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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족에 개원가 눈칫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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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족에 개원가 눈칫밥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12.03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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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비가 얼마죠?” 저수가 찾아 떠도는 환자들
환자 알권리 미명 아래 사라지는 개원가 자율성

“치과마다 진료비가 제각각이니 비교하는 건 어쩔 수 없어요”

저렴한 진료비를 찾아 개원가를 방랑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진료비가 병·의원마다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한 ‘치과치료 비급여 진료비용 현황’에 따르면 병원별 치과 진료비에 큰 격차가 있다. 자료에 따르면 병원급 이상 치과의료기관의 임플란트 평균 치료비용은 132만 원이다. 가장 낮은 곳은 50만 원이었으며 가장 높은 곳은 283만 원으로 5.6배 차이를 보였다.

이러한 진료비 격차는 자연스럽게 환자들의 의료쇼핑 문화를 양산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A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수가표를 물어보거나 다른 치과와 진료비를 비교하며 흥정하는 환자가 나온다”며 의료쇼핑족을 ‘반갑지 않은 단골 환자’라고 표현했다.

A씨는 특히 “전화로 인레이가 얼마인지, 크라운이 얼마인지 필요한 정보만 듣고 끊거나 이미 다른 치과에서 치료계획을 듣고 왔으니 비용만 말해달라는 환자도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단순히 진료비만 비교하는 환자는 양반 축에 속한다는 씁쓸한 이야기도 들린다. 

지방에서 개원 중인 B 원장은 “진료비를 비교하는 건 환자의 권리라는 점에서 백번 이해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왔다는 태도로 원장이 하는 설명을 시비조로 되받아 치는 환자가 있다”며 “존경은 바라지도 않고 최소한 사람 대 사람으로서 존중이라도 해주면 좋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막무가내로 다른 치과와 비교하는 환자를 상대하다 보면 욱하는 심정도 든다”며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진료비가 치과를 평가하는 잣대가 되면서 다른 치과보다 진료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과잉진료 치과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이같은 의료쇼핑 현상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 지난 2002년부터 연간 외래 내원 일수가 70일 이상 이용하거나, 한 가지 질병으로 진료개시일 5일 이내 동급 다른 요양기관을 4회 이상 방문한 건강보험 가입자를 조사한 결과 의료기관 과다 이용자가 매년 440만 명으로 추산됐다. 병원을 아파서 가는 것만은 아니란 얘기다.

특히 특정 지역의 평균 진료비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해주는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환자들의 의료쇼핑 현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많다. 더욱이 오는 2021년부터 확대 시행되는 비급여 진료비용 의원급 공개 사업은 불난 개원가에 기름까지 끼얹었다.

이에 치협은 지난 10월 “시장경제의 기본 원칙을 흔들고 치과의사의 자율적인 진료권을 침해하는 지나친 개입과 규제”라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환자들이 단순히 비급여 진료비용만을 먼저 접한다면 환자와 의료진과 갈등은 심화되고 이러한 허점을 이용해 환자를 유인하는 의료기관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자의 알권리라는 미명 아래 침해받는 개원가 자율성에 개원의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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