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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우리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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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시각] 우리에게는 확신이 필요하다
  • 조현빈
  • 승인 2016.03.24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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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학교치과대학 본과 3학년 조현빈 학생

 

연애 이야기, 여행 이야기, 취미 이야기등 항상 빠지지 않는 주제들은 많이 있지만, 나이를 먹고 졸업이 다가오는 만큼 이번 방학에 친구들과 만나 특히 많이 했던 이야기는 무엇보다 진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해 얘기할 때면, 치과대학생인 나는 친구들에게 종종 부럽다는 소릴 듣곤 했다. “야~ 너는 졸업만 하면 돈 많이 벌테니까 좋겠다…” 하는. 그런데 이번엔 좀 달랐다.

치과도 예전 같지 않다는 나의 다년간의 세뇌 때문일까, 아니면 졸업반의 막막함 때문일까. “야~ 너는 졸업하고 뭐할지 고민 안 해도 되니까 좋겠다…” 라고.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긴 하다. 학점, 토익, 어학연수, 봉사활동…. 온갖 스펙을 다 쌓고도 앞길이 안보이고 뭐가 될지 모르는 타 과의 학생들에 비해, 치과대학생은 졸업 후 국가고시만 잘 넘긴다면 자신의 미래를 그리는 일이 상대적으로 쉬우니까.

나 또한 이것이 치과대학의 큰 메리트라고 생각해왔고 막연하게나마 졸업 후엔 얼른 공보의를 마치고 일을 시작해서 집안에도 보탬이 되고, 그즈음 대학생이 될 동생의 등록금도 보태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엔 이런 부러움들에 대해 마냥 가슴을 쓸고 있을 수만은 없게 됐다. 막상 졸업 후의 내 모습을 전혀 그릴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치과의사전문의제도가 치협안으로 확정되면서 내가 졸업하는 해인 2018년부터 기수련자에게도 전문의 응시기회가 부여되고, 신설 과목도 생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전문의가 어떻게, 얼마나 많이 배출되는 걸까? 신설 과목이 생긴다면 무슨 과목인가? 나도 전문의가 돼야 할까? 당장 2년 후의 일임에도, 이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곳은 아직 없는 것 같다.

졸업을 2년 앞둔 당사자의 입장으로서는 혼란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이제껏 그려오던 미래를 송두리째 뒤엎어야 할 수 있는 일인데도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니 말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한 부분은, 이러한 고민을 동기에게 토로했을 때,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동기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왜였을까?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고한 계획이 있어서? 대학원비나 수입이 생기는 때가 늦어지는 것에 부담 갖지 않을 정도의 여유가 있어서? 제도에 대한 정보를 더 잘 알 수 있는 자신만의 채널이 존재해서????
아니, ‘몰라서’다.

 


치협안이 확정돼 전문의의 수가 늘어나고, 신설과목이 개설될 예정이라는 것을 많은 동기들이 몰랐다. 지상파 저녁 뉴스나 신문 1면에 나오는 소식도 아니고, 별다른 홍보도 없으니 치협 홈페이지를 들어가 본다거나 하지 않는 한 이러한 소식을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전문의제 개선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일 때에도 그에 대한 소식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기들에게 직접적으로 홍보한 곳은 치협도, 보건복지부도, 학교도 아닌 나와 다를 바 없는 학생들, 전치련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아직 배움이 많이 필요한 학생의 신분인 만큼 어떤 형태의 제도가 치과의사 사회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우리 학생들의 대표와 우리가 걷는 길을 앞서 걸어가신 지혜로우신 선배님들의 오랜 논의 끝에 결정된 사안이니 이를 믿고 따라갈 뿐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상황들에 대해서는 조금의 바람이 생긴다.

개선안의 세부 내용이 조속히 정해져서 혼란을 겪고 있는 혹은 혼란을 겪지 못한 학생들에게 하루빨리 길을 제시해주고 미래를 준비할 시간을 주었으면 하는 것. 그리고 제도 개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인 일반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의 제도가 되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있었으면 하는 것.

이러한 과정들이 잘 이루어진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그 믿음에 확신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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