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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히딩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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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히딩크의 교훈
  • 최유미 기자
  • 승인 2015.01.08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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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고대구로병원 예방치과) 교수

구로동의 시장 입구에 아주 싸게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이 있다.

이 집 사장님은 특히 필자를 좋아하고 인정해 주는 편이다.

낮은 직급의 임상교수 주제에  고기집이 단골일리는 없고, 계기가 된 어떤 사건 때문이다.

2006년도인지 2007년도인지 겨울방학 기간으로 기억하는데, 늘 그러했듯이 그 날도 치위생과 실습생 15명 정도가 정신없이 실습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진료실에서 보고, 월말도 되고 해서 외부 강의로 받은 강사료가 조금 남아 있어 그 돈을 핑계 삼아 그 싼 삼겹살 집에서 회식이라는 걸 해 주려고 저녁 6시까지 모이라고 하고, 할 일 없는 필자만 먼저 가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이 시간이 가도 도착을 하지 않아, 대표격인 학생에게 전화를 했더니 조금 늦게 끝나 10분 정도 늦는다고 죄송해 했다.

기다리면 되겠지 했는데, 갑자기 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오더니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 주는 것이 아닌가? 여자 사장님은 전체 가게 전등을 다 꺼주며, ‘교수님, 생신 축하드려요’라고 축하 인사를 건넨다.

학생들은 5개 정도 학교의 치위생과 학생들로 구성됐는데, 이 아이들이 어떻게 내 생일을 알았을까? 아, 아까 낮에 병원장이 생일날 맞춰 보내 준 와인병(그 당시에는 교수 생일에 병원장이 와인을 1병 하사하는 전통이 있었다)을 보고 눈치를 챘나보다. 얼떨결에 생일 축하를 받고, 식당에 모인 많은 손님들께도 축하 인사를 받고 몸둘바를 몰라 했던 필자의 모습이 요즘도 가끔 생각난다.

그 이후로, 그 음식점만 가면 필자는 특별 대우를 받는다. 그 날의 광경을 그 사장님 부부가 보고, 필자가 ‘진짜 교수님’으로 보였다고 한다.

가끔 우리는 국가대표팀이 뛰는 축구 경기를 볼 때마다 히딩크 감독을 떠올릴 때가 많다.

2002년의 감격, 월드컵 4강, ‘나는 아직 목마르다’ 등등 기억하고 싶은 명장면이 많지만, 아마도 교수인 필자에게 가장 감동을 준 장면은 ‘포루투갈 전에서의 박지성 선수를 포옹하는 장면’이다.

우리가 시원하게 이겨서가 아니고, 히딩크야말로 우리와 같은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교수들’이 본받아야 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교수’는 어떨 때 가장 기쁠까?

연구비를 많이 받아 부유하게 연구원들을 많이 채용하며 목에 힘이 들어갈 때일까? 아니면, 학장이나 치전원장, 치과병원장의 지위에 올라, 단체장으로서의 대우를 누리며, 나름 그 조직의 발전을 도모할 때 가장 큰 기쁨을 누릴까?

필자가 생각하는 큰 기쁨은 제자가 성공하는 것을 보는 순간에 느껴지지 않을까 한다.

외부 강의 요청을 받아 치위생학과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예쁜 학생들도 많고, 똑똑한 학생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이 학생들의 재능을 히딩크의 눈으로 바라봐야 ‘진짜 교수’가 되는 것이다. 이 학생들을 잘 가르쳐 훌륭한 치과위생사, 또는 훌륭한 치위생학과 교수를 만들었을 때, 필자는 박지성을 껴안는 히딩크의 마음을 공감하는 것이다.

필자는 교수 입장에서 최근의 교수와 연관된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진짜 교수가 되기를 원한다면 말초적인 즐거움 때문에 몇 배 큰 기쁨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얼마 전에는 본인의 예방치과에 레지던트가 선발됐다.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기쁜 일이지만 애써 기쁨을 감추려고 한다. 더구나 수재급에 속한 여선생이라 내심 이런저런 욕심을 내볼 수도 있지만, 과욕은 금기이므로, 일단 기다려 보고 잘 가르쳐 보려고 한다.

재능과 열정이 잘 맞아 떨어진다면 후일 포루투갈과의 일전에서 GOAL을 넣을 수도,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지 내 좌우명처럼 책상에 붙어 있는 글귀 한 줄이 보인다.

“정말 사랑한다면 그 사람을 소유하지 말고,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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