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감염관리의 핵심은 비말감염을 제외하면 혈액에 의한 병원성 미생물 전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혈액과 접촉했거나 접촉할 가능성이 있는 기구들의 멸균 범위와 보관법, 또 오염시키지 않기 위한 행동 요령 등은 감염관리의 주요한 논점이었다.
멸균 대상이 되는 기구의 범위는 지속적으로 확대됐으며, 임플란트 시술이 보편화되면서 감염 위험이 큰 진료의 감염관리 원칙과 절차들도 상당한 수준으로 정착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관리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가 나올 때 마다 개원가에서는 대책 마련에 당혹스러워 한다. 지침이 분명하면 준수하면 되는데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는 치과 진료의 특성과 환경적 요인에 원인이 있다.
치과는 대부분 별도의 수술실, 병실, 외래 진료실이 구분돼 있지 않고, 같은 공간에서 감염 위험이 큰 진료, 덜 위험한 진료, 위험하지 않은 진료가 혼재돼 행해진다. 진료를 잠시 중단한 채 다른 환자를 진료한 후 진료를 재개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한 진료 중 기구나 재료를 추가로 공급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교차 감염이 신경 쓰이는 번거로운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사실 치과 진료 대부분은 덜 위험한 진료이며, 처치 방법의 특성에 따라 감염관리의 수준을 조절하고 있다. 모든 치과 진료를 임플란트 시술 수준의 감염관리 원칙과 절차를 적용할 수는 없으며, 필요하지도 않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감염관리 문제점은 치과에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경우가 많다. 원내감염(교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의 없다. 그러나 덜 위험한 것이지, 감염위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치과 대부분이 위험한 진료는 높은 수준의 감염관리를 하지만, 덜 위험한 진료는 그에 비해 감염 위험요소 대책이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서 오는 당혹감이지 않을까 싶다.
이미 환자들은 감염관리에 민감해져 있다. 환자의 눈높이에서 상식적으로 던지는 질문의 답을 덜 위험한 진료 과정에서 찾지 않는다면, 환자의 신뢰를 상실하게 되고, 감염관리에 대한 필요 이상의 규제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아래는 환자 눈높이서 던지는 감염관리 질문들이다.
1. 청결한가? - 청결은 환자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필요조건이다. 청결하지 않다면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2. 기구를 재사용하지 않는가? - 타인의 구강 내 또는 진료에 사용된 기구가 (특별한 절차 없이)계속 사용되고 있다고 인지하는 순간 환자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식당에서도 음식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식탁 위의 모든 것을 일부러 한꺼번에 쓸어 담는다. 최근 문제가 된 일회용 의료기구의 재사용은 치과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다른 유사 사례는 없는가?
3. 물(진료수)은 깨끗한가? - 점점 많은 환자들이 진료수 오염 여부를 걱정하거나, 진료수를 삼켜도 되냐고 묻는 환자들도 있다. 물을 삼켜도 될 만큼 진료수가 깨끗하냐고 묻는 것일 수도 있으나, 진료수는 특별한 처리가 돼 있어 삼키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크다.
4. 덜 위험한 기구 및 재료의 보관 상태?-멸균 처리가 필요 없는 기구의 보관과 관리에 소홀하기 쉽다. 환자의 눈에도 적절치 못한 기구 보관 상태는 환자 신뢰를 무너뜨린다.
5. 손? or 글러브? - 글러브를 낀 손은 환자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보조를 하거나 간단한 처치 중에 글러브 교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럴 경우 손 소독제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환자를 안심시킬 수 있고, 교차감염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6. 환경소독(표면소독)? - 개방된 진료 공간에서 환자 교체 시점에 기구 재사용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환경소독(표면소독)을 하는 정형화된 절차가 필요하다.
7. 감염 위험은 없는가? - 원내감염(교차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혹시 있을 수 있는 병원성 미생물의 존재 범위를 제한하고 차단시켜야 한다. 손소독제 사용, 글러브 착용, 표면소독, 기구 공급 등의 행동은 환자를 안심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