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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특집Ⅰ]④ 치주치료 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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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특집Ⅰ]④ 치주치료 한의원
  • 최유미 기자
  • 승인 2015.03.12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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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열이 많아 치주질환 생긴다?

구강 전문 네트워크 한의원 활개 … 문진만으로 구강질환 진단 및 처방


치주치료를 하는 한의원이 점점 대형화·전문화되고 있다. ‘잇몸’, ‘구강’을 전문으로 내세운 네트워크 한의원은 점점 늘어나고, 각종 언론매체를 통한 마케팅도 역시 활발해지고 있다.
이미 치주치료 한의원의 진료방식을 진단해 본 바 있는 본지는, 전문화를 내세운 네트워크 한의원의 진료행태와 심각성을 확인해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해당 한의원을 찾았다.

# 진료예약에 앞서 구강전문 네트워크 한의원의 홈페이지를 찾아 어떤 내용들을 홍보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홈페이지에는 잘 낫지 않는 잇몸질환과 입냄새, 구내염을 한방 근본치료를 통해 몸속 원인과 함께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구강질환에 대한 옛 문헌을 고찰하고 연구하며, 임상을 통해 충분히 검증했다고 자신했다. 또 치과 및 유관 전문진료과와의 학술·임상교류도 적극적으로 할 의향이 있음을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치근염, 치주염, 풍치 등의 치료라 하면 구강약이나 임플란트와 같은 치과치료를 떠올리지만 한방치료는 구강 내 증상도 치료하고 몸도 건강해지며, 자연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 씹는 즐거움도 잃지 않는 1석 4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각 네트워크별로 치료사례들을 모아놓고 어떤 약과 어떤 방식으로 치료를 했는지 자세히 서술해놨다. 치료사례 게재는 사실상 의료법 위반이기도 하다. 칼럼과 방송을 통해 다룬 구강질환에 대한 정의와 치료법도 충실히 담았다.

# 먼저 서울에 위치한 A한의원에 미리 진료예약 후 방문했다. 입구에 들어서니 곳곳에 한의원을 홍보하는 글이 눈에 띄었다. 한의원의 배너나 진료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선물을 준다는 것이다.


잠시 대기했더니 직원이 어떤 질환 때문인지 물어보고 기본사항이 적힌 문진표를 작성하게 했다. 문진표를 제출하니 직원이 몸이 아픈데가 없는지, 소화는 잘 되는지, 배변활동은 잘 되고 있는지 등 전신질환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잇몸에 대한 부분은 기자에게 어디가 안 좋고, 아픈지 얼마나 됐으며, 치과치료는 받은 적이 있는지 간단히 물었을 뿐이다.

잠시 대기 후 원장실에 들어가니 원장은 앞서 직원이 작성한 문진표를 토대로 각종 증상들을 물어보고는 구강 안을 살피더니 풍치가 약간 있다고 진단을 내렸다. 식구 중 치아가 약한 사람이 있는지, 기호식품은 무엇을 선호하는지, 소화기능은 좋은지, 얼굴에 열감을 느끼는지, 입과 눈이 자주 마르는지 등을 확인했다.

A한의원 원장은 기자가 “위산이 과다해 구강이 건조해져 치주질환이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한의원 원장은 “대부분의 치주질환은 위산이 많아 생긴다”면서 “위산과다로 열 때문에 염증이 증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의보감에서 한방 위열증이라고 하는데 현대의학으로 풀면 위산과다라는 뜻”이라며 “위산과다로 입안이 건조해져 잇몸을 상하게 하고 입안 세균의 번식이 많아진다”고 밝혔다.
위산과다로 몸의 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 치주질환이 진행되는 것이며, 이것이 지속되면 이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A한의원 원장은 몸의 흐름을 바꿔야 한다며 환약과 물약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위산과다만 치료하면 치주는 자동적으로 좋아진다는 것이다. 치료는 단기간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고 몸의 균형을 우선 맞추기 위해 약을 12일치 먹어보자고 했다.

