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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우리 치과는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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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우리 치과는 안전한가? 
  • 이주화 기자
  • 승인 2023.09.1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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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임세원법)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내 폭행사건 연이어
치협, ‘폭행·협박 대응 매뉴얼’과 ‘치과의료인 폭행방지 포스터’ 배포 활동
이제 개원가를 보호할 수 있는 선제적 대응 전략 준비도 마련해야

 

 

최근 사회적으로 각종 폭행과 폭력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의료기관의 안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9월 4일 오전 10시 30분 경, 남양주시 화도읍의 한 치과의 A 원장은 임플란트 치료에 불만을 가진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보도되면서 개원가의 치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사건을 보도한 SBS측 영상에 의하면 치과 CCTV 영상 속 환자 B씨는 마스크를 낀 채 병원으로 들어서 흉기를 꺼내들고 치과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이후 A 원장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달려들어 흉기로 위협했으나 다행히 해당 치과의 직원들이 재빨리 제압해 부상자 발생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3년 전 해당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뒤 치아 높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수십 차례 불만을 제기했으며, 이에 치과 측은 그동안 무료로 치료를 해주다가 지난달 말부터 치료 비용을 받겠다고 알린 상태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수원의 한 치과에서 환자가 ‘점심시간이라 진료가 불가능하다’는 안내에 흉기를 휘둘러 직원이 머리를 다치는 사건이 전파를 타 문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지난 해 1월에는 임신 중이던 치과의사를 치료 결과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미리 준비한 몽둥이로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2011년 오산 치과의사 살인사건, 2016년 광주 여자치과의사 흉기 피습사건, 2018년 청주 치과의사 흉기 피습사건, 2019년 대전 치과의사 골프채 피습사건, 2020년 서울 치과의사 흉기 피습사건, 2021년 양평 치과의사 폭행사건 등 끊임 없이 치과 종사자들이 환자 및 환자의 보호자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이와 같은 사건들로 인해 현재는 의료인 및 환자에 대한 폭행 등 강력범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법안이 발의된 상태이지만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호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에서 근무 중인 치과위생사 이씨는 “불합리한 요구를 하는 환자들을 보지 않는 날이 없을 정도”라며 “최근에는 치과종사자 폭행 사건은 물론 칼부림 사건들도 뉴스 등의 매체를 통해 자주 접하기 때문에 환자를 대할 때 긴장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어 “최근 콜센터 상담사에게 상습적으로 욕설을 한 악성 민원인에게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처럼 신체적인 폭력이 행해지기 이전에 정신적 고통이 심할 경우 취할 수 있는 대책이 있다면 폭행 사건 등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대한소아치과학회에 실린 ‘일반 진료 치과의사와 소아 진료 치과의사의 스트레스 유발 요인과 직무 스트레스 정도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와 보호자의 협조도 부족’이 치과의사에게 가장 높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소로 나타났다.

191명의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한 해당 연구에서는 직무 스트레스와 번아웃 정도가 높고 특히 ‘매우 예민한 환자를 치료할 때’, ‘매우 협조도가 좋지 않은 환자를 치료할 때’, ‘환자(또는 환자의 보호자)의 기대 수준이 높을 때’, ‘의료 분쟁의 발생 위험성이 있을 때’ 등의 환자 관련 요인에 의해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치과의사 C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치의학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해 이유와 앞으로의 치료 계획을 환자에게 설명해도 ‘이것도 못하면서 무슨 치과의사냐’며 ‘해주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하며 치과의사에 대한 불신이 있는 환자를 치료할 때 받았던 스트레스 사례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치과위생사 D씨는 “요즘에는 환자가 성인이라고 하더라도 환자의 부모에게 치료 진행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기 위해 전화를 하는 일이 잦다”며 “20세가 넘어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성인이기에 환자 본인의 동의 하에 치료를 진행했어도 ‘보호자 동의 없이 마음대로 치료했다’며 항의를 하는 경우가 많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치과위생사는 “보험진료의 경우에도 역정을 내며 할인이나 면제를 요구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다른 환자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비용 수납 없이 보낸 적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6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진에 대한 신체적·언어적 폭력을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19년 고 임세원 교수가 환자가 휘두른 칼에 사망한 이후 ‘임세원법’이 마련됐지만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사건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4월 시행된 ‘임세원법’,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의료인과 환자의 안전을 위해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 중상해의 경우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가중처벌한다. 특히 의료인을 사망하게 하는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지난달 전국 시도지부에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대응 매뉴얼’을 안내하고 ‘치과의료인 폭행방지 포스터’를 배포한 바 있다. 

치협의 ‘의료기관 내 폭행·협박 대응 매뉴얼’의 예방 대처 방안에 의하면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전제로, 환자 등의 과거 범죄이력, 타 의료기관 종사자 피해 사례 등 자료와 정보를 통해 사전에 위험성을 인지하고 예측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대화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성향을 수시로 점검하고, 가급적 환자의 상태와 향후 치료계획,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수행해 사고 발생 위험을 제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


치협 측은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관련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를 위한 관계 부처 협의, 대국민 홍보 포스터와, 치과 병·의원 내 폭언·폭행 예방 및 대응 매뉴얼 제작 등 의료기관 내에서 발생되는 각종 협박과 폭행을 근절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바 있다. 현행법에서 응급의료종사자와 구급차등의 응급환자의 구조·이송·응급처치 등의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으로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외의 진료방해 범주는 ‘그밖의 방법’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률의 불명확성, 모호성으로 인해 법률 적용 대상에 대한 현장의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그 밖의 방법’을 ‘그 밖의 이에 준하는 물리적·심리적 강박 등의 방법’으로 수정해 발의했다.

치과계 역시 점차 증가하고 있는 치과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을 대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보다 면밀하게 살펴 안전한 치과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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