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9 14:13 (월)
[시론] 김남윤(김남윤치과) 원장
상태바
[시론] 김남윤(김남윤치과) 원장
  • 김남윤 원장
  • 승인 2014.05.15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며…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앞바다에서 인천에서 제주를 오가는 여객선이 좌초되었다는 보도가 처음 나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수학여행 중이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300명 넘게 타고 있었고 곧이어 전원구출 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러나 별일 없겠지 했던 생각은 정반대의 참혹한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속보로 올라오는 뉴스에는 174명가량 구조되고 무려 302명이 사망 혹은 실종되었다는 것이다. 그 중 대다수는 올해 18살 고등학생이었다.

모든 공중파와 뉴스채널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진도 앞바다에서 이뤄지는 구조작업을 실시간 생중계하기 시작했고 모든 국민들은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나도 그 중 한사람이었다.

같은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차가운 바닷물 속에 갇혀있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 매일같이 나를 웃게 만들고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존재가 내 옆에 없다는 자체는 상상도 할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구조자 소식은 간 데 없고 간절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숫자가 늘어갈 때는 같이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심정이었다.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보다가 눈물이 흘러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생중계되는 방송을 보면서 애타는 심정을 같이하며 온 식구가 기도하며 울기도 했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심정이 그러했으리라 생각한다. 하루 종일 내 일처럼 여겨져 마음이 우울했다.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하여 실종자 가족을 만났을 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제라도 총력을 다 하면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거란 희망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절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세월호와 관련한 검은 거래들이 속속들이 밝혀지고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의 총체적 안전 불감증과 관피아와 무사안일주의의 결과였다는 것이 보도를 통해 낱낱이 드러날 때, 나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바닥이 없는 심연에 추락하는 것처럼 절망했다. 그리고 활짝 피어보지도 못하고 먼저 간 꽃다운 아이들에게 미안했다.

지상최대의 작전이라고 보도한 구조작업의 실상은 많이 초라했고, 투입된 연인원은 부풀려서 발표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그마저 허둥지둥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매체를 통해 방송되었다.

리더의 역할, 헌신과 희생과 봉사의 진정한 어른의 모습은 실종되었다. 어른들의 생각으로 만들고 구축한 시스템은 단 한명의 아이조차 차가운 바다 속으로부터 꺼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른의 한 사람으로 더 더욱 정말 미안했다. 

 나도 국민의 한 사람이고 평상시 일에서도 잦은 건망증에 시달리는 사람이지만 이 일은 절대로 마음속에서,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세간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생각하는 이나, 우리 국민의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냄비 근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나, 시간이 지나면 잊혀 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위정자가 있다면 이번에는 판단을 잘못하는 것 이다. 전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생중계로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모든 사람들이 사과한다.

총리가 사과하고, 대통령이 사과하고, 해경의 수뇌부는 스스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진다고 하였다.

제대로 된 보도를 하지 못했던 현장 기자들은 자성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그런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 돌아오겠는가? 반복되는 사과와 반성이 어른들의 부끄러운 잘못을 덮을 수 있겠는가? 모든 것이 달라져야 한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먼저 어른들이, 먼저 리더들이, 앞서서 일하는 사람들이….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며 다짐한다. 부끄러운 어른이 되지 말자고. 부끄러운 어른들의 시스템을 만들지 말자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부끄럽지만 똑같은 실수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기술 트렌드
신기술 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