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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교수의 칼럼]上善若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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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교수의 칼럼]上善若水
  • 이승종 교수
  • 승인 2014.04.17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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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연세대학교치과대학 보존학교실) 교수

 

아마도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좌우명을 들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바로 上善若水 일게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에 나오는 문장인데, 앞부분만 잠깐보면 上善若水(상선약수) 최상의 선은 물과 같은 것인데,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리만물이부쟁) 물의 선이란 만물을 이롭게 하되 다투지 않으며, 處衆人之所惡(처중인지소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머물기를 싫어하느니, 故幾於道(고기어도) 그래서 도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무한경쟁 속을 살아야하는 우리네 현실과는 영 동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있는 걸 보면 사람이 느끼는 것은 비슷한가 보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2000년도 훨씬 넘는 옛날 사람 살이에 무슨 갈등이 그리 많아 이러한 가르침이 나왔나 싶지만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사람으로서 지향하는 바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얼마 전에 치과전문지에 실린 전문대학원 출신 새내기 치과의사의 글을 읽으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본인의 입학면접 때 면접관이 판에 박힌 질문인 “왜 치과의사가 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한 대답이 “깨끗한 돈을 벌고 싶어서”라고 했다고 한다.

사업을 하면 훨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만 치과의사의 일은 다른 어떤 직업 보다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땀으로 일한만큼 보수를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필자도 학교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의 면접을 했지만 이러한 대답을 한 학생은 만난 적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진료 일선으로 배출됐다. 졸업을 하기 전까지는 나름대로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도 있고 사회에 대한 의사로서의 책임감도 생각하지만 막상 졸업을 한 현실은 녹록치가 않다.

한 때는 없어서 못 보내던 우리 보존과 수련의들도 요즘은 페이닥터 자리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모양인데, 하물며 새내기 치과의사는 말할 것도 없이 어려움이 클 것이다.

그런 입장에 무슨 깨끗한 돈이 어떻고 하는 사치스런 생각을 하랴 만은 그래도 뿌리치기 어려운 달콤한 유혹을 애써 외면하고 깨끗한 치과계를 만들어 보겠다고 다짐이라도 해주는 젊은 새내기가 유달리 예쁘고 뿌듯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평생을 같은 자리에서 개업해 오다가 스스로 안식년을 하고 있는 60을 바라보는 치과의사 분과 자리를 같이할 기회를 가졌다. 몇 십년을 같은 자리에서 개업을 해 왔으니 아무리 불황이라도 환자 때문에 어려움은 별로 없으련만 앞으로 단계적으로 본인의 진료를 줄이고 그동안 해오고 싶었던 다른 일들과 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몇 년 전부터는 젊은 후배와 함께 진료를 하고 있는데 참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본인의 수양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새로 배출되는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는 의미에서도 고마운 일이다.

옛 사람들이 물의 처세를 최상의 선으로 본 데에는 물이 가지는 특수한 성질 때문이리라. 우선 물은 만물을 자라게하는 근원이 된다. 물이 없는 생물은 상상도 할 수가 없다. 또 물은 남과 다투지 않는다. 장애물을 만나면 돌아 나가고 남에게 빈틈이 있으면 우선적으로 채워준다. 또 차서 넘치게 되면 스스로 흘러나가 자리를 비워준다.

참으로 이보다 더 완벽한 도가 있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상선약수는 난세를 살아가는 스스로의 처세로서 뿐만 아니라 어려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선배의 깊은 배려의 마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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