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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과의사 가족] 이수백-이승훈(이수백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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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치과의사 가족] 이수백-이승훈(이수백치과) 원장
  • 이현정기자
  • 승인 2013.06.27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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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父子의 진료 공간이자 소통의 창”

이수백-이승훈(이수백치과) 원장은 2009년부터 한 공간에서 함께 진료해 온 父子치과의사다. 이승훈 원장이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아버지의 치과에서 같이 진료를 하게 되면서 이 곳 이수백치과는 父子가 일상을 나누는 공간이 됐다. 치과를 진료의 공간으로, 또 세대 간 소통의 공간으로 꾸려가고 있는 이수백-이승훈 원장을 만나 치과의사로서 한 길을 걷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이수백(이하 아버지) 아들이 고2 때인가. 진로를 선택할 때, 이과를 권유했죠. 그 중에서도 치대 진학을 이야기했습니다. 혼자 길을 개척하는 것도 물론 좋지만 부모와 같은 길을 가면 더 좋지 않을까, 내가 아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고, 조언해 줄 부분도 많지 않을까 했어요.

이승훈(이하 아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도 치과의사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어느 날, 아버지의 치과에 온 적이 있는데 그날 아버지의 뒷모습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들이 왔는지도 모르는 채 진료에만 집중하고 있는 한 치과의사의 뒷모습이었죠. 부모님에 대한 고마움 이상의 숭고함, 든든함, 묵묵함 그런 수많은 느낌들이 생생해요. 아들이란 아버지의 뒷모습을 좇는 존재라고 하는데, 저 또한 그 이야기처럼 진로를 치과의사로 잡게 됐어요.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따라 어엿한 치과의사의 꿈을 이뤄, 이제 아버지와 아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지금. 이수백-이승훈 父子는 이수백 원장이 닦아온 터전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치과의사 가족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父子가 세대를 이어 같은 치과에서 진료하는 사례는 아직까지는 그 비율이 많지 않다. 세대를 이어 치과를 가꿔 가는 그들의 일상은 어떨까.

아버지 아들과 한 공간에 있으니 진료철학이나 치료습관 등을 늘상 이야기 할 수 있으니 좋죠. 그렇다고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습니까. 같이 하다보면 서로 진료수준에 차이가 있어 어려운 점이 있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예전엔 사용했던 재료가 지금은 안된다든가 하는 것처럼 새롭게 나온 지식이 우리 때와 달라 트러블이 있을 때도 있죠. 최근 배운 지식과 옛날 지식과의 갈등이 어려운 점이라면 어려운 점이랄까요.

아들 고부간의 갈등도 같은 주방을 두 여자가 쓰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하듯, 한 공간에서 아버지께서 30년간 고수해 온 방식과 제가 배운 새로운 방식의 충돌은 있을 수 있죠. 지나고 보면, 그대로 둬서 좋은 게 있고, 바꿔서 좋은 것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아직 제가 진료의 실력 면에서도 아직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고, 저는 아들인데 충돌이라고 까진(웃음).

아버지 이런 갈등 상황이 생기면 일단 그 때는 서로 고집하거나 화내지 않고 넘어가요. 그 자리에서 화를 내면 싸움이 됩니다. 나중에 아들과 간단히 술 한 잔 기울이면서 자연스럽게 토론하는 것이죠.

아들 네. 아버지와 며칠 지나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눠요. 어떤 것이 맞을지 토론하고 의견을 좁혀 가요.

아버지 치과의사가 자신이 그간 해 온 술식을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아요.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차세대와 일하는 것이 신지식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한데, 그간 해 온 술식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술식은 늘 진화해요. 늘 공부를 많이 하고, 새로운 것을 접해야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기보다 소통하고, 이야기 나눠야 합니다.

자연스레 세대 간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일상에서 세대간 소통을 이루고 있는 父子이기에, 의견을 좁힐 수 있는 해법이 있을지 궁금했다.

아들 제가 젊은 세대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죠. 또래의 다른 이들이 개원 진입을 고민하는데 그 고민을 건너뛰게 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럼에도 생각을 밝히자면,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들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를 못한다고 생각해요. ‘안다’고는 하시는데, 정말 이해하고 계시지는 못하는 것이죠. 진짜 절박한데, ‘다른 직장인보다는 낫지 않냐’ 생각하시는 거에요.

아버지 결국 치과계 전체 파이가 줄어드니까 갈등이 생기는 거죠. 기성세대는 자리를 잡았지만 새로운 세대들의 진입이 지금 너무 어려우니까요. 그러다보면 일부에서 과도하게 욕심을 내는 일들도 발생하고, 그게 또 갈등이 되고···.

아들 아버지는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양보하고, 도와주시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많은 분들의 존경을 받아왔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후배가 선배의 잠재적 경쟁자가 되거나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분위기에요. 끌어줘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니 또 후배들은 왜 선배를 믿고 따라야 하는지 모르게 되는 것이구요.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버지 이런 문제 역시 소통하며 해결해 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기에 각 소속 구회에 가입해서 선후배와 소통하고, 젊은 세대는 경험이 많은 선배들에게 환자 케이스도 물어보고, 상담하면서 벽을 허물어 가야죠. 지금의 위기를 ‘혼자’ 어떻게 해보겠다는 것은 해법이 아닌 것 같아요.
제도적으로도 뒷받침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처럼 치대 졸업생들의 수련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일반 개원가에 취업하도록 하고, 해당 치과에 세금 감면 등의 세제 지원을 하는 예처럼 말이죠. 은퇴를 앞둔 기성세대는 지식과 노하우를 후배에게 전수하면서, 언젠가 누군가에게 치과를 물려줘야 하는 요구가 있고, 새 세대는 임상술기를 익히고, 안정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요구가 있으니까요. 수련기회를 제대로 마련하기 힘든 요즘, 이를 통해 양질의 치의가 배출된다면 국민구강건강 역시 이익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父子는 머리를 맞대고, 각 세대의 고민과 입장을 이야기했다. 늘상 소통을 해온 아버지와 아들답게 서로 해법도 소통에서 찾았다. 잘 들어주고, 잘 도와주고, 이끌어 주는 것.
이런 그들이 함께 설계하는 미래의 치과는 어떤 모습일까.

아버지 이제 아들에게 이 공간을 물려주겠죠. 늘 환자가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치과의사, 그런 분위기의 치과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내 가족이 와서 치료받는 것처럼 성심성의껏 하고, 돈을 조금 들이고도 좋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우면 환자가 압니다. 그러면 정말 치과가 잘 돼요.

아들 요즘 치과들보면 굉장히 럭셔리한 것 같아요. 어느 때는 동네 아주머니, 아저씨들이 오기에 부담스러운 공간 같아 보이기도 하구요. 저는 늘 아버지가 그래오셨던 것처럼, 동네 분들이 편안히 들를 수 있는 그런 문턱 낮은 치과였으면 합니다. 돈 없는 사람들도 부담없이 찾아와 치료받을 수 있는 치과를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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