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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不尙賢 使民不爭 :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싸우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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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의 칼럼] 不尙賢 使民不爭 :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싸우지 않게 된다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5.06.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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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연세대학교치과대학 보존학교실) 교수

 

노자를 읽다 보면 노자는 좀 삐딱한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말마다 세상의 좋은 것들은 다 나쁘다고 하고 내용도 알 듯 모를 듯 고승들 선문답처럼 모든 것이 모호하면서 허무주의 느낌까지 난다.

 

 




 

노자의 대표저서 도덕경에 보면
不尙賢 使民不爭,
불상현 사민부쟁
不貴難得之貨 使民不爲盜,
불귀난득지화 사민불위도
不見可欲 使民心不亂
불견가욕 사민심불란

이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직역을 하면 “현명한 사람을 숭상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싸우지 않게 된다.
얻기 어려운 재물을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백성들은 도독질 하지 않게 된다. 욕심 낼 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은 어지럽지 않게 된다” 라는 뜻이란다.

원래는 민심을 얻기 위한 제왕의 통치철학을 말하려는 내용으로 밑의 두 구절은 그런대로 이해가 가는데 현자를 숭상하지 말라는 뜻은 무엇인가? 우리가 민족의 멘토처럼 떠받드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을 숭상하지 말라는 이야기인가?

 

도올은 여기에 대한 해답을 자본주의적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풀어낸다.

즉, 금세기 최고의 명성을 얻은 아인슈타인이라든가, 케네디 같은 인물들은 최고를 지향하는 자본주의적 문명과 그에 따르는 인센티브를 받으려는 현대인들의 정서와 궤를 같이하고 그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이라든가, 케네디 같은 인물이 되고 싶어 안달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리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인 병폐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는 것이 힘이다.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대계다” 라는 말은 의미가 없는 것인가. 성현들의 가르침을 배울 필요도 없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배나 불리고 살면 되는 것인가. 현자가 그럴진대 재화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不貴難得之貨(불귀난득지화), 직역의 의미는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도록 하라지만 속뜻은 재화를 얻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어렵게 얻은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재화를 아예 벌지 않는 것과 재화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이다. 쉽게 얘기하면 돈의 노예가 되지 말고 열심히 일하고 벌되 재화에 목숨을 거는 일은 삼가라는 의미라고 노자 해석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혼자 사는 사회가 아니다.
不見可欲(불견가욕), 욕심낼 만한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은 어지럽지 않게 된다. 말은 쉽지만 옆집 사람은 잘 사는데 내가 못 산다면 참을 수 있겠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 주위에도 얼마나 많은 현자들이 있고 得之貨한 사람들이 있는가. 같은 치과의사라도 잘나가는 현자들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같은 환경에 있어도 어떤 사람은 돈을 너무나 쉽게 벌고 또 다른 사람들은 매일을 難得之貨에 허덕인다.

몇 년 전부터 치과계에 큰 문제로 대두된 네트워크치과도 결국은 잘 나가는 치과의사, 돈 많이 버는 치과의사를 환상처럼 따르다 생긴 병폐가 아닌가 싶다. 한 평생을 살면서 이왕이면 돈도 많았으면 좋겠지만 어차피 나 하고는 거리가 먼 일, 주어진 만큼에서라도 최대의 행복을 찾으라는 2500여 년전 노자의 가르침이 새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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