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의 영화관람] 눈 돌릴 틈 없이 가는 시간, 영화 '끝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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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영화관람] 눈 돌릴 틈 없이 가는 시간, 영화 '끝까지 간다'
  • 김종진 원장
  • 승인 2021.08.0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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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향해 끝까지 가게 될까?” 

좀 자극적인 것 같지만, 전 세계적 감염병으로 혼란한데다 날씨마저 변덕스러운 요즘, 마음과 다르게 업무에 속도가 붙지 않는다거나 몸과 마음이 축 처지는 기분이 든다면 한 번쯤 자문해도 좋을 만한 질문입니다. 

7년 전, 빅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할리우드 영화들을 제치고 조용한 선전을 기록했던 한국 영화가 있었습니다.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 ‘엣지 오브 투모로우’ 등이 이 스타일리쉬 무비의 경쟁자들이었지요. 그 사이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탔고, 상영기간이 끝난 지금까지도 이 작품은 ‘웰메이드 무비’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15개의 수상 실적과 칸 영화제에 조용히(?) 초청된 명작, 바로 이선균/조진웅 주연의 <끝까지 간다> 입니다. 관람객 입장에서 <끝까지 간다>의 장르는 복잡합니다. 액션과 스릴러, 코미디까지 얽혀 있는데다 나름의 드라마도 들어있지요. 김성훈 감독 특유의 긴박하고 통쾌한 연출과 배우들의 대체불가한 열연이 일품입니다. 

비리 형사 고건수(이선균 분)는 첫 장면부터 인생 최악의 하루를 시작합니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던 중 경찰서에 감찰이 출동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잘못이 드러날까 조마조마해가며 음주 상태로 경찰서에 가다가 한 사람을 차로 치게 되는데, 비리에 살인까지 드러나게 생긴 상황이라 주인공은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다시 운전을 합니다. 음주 단속에 걸리고 동료들에게 팀 비리를 덮어쓰라는 말까지 듣게 된 최악의 상황에서, 차량 수색을 앞두고 트렁크 속 시신을 장례 중인 어머니 관 속에 숨기고 맙니다. 그 이후 아슬아슬하게 장례를 마쳤지만, 더 큰 위기들이 계속됩니다. 느닷없이 고건수의 뺑소니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박창민(조진웅 분) 경위가 나타나 시체를 넘기라고 협박하며 따라다닙니다. 뺑소니 친 적 없으니 시체도 못 넘긴다는 고건수와, 무슨 이유인지 킬러 같은 살기를 띄며 주인공을 쫓는 박창민과의 대결이 쉼없이 계속됩니다. 매력적인 여러 장르가 뒤섞인 데다 숨 쉴 틈 없는 긴박한 스토리가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이 영화 앞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끝까지 간다', 영화를 보기 전과 후, 주인공의 표정이 다르게 느껴지실 겁니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치과의사인 제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이 질문은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고민하다 보면, 조금 싱거운 말이 될 지 모르겠지만 결국 ‘치과의사’로서의 의무와 역할로 귀결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걱정과 자긍심을 동시에 느끼는 직업이기 때문일까요? 영화처럼 숨쉴 틈 없이 세월이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중요성이 점점 크게 느껴지는 것은 바로 ‘예방(prevention)’입니다. 무엇이든 심각해지기 전에 막을 수 있다면 큰 축복입니다. (일을 크게 키우는 영화 속 고건수를 보며 느꼈던 생각 중 하나입니다.) 유전적 요인, 고르지 못한 치열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진행된 충치와 같은 불리한 구강 컨디션을 이미 가지고 있다면, 치주 문제 뿐 아니라 끝내 발치를 해야 하거나 치과 외 기타 질환으로 발전하는 등 더 이상 심각한 결과로 나아가지 않도록 하면 됩니다. 그것이 최선의 조치이자, ‘예방’의 진정한 목적이지요. 

예방치과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는 스케일링의 중요성을 전 국민이 알게 된 좋은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기준 국내 환자수, 요양급여비용 총액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질병은 아이러니하게도 ‘치주질환’ 입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예방치과의 발전방향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선생님들과 세계적인 디지털 기술을 보유했기 때문에, 지금 어떤 방식으로 환자를 만나는가에 따라 더 빨리 전세계 예방치과의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로 예방 측면에서의 치과 발전방법을 제안해 보고자 합니다. 