A한의원 원장은 “바로 치주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고 처방해준 환약과 물약을 먹으면서 어느 정도 개선이 되는지 확인해본 후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갈 것”이라며 “처음 한 재를 먹고 50% 이상 효험을 보면 2~3재만 더 먹으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약의 경우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들도 먹기 좋도록 맑은 한약을 개발했다고 자랑하며, 물 같이 마실 수 있어 불편함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과 똑같이 생겼으며 한약의 향만 조금 날 뿐이어서 거부감이 없단다.

진단이 끝난 후에는 물리치료실로 들어가 구강 건조를 방지하는 것이라며 입 주위에 침을 놨다. 앞으로 진료를 받게 되면 내원 시 매번 침을 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 서울에 이어 같은 네트워크에 있는 인천의 B한의원도 찾아 갔다. 이곳은 어린이 한의원인데, 구강질환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탈모, 피부관리 등 여러 가지를 치료하고 있다. 이 한의원에서는 잇몸 때문에 왔다는 기자의 말을 들은 후 별 다른 질문 없이 키와 몸무게, 심혈관 및 스트레스를 체크하고 바로 원장실로 안내했다.

원장은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 한의원을 찾았다는 기자에게 시린 통증이 있는지, 혓바늘이 생기는지, 붓거나 출혈의 주기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질문했다. 이후 식사와 양은 규칙적인지, 소화는 잘 되는지, 잠은 잘 자는지 등을 물은 후 장비를 가지고 구강 안을 들여다봤다.

구강카메라로 구강 안을 살펴보면서 원장은 기자가 아래 잇몸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얘기하고, 몇 군데 특정한 곳이 자주 붓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B한의원 원장은 모든 검사를 마친 후 A한의원과 같이 기자가 몸 안의 온도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치주질환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얼굴에 생기는 병의 90%는 열로 인해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입술이 마르고 혓바늘이 돋고, 잇몸출혈과 구내염이 생기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배가 따뜻해야 얼굴의 열이 식어 증상이 가라앉을 수 있다며 원장은 지금 바로 잡지 않으면 잇몸이 쪼그라들어 이가 노출되고 흔들려 풍치로 발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B한의원 원장은 “치주질환은 감기처럼 단기간에 나을 수 있는 증상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약을 먹은 후 경과를 보고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환약과 물약을 함께 처방하는데 환약은 잇몸에 좋고 열을 식히는데 탁월하며, 물약은 전반적인 몸의 상태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한의원 원장은 “두 가지 약을 한 번에 처방해 공격적으로 시작하고 개선되는 상황을 봐서 하나만 처방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보름치를 처방할 건데 이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창구에 가니 명절 연휴기간 동안 배송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임시로 가루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봉화탕이라는 약으로 잇몸에 좋은 것이라고 한다. 보름치 한약이 너무 비싸다고 했더니 효과가 좋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 구강 전문 네트워크는 하나 같이 처음에는 몸을 보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환약과 물약을 처방했다.

치주치료는 하지 않냐는 기자의 물음에 “처음 처방하는 약만 먹어봐도 몸이 좋아지고 증상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근본적인 치료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치주치료는 함께 따라온다”는 것이다. “약 복용 후 개선되는 속도에 따라 그에 맞는 약을 처방할 것”이라며, 개선사항과 필요한 처방이 무엇인지 보고 은강단, 상구환, 청열단, 구취환, 구건환, 구설염환, 풍치환, 인후두염환 중 하나를 처방한다고 밝혔다.

치주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됐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기자의 답과 증상들만으로 확진하고 내외부 사항을 점검해보지 않은 채 보약을 먹고 그저 몸을 변화시키면 치주가 좋아진다는 허무맹랑한 답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렇듯 한의원은 수술과 고통 없이 치료할 수 있다는 말로 환자들을 현혹하고, 진료영역을 점차 확대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산부인과를 대체해 산모를 위한 한의원이 생겼고, 성형외과에서 수술로 할 수 있는 가슴확대 역시 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한의원도 성행하고 있다.

‘전문’ 한의원을 내세우며 침과 약만으로 질병을 고치는 것은 증명된 술식은 아니나 불법이 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각종 영역을 침범하고 있는 한의원의 상황을 알면서도 의료계에서 가만히 두고 볼 수밖에 없는 것도 잘잘못을 가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검증되지 않은 각종 시술의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그 피해가 환자에게 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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