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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봉사활동 동행기] 한일치과산업 임양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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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봉사활동 동행기] 한일치과산업 임양래 대표
  • 임양래 대표
  • 승인 2016.08.1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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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서 봉사 불 밝힌 '블랙박스'

 

캄보디아 씨엠립 국제공항, 수화물 컨베이어 벨트에는 경상북도 의사회와 경상북도 치과의사회의 합동 진료 봉사에 필요한 장비, 기구, 재료, 약품 등이 담겨있는 Box들이 끝없이 나오고 있다. 박스를 카트에 싣고 이동하는 분주한 봉사 단원들은 땀을 흘린다.

4명의 치과의사와 내과, 외과, 안과, 한의학과, 약사 등 70여 명의 대규모 봉사팀은 미리 준비된 두 대의 대형 버스에 올라탔다. 조금은 들뜬 모습, 긴장된 모습의 봉사팀을 태운 두 대의 버스는 세 시간을 달려서 진료 봉사장소인 ‘프레아 비헤아르’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미 대형 천막 두 개가 쳐져 있고, 수백 개의 플라스틱 의자에 약 400~500명의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봉사 단원들 모두 분주하게 수많은 종류의 기계를 설치하고 각자의 진료도구들을 준비했다. 진료가 시작됐고, 대기하던 주민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진료 도구나 장비가 필요하지 않은 내과, 안과, 한의학과 등은 바로 진료가 시작될 수 있었지만, 많은 장비를 세팅해야 하는 치과는 시작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역시나 열악한 지역 특성상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장비 설치하는 동안에도 전등이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하는데 이곳에서 콤프레셔를 사용하는 블랙박스가 제대로 동작할 지 걱정됐다. 물론 블랙박스는 이러한 전기 사정을 고려해 약한 전기에도 가동될 수 있게 설계됐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기계가 설치되고, 테스트하는 도중 서너 번쯤 정전이 된 듯하다. 뒷마당에 설치된 낡은 경유 발전기가 멈추지 말고 힘차게 돌아줘야 할텐데…하는 걱정을 되뇌며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장비를 세팅하는데 몰두했다.

장비 설치가 끝나고, 기구들을 세팅하고 환자용 체어와 술자용 스툴 등을 자리했다. 드디어 치과진료는 시작됐고, 이미 다른 과를 거쳐온 주민들로 치과의 대기 인원수는 20여 명을 넘어섰다. 네 명의 경북치과의사회 선생님들의 손길이 더욱 바빠졌다. 반가운 것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손’이었다. 프놈펜 치과대학 졸업반 학생 5명이 진료에 참여해 진료봉사팀의 일을 덜어줬다. 그들은 석션을 잡는 어시스턴트 역할부터 간단한 진료, 사소한 잔심부름 등의 업무까지, 프놈펜 치대학생들이 담당해 줬기에 나머지 봉사팀은 각자의 역할에 더욱 충실할 수 있었다.
 
해외 진료봉사에서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 환자와의 의사소통인데, 현지 학생들 덕분에 편하게 진료가 진행됐다. 간단한 치료나 발치 등은 학생들이 전담해 소화하기도 했다.
진료 환경은 최악이었다. 섭씨 41도의 덥다 못해 뜨거운 날씨에 온종일 켜 놔도 들락날락하는 사람에 시원해지지 못해 선풍기 수준인 에어컨. 본래 진료 공간으로 쓰던 곳이 아니기에 상하수도 배관 대신 직접 움직이며 물을 떠다 나르고, 양칫물을 비워내는 것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점심식사 할 틈도 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치료해 주기 위해 모두들 고군분투했다. 순박해 보이는 주민들의 밝은 표정과 진료 후 진심으로 고마운듯한 감사의 인사는 순간 피로를 잊게 한다. 일정대로라면 오후 6시에 진료를 마쳐야 했다. 끝없이 밀려드는 환자들을 단 한 명이라도 더 치료해 주려 하는 4인의 치과의사와 현지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이들이 진정한 의료 종사자 이자 천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료를 마친 후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앉자마자 깊이 잠드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이 다 뭉클해 졌다. 그 무더위 속에서 환자들과 사투를 벌인 긴 하루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에 그들의 모습이 더욱 이해가 되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이튿날 오전 8시부터 진료를 시작하는데 이미 대기자만 500여 명이라고 한다. 넓은 공터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있는 주민들을 바라보니 내가 다 아찔하게 느껴졌다. 맑은 눈에 순해 보이는 얼굴들, 뜨거운 날씨에 밝게 웃으며 말없이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다 보면 지쳐 새치기라도 있으련만, 그저 조용히 자기의 순서를 기다린다. 지체할 여유 없이 바로 진료를 시작했다. 쉴 새 없이 진료실은 움직였고, 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맡은 일에 열중했다.

역시 첫날처럼 마감 시간 한 시간 전임에도 대기 인원은 400여 명으로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의 남은 시간 동안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인원이다. 한 명이라도 더 진료를 보기 위해 끝까지 매달렸지만 수백 명의 대기자에게 미안한 말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콤프레셔 등 전기를 이용한 장비들이 열이 나서 멈추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달리 모두들 힘차게 돌아 주었다. ‘장하다 블랙박스’라고 외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진료를 모두 마무리한 후 진료 장비를 정리하는 시간, 모두들 기진맥진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래도 뿌듯함 때문일까 표정만큼은 밝았다. 온몸을 적실만큼 계속해서 땀이 흐르고, Glove를 낀 손에 땀이 차서 질퍽질퍽해 잘 벗겨지지도 않을 정도의 무더위다. 모두가 함께 바쁘게 움직여 각자의 역할을 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노동의 대가보다는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일.

기계 설치 등으로 봉사에 참여했지만 본인이 바라본 봉사단원들의 모습은 천사 그 자체였다. 어느 진료팀이든 항상 ‘천사같다’라고 하는 말이 식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무더위 속의 그들은 ‘천사’ 그 자체였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모든 단원들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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