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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각자무치(角者無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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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각자무치(角者無齒)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5.07.23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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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성어를 보다 보면 단순호치(丹脣皓齒), 순망치한(脣亡齒寒) 등 치(齒) 자와 연관된 것들이 눈에 띄곤 하는데, 각자무치(角者無齒) 만큼 뜻을 되돌아보게 하는 단어도 없는 것 같다.

 

 

 

 


조물주가 생명체를 만들 때 어느 특정 종(種)이 독식하여 세상을 지배하지 않고 같이 공존하도록 모두에게 공평하게 배려해서 뿔을 가진 자는 날카로운 이빨을 주지 않았고, 아름다운 꽃은 향기를 주지 않았고, 날개를 단 짐승은 두 발과 부리만 주었고, 네 발 짐승에게는 날개를 주지 않았다.

또한 살아가는 공간도 땅 위, 땅 속, 물 속, 공중에서 살아가도록 구분되어 있다. 한때 무소불위의 막강한 角과 齒를 과시했었을 공룡이나 맘모스는 결국 멸망의 길을 걸었으니 참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이라는 자연의 이치가 새삼 경이로워진다.

 

 


「角者無齒」는 특히 많은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닌가 싶다.

인간은 누구나 모든 일을 다 잘 할 수만은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의 재능과 강점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며, 이렇게 할 때에 서로에게 상승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재능 위에 다른 사람이 재능이 더해져야 우리는 더 큰 역량과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며, 할 수 있는 일들과 창조성이 더욱 증대된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상대방의 능력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되는 것이다.

요즘 친구들 사이에 나이든 사람들의 현명한 처세술에 관한 사항들이 카톡방을 통해 자주 떠오르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것 하나가 “어디가서 따지지 말라. 다 너보다는 똑똑하다” 라는 말이다.

가끔 식당이나 가게에 가보면 종업원들이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있다. 그런데 조금 기다려보면 그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는 것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세상살이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角者無齒 뒤에는 남의 능력을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깊은 뜻이 있는 것이다.

우리 학과의 레지던트들의 경우에는 1년차까지 교수들과 팀을 이뤄 함께 환자를 보는데, 옆에서 보면 답답할 때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각자마다 잘 하는 것 하나씩은 꼭 있다.

어떤 친구는 대인관계는 약해도 컴퓨터에 있어서는 도사고, 어떤 친구는 세미나 시간에는 졸고 있어도 환자를 매니지하는 데는 벌써 귀신이다.

어떠한 조직이든지, 이렇게 그 조직의 구성원 중에는 누구나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잘 한 것은 기억해주지 않으면서 못한 것은 잘 잊어주지도 않는다.

가끔 외국 학회에 가보면 나이 든 노 학자들에게 어떤 명분이든지 세워서 시상도 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을 보고 그네들의 인정(Recognition)문화가 참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요즘 매일 전문지 기사를 보면 치과경기가 나쁘다, 매년 어느 만큼의 치과가 폐업을 한다는 등의 우울한 소식뿐인데 돈 안들이고 신명을 낼 수 있는 일이 바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뿔을 찾아주는 일이 아닌가 싶다.
동료도 좋고 데리고 일하는 직원이면 더욱 좋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강한 뿔을, 숨겨져 있던 예쁜 뿔을 찾아내서 빛나게 해주면 조직원들 간에 우애도 깊어지고 힘든 하루하루도 결코 우울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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