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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치통침, 들어는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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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치통침, 들어는 보셨나요?
  • 조현빈 학생
  • 승인 2016.10.27 0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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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치과대학 본과 3학년 조현빈 학생


최근 한 인터넷 카페의 ‘수두 파티’가 논란이 된 바가 있었다. 수두 파티는 백신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자녀를 인위적으로 수두에 이환시켜 내성을 얻을 수 있도록 수두에 걸린 아이들을 초대해 그들의 자녀들과 어울리도록 하는 것이란다. 자녀에게도, 자녀 주변 사람들에게도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런 발상은 도대체 어떻게 나온것인지 궁금해져서 직접 해당 인터넷 카페를 방문해봤다.

‘아이 변이 이상하다. 피부에 뭐가 났다. 열이 난다. 기침을 한다’ 등 아무래도 병원에 가서 얘기해보는 편이 나을 법한 얘기들이 적지 않다. 현대 의약품의 도움을 웬만해선 받고 싶어하지 않는 집단답게, 그러한 게시물에 달린 답변들의 내용은 ‘뭐 이러저러한 음식을 먹여라. 어딘 따뜻하게 어딘 차게 해라. 어디를 주물러 줘라’ 등이었으며, 특히 그 카페에서 만병통치제로 통하는 것 같은 숯가루, 매실액 등등을 복용시키라는 답변의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석션이 고장난 기공실에서 석고 가루를 통째로 먹을 때 같은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다가, 혹시 하는 마음에 치과 관련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다.

“이거 충치인가요?”, “치약 써도 되나요?”, “유치도 치료해야 하나요?” 다양한 질문들 속에 치과 내원을 권하는, 나의 상식에 부합하는 답변들 외에도 도통 이해가 안 되는 여러 답변들. “숯가루를 먹이세요”, “죽염을 쓰세요”, “치통침을 쓰세요”….

5년째 치과대학을 다니면서도 접하지 못했던 치의학의 신세계가 이곳에 펼쳐져 있었다. 바깥귀의 Antitragus 부위에 0.5cm 되는 침을 놓는 사진을 올려두고 충치, 치통, 이시림이 있으면 놓으란다. 구내염이나 잇몸병 관련 게시물에도 어김없이 치통침 놓으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세상에. 유치 시기가 지날 때까지만 치통침으로 버티란다. 세-상에….

척 보기에도 난해한 저런 방법들을 백신도 못 믿는 부모들이 믿을까 싶지만, 회원 수가 무려 4만 명이나 되는 이 카페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이 카페에는 위의 방법을 이용해 아이들을 치료한 후기 게시판이 따로 있는데 그곳에 올라오는 글들은 그야말로 찬양 일색이다. 게다가 이 부모들의 학구열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꽤 그럴듯할 레퍼런스까지 붙여가며 내가 아는 치의학적 지식과는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설파하고 있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충치는 박테리아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며, 치아는 스스로 재생될 수 있기 때문에 치과 치료는 필요 없다. 더구나 특정 치과 치료는 Focal Infection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피하는 것이 좋다.’

이 글을 쓰신 분은 무려 충치가 박테리아 때문이 아니라는 해외 논문을 첨부했고, 치아 재생에 대해 쓴 영문 기사를 번역, 인용했으며 Focal Infection에 대해서도 방대한 양의 글로 설명을 했다. 물론 첨부한 해외 논문은 1920년대 것이고, 기사는 치아 재생이 아닌 Remineralization에 대한 것이며 Focal Infection에 대해선 완전 반대로 설명했지만.

이렇게 자녀들을 걱정하고 긴 글들을 꼼꼼히도 읽어가며 열심히 공부하려는 부모들이 도대체 왜, 수많은 연구와 임상 실험으로 검증받은, 검증받고 있는 지식과 이를 배운 전문가들은 믿지 못하면서 한낱 인터넷 카페의 일회성 후기들과 사이비 전문가들에게 열광하는 걸까 하는 생각에,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났다.

그런데 글들을 계속 보다 보니 스치는 생각. 이게 과연 이 사람들만의 문제일까?

치과 가보라는 답변에 항상 따라오는 말이 있었다. “치과 꼭 여러 군데 가보세요”.

일부 치과의 부정적 진료 사례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치과의사라는 직군에 대한 신뢰도는 분명히 떨어져 있었고 치과대학생의 시각으론 이해 가능한 범주의 치과의사 개인의 진료 스타일 차이나 재료 선호도 차이도 그들에겐 불신의 씨앗이 돼 있었다. 더구나 체어 타임이 짧아질 수밖에 없는 국내 진료환경 때문에, 잘못된 지식과 오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교육과 홍보가 없다면 열정이 넘치는 학부모들이 찾을 오아시스는 인터넷과 이웃의 경험담이 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나의 답답함과 화가 결국 미래의 나의 책임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미치자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졌다.

며칠 전에도 그런 환자분이 계셨다. “주변 사람들이 스케일링하고 나면 더 아프고 시리다고 하지 말라던데요?”

주체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나는 또 선생님을 기다리는 내내 “어머님~ 그게 처음에 좀 시리고 아프긴 하신데요~…” 장황한 일장연설을 했더란다. 결국 그분은 스케일링을 받겠다고 하셨고, 꽤 긴 시간 동안 스케일링을 진행했다. 스케일링이 끝나고, 환자분께서 고맙다고 음료수를 하나 사주셨는데, 그게 어찌 그리 뿌듯하던지.

내가 치과의사가 되고 난 후에도, 이런 뿌듯함을 계속 느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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