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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나으리와 나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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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나으리와 나리에게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3.10.19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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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Lily), 2022-03, 송선헌>

 

나으리라 부르는 나리는 정3품 이하의 당하관(堂下官) 벼슬아치로 늘 뒷짐만 지고 에헴만 하는 사대부(死?大夫), 매관매직이 전공인 탐관오리, 퀴퀴한 냄새만 풍기는 늙은이, 고리타분한 꼰대, 과거에 매몰된 치매, 거드름 피우는 교만인, 변화를 무서워하는 겁보, 쌈만 하는 투계(鬪鷄)꾼, 얼굴짝이 두꺼운 철면피(鐵面皮), 자기 배만 채우는 도야지, 풍악만 즐기는 한량(閑良), 쎈놈에게는 기는 사대주의자, 입만 살아 있는 사기꾼, 추하게 사는 양아치인 줄 알았다.

나으리라 부르는 나리는 놀고먹는 불한당(不汗黨), 훗날 역사에서 비난받을 모사(謀士)꾼, 보는 앞에서도 속이는 야바위꾼, 구습의 수구주의자, 주체성이 결여된 매국노, 쓸데없는 일만 벌리는 호사가(好事家), 쾌락만 찾는 에피쿠르스, 정이라곤 없는 냉혈인간, 배알도 없는 무뇌인(無腦人), 세금만 축내는 세충(稅蟲)이, 자존심도 없는 칠푼이, 매번 다른 다중인격자, 점잖은 척하는 위선자, 지르고 보는 한탕주의자, 인기만 쫓는 삼류정치인인 줄 알았다.

나으리라 부르는 나리는 늘 그때그때 얼굴색이 다른 영색(令色)인, 홀리게 하는 삐끼, 겉과 속이 다른 표리부동인, 머리와 몸이 다른 문제인, 방어기제가 덜 발달된 미숙아, 유머가 마른 반(半)건조인, 약자에게 강한 똥82, 역지사지를 모르는 Dung고집쟁이, 모두가 잘살 수 있다고 구라치는 뻥쟁이, 자기편엔 내romance남不인, 과거와 남 탓만 하는 타짜인, 권불십년(權不十年)을 모르는 오만(傲慢)인, 일만 터지면 견강부회(牽强附會)의 달인인 모사꾼인 줄 알았다. 그러니 나의 적은 남이 아닌 나(我賊我?), 나리들은 수신(修身)부터 하면서... 나 또한 감사하게! 몸은 낮게! 마음은 곧게!
 
나리 너! 지금은 도로로 수용된 고향집 우물가에 있던 작은 화단에 피어나 무서웠는데 아마도 어린 나에게 붉은 색이 상여를 연상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은 참나리가 무서울 정도로 붉게, 깊은 여름에 나리는 꽃말처럼 순수한, 울릉도 나리분지도 나리꽃이 많아 그리 되었고, 특이하게 산나리에는 향기가 없고, 꽃이 아닌 살눈으로 낮게 번식하는데, 거만한 나리들만 제 것인 양 꺾어 가는데 아프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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