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프라모델 & 건프라월드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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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봉기 원장의 YOLO 라이프] 프라모델 & 건프라월드 上
  • 민봉기 원장
  • 승인 2020.04.29 17: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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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모델 vs 치과의사
어릴 때부터 로보트 태권브이 같은 SF 만화를 좋아해 자연스럽게 공상 과학적 상상력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로망을 줄곧 가슴 속에 품었다. 지금까지 세월을 뛰어넘어 프라모델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그때 좋아했던 SF를 삶 속에서 꾸준히 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과거의 자신과 교감하는 느낌도 들고 말이다.

치과의사도 처음부터 꿈이었다. 유치원 때 장래희망을 그려보라는 선생님 말에 의자에 누워있는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을 그렸다. 사실 피가 무서워 피를 덜 볼 것 같은 치과의사를 택했는데 어쩌다 보니 10개의 치의학과 중에서 가장 피를 많이 보는 구강악안면외과(OMFS)를 공부했다. 그래도 환자에게 양악 수술이나 턱 수술, 암 수술을 해드리면서 보람을 느꼈고, 꺼리는 것을 피해가지 않고 부딪히는 것이 내 스타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격적으로 프라모델을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군 복무로 해발 800m의 산골짜기 하장보건지소에서 공중보건의로 근무했다. 하루에 한 번 환자를 볼까 말까 했는데, 그 때 손가락이 무뎌지는 것이 두려워 손에 쥔 것이 프라모델이었다. 제대 후 개원하면서까지 틈틈이 만들었다. 작은 작품 하나를 만드는 것도 처음에는 기술이 없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지만.

바카크 대회 출품작 ‘A Better Tomorrow’

현대의 종합예술 ‘프라모델’
프라모델은 수십 개부터 수백 개의 작고 정교한 부품을 하나씩 접합해 형체를 만든 후 도색과 스티커 부착 작업을 거쳐 완성된다. 쉬운 레벨도 있지만 인내심을 요구하는 섬세한 제품도 있다. 필자는 이 제작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제작자가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작품을 좋아한다.

사실 프라모델은 있는 그대로 조립하고 도색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웨더링(풍화작용이나 세월의 흐름을 표현하는 작업)도 신경 써야 하고, 로봇이 무거운 방패를 들어야 할때는 둘을 연결하는 자석의 크기와 자력을 결정하는 물리적인 지식도 필요하다. 또 기존 제품에서 의도한 바를 따라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상상력과 위트를 더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의 작례와 똑같이 만들지 않고, 모형의 모양을 바꾸어 보거나, 도색의 경우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 다양하게 시도하는데, 연구할 것이 많다 보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작은 작품은 기본 한 달 정도 걸리고 큰 작품은 1년가량, 작품에 웬만큼 심혈을 기울이면 반년이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정성껏 완성된 작품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지니게 된다. 그 세계관에 흠뻑 빠져들어 세밀하게 재현해내고,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 본인이 타고 싶은 기체를 만들어 자신이 작품의 세계관에 속하게 함으로써 작품을 꿈속에만 두지 않고 현실로 끌어낸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는 필자의 성인 ‘민’자가 초서체로 새겨져있다.

소재의 품질도 무시할 수 없다. 처음 프라모델을 시작했을 때 철물점에서 온갖 생소한 도구들을 사들여서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는데, 락카 스프레이로 모형에 색을 입혔더니 부품이 녹는 참사도 겪었다. 아마 프라모델 입문자라면 한 번쯤은 소재의 이해 부족으로 실수를 경험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치과에서 조형을 하거나, 깎고 갈아내는 작업에 익숙해 그런 실패가 두렵지 않았고, 끈기를 가지고 도전한 결과 점점 능숙해졌다.

프라모델에 사용되는 모형재료는 일반재료보다 섬세하고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그보다 더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것이 의료용 재료다. 어찌 보면 치과의사로서의 경험을 통해 프라모델 조립에 필요한 최소한의 내공을 미리 갖춘 셈이다.

바카크 대회 출품작 ‘A Better Tomorrow’

17년 넘게 프라모델을 해왔지만, 필자는 요즘 새로운 소재를 시도하고 있다. 전동칫솔을 분해해 비행기 모형의 모터로 쓰고, 전선을 표현해야 할 때 GPS를 뜯어내기도 하고, 수술용 실을 사용한 적도 있다. 2005년 홍콩에서 열린 바카크 대회(Bandai Action Kit's Universal Cup의 약자로, 아시아 9개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의 프라모델러들이 참여하는 세계 프라모델 대회)에 한국 국가대표로 참가했을 당시의 작품 ‘A Better Tomorrow’는 더욱 특별하다.

건담의 본체만 제품부터 개조하기 시작했고, 그 외 부품은 프라스틱 판을 잘라 바닥과 기둥을 만드는 등 전부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조형, 기술, 도구, 물감, 사진촬영, 사람들과의 소통, 이 모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 프라모델이야말로 현대의 ‘종합예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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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만 2020-05-02 16:09:40
섬세한 손길이 도움을 필요로하는 다양한곳에서 쓰이길 바랍니다~^^

팝핀준호 2020-05-02 14:08:23
크으~~~~멋지십니다!!! 치과진료도, 프라모델도 모두 만능으로 잘해내시는 민봉기원장님 화이팅!!!

이런 제품어때요?
놓치면 후회할 핫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