직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조용한 조직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잃게 만들고 만장일치의 모습으로 집단의 의견에 순응하는 등 회피로 일관하는 조직문화로 만들 뿐이다.

조용한 조직은 소통이 불통인 조직이다.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마음에 일사불란한 행동을 직원들에게 강요하는 경영자들은 스스로가 조직 불통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조용한 조직의 말 잘 듣는 조직원을 양성하기 싫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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