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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헤르미온느의 타임 터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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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헤르미온느의 타임 터너
  • 박정철 교수
  • 승인 2016.11.0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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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단국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교수


해리 포터의 모험 시리즈에는 해리의 단짝으로 헤르미온느라는 공부를 남달리 열심히 하는 학생이 등장한다. 이 소녀는 남들보다 더 많은 수업을 듣기 위해서 맥고나걸 교수로부터 ‘타임 터너(Time turner)’라는 마법 도구를 받아 시간을 거스르는 방법을 이용해 남들보다 두 세배 더 많은 수업을 듣는다. 체력적으로는 부담이 되지만 지적 욕구나 성취 욕망이 큰 경우에는 아주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필자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본과 2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HTTP(Hermione’s Time Turner Project)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치과대학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론적인 깊이나 고도의 사고력을 요하는 과목보다는 단순 반복과 숙련을 목적으로 하는 임상과목의 비중이 많아진다. 그러다보니 전국 상위 몇 % 되지 않는 우수한 성적으로 치대에 온 학생들은 자신들의 지적 호기심과 성취감을 더욱 충족시키기 위해 동아리 활동이나 기타 학교 외 생활에 빠져들게 된다.

이처럼 에너지가 남아도는 학생들에게 치의학은 물론 의학, 기초치의학, 의학윤리학 등 다양한 치의학 관련 학문을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이에 대한 노력을 학점으로 보상하면 어떨까? 바로 이 것이 마치 헤르미온느처럼 남보다 수업을 더 많이 듣고 학문적 성장을 꾀하는 HTTP 방식이다.

이러한 시도는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해서 가능하게 됐다. MIT와 Stanford 대학이 주도해 강의 내용을 일반인에게 온라인상에 무료 공개한 이래 Courser, EdX, Udacity, Futurelearn 그리고 K-Mooc까지 수많은 온라인 학습 서비스가 등장했고, 전 세계 유수 대학의 최고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교과목들이 수백 개씩 온라인상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게다가 몇만 원만 내면 과정 수료 시 그 대학의 인장이 찍힌 수료증을 받을 수 있고, 이를 실제 자신의 이력서에도 기록할 수 있으니 학생 입장에서는 큰 부담 없이 양질의 교육을 더 쉽게 누리고 경력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제 아무리 똑똑하고 공부를 좋아하더라도 정규 교과목 외에 별도로 수업을 하나씩 더 들으라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참여 할까 의심쩍었는데 놀랍게도 본과 2학년 70명 중 30여 명의 학생이 열심히 ‘과외 수업’을 받고 있다. 알고 보니 학생들은 학교에서 받는 교육 외에도 더 많은 내용을 소화할 능력이 있었던 것이다.

학부생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자신을 얻은 필자는 이러한 방식의 HTTP를 치주학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들에게 적용시켜봤다. 지정해 준 과목은 최근 전 세계 치과대학 순위 1위에 오른 홍콩대학 치과대학에서 개설한 임플란트 강의였고, 필자 역시 세계적 대학들은 임플란트를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함께 수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홍콩대학의 인맥을 총동원해 전 세계 석학들을 초대해 다채롭게 연자로 구성한 것이 일단 큰 도움이 되었고 전 세계의 수많은 수강생들과 동시에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 색다른 경험이 됐다.

수련의 중 한명은 토론 게시판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그 이후 며칠 사이에 900건의 댓글 알림이 와서 패닉에 잠시 빠졌다고 고백했다. 이제 몇 주만 더 고생하면 필자도 홍콩대학의 수업을 이수했다는 이력이 생김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MOOC의 다른 과목들을 더 찾아 듣게될 용기가 생기게 될 것 같다.

학생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들은 흔히 학생들의 지식의 그릇에 지식을 채워주는데 집중한다. 하지만 진정 좋은 교육은 그릇을 직접 채워주기보다 그릇의 크기를 키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고 색다른 자극을 줌으로써 그릇의 크기가 키워진 많은 학생들이 더욱 훌륭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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