#1. Digital Dental Charting 
환자의 정기 내원은 예방치과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좋은 의사를 만난다 해도 정기적인 내원과 진료가 없다면 절대로 구강 질병을 예방할 수 없습니다. 

현재 국내 요양급여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치주질환의 경우, 국민의 3분의 1이 앓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아주 높은 비율로 발생합니다. 결코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될 만성 질환이며 발병 후에도 오랜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가 수반되어야 합니다만, 징후가 있어도 바로 내원하지 않는 등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년 1회 보험 적용이 되는 스케일링 덕에 치석 제거로 예방하거나 치주질환을 발견하게 되어 다행이지만, 치주질환을 예방하기에는 충분한 수준이 아닌 듯합니다. 

그렇다면 추가적인 예방법이 있어야 하는데, Periodontal Charting이라고 불리는 치주 차트 작성이 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가 치아와 잇몸의 건강을 상세히 진단하고 설명하는 과정입니다. 현재는 검진 중 필요한 경우에 한해 probing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어져 스케일링과 같이 의무적으로 상세 검진이 진행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기적인 차팅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구강 변화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국내에서도 이 부분이 보다 활성화된다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Pocket Depth, BOP, Mobility, Recession(Hyperplasia) 등 상세 항목들이 수치화되어 디지털 데이터로 관리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환자의 구강 상태를 점검하면서 이를 체계적으로 데이터화하고, 향후 이전 데이터를 토대로 점진적인 치료 계획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차트 데이터를 가시화해 상담 자료로 활용하면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진료의 질 역시 높아질 것입니다. 나아가 한 차트에 충치, 임플란트 등 환자 치아 및 치주의 모든 상태가 수치화되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치주 차트’를 넘어 ‘덴탈 차트’를 제공할 수 있다면 예방치과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이를 측정하는 방식 또한 변화할 수 있습니다.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은 의사가 진료 중 음성만으로 즉석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병원의 비용적인 효율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요즘같이 비접촉이 중요해진 환경에서는 꼭 필요한 과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Data Dentistry 
형광 구강 측정 기술 큐레이를 개발한 아이오바이오의 윤홍철 대표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덴티스트리의 미래는 바로 데이터 덴티스트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키워드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양한 디지털 장비로 얻어진 정보를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엑스레이보다 더 자세한 진단이 가능한 장비를 통해 우식 정보를 미리 수치로 저장하는 기술은 진단 이후 미래 구강상태를 예측 가능하게 해 예방치과의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조금 다른 방향에서, 진단-예측-예방의 전 과정을 아주 세밀하게 항목화하여 데이터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눈으로 직접 확인 가능한 이미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 외에도, 치주낭 측정과 같은 수기 진단이 필요한 진료 역시 즉석에서 자동으로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준다면 어떨까요. 치주낭 측정뿐 아니라 구강건강 척도가 되는 모든 항목들을 체계화해 한 번에 기록하고 추적할 수 있다면 필요한 시기에 더욱 깊이 있는 인사이트 측정이 가능할 뿐 아니라, 환자 개인 별 ‘맞춤형 덴탈생애주기관리 서비스’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정확한 데이터의 누적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양질의 데이터’ 입니다. 

#3. Technology 
한국의 디지털 기술이 다방면에서 앞서 있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증명되어 있습니다. 이제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여 치과 분야에 적용할 것인가의 경쟁이 될 것입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 유수의 기업들이 진화된 기술을 적용한 솔루션을 내놓고 있습니다. 첨단 디지털 장비를 치과 진료에 적용했고 치과는 물론 환자들도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편리해진 환경을 만나고 있습니다. 구강 컨디션을 정량화하고 민감한 덴탈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비약적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의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이것은 조금 더 창의적인 영역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 개발의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서 전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입니다. 

AI와 블록체인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두 가지 기술을 활용한 덴탈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지만 모두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활용 방법에 저마다의 특화된 차이점이 있는 것이지요. AI는 의료영상을 토대로 질병을 진단하고 예측하는 영역에서 쓰일 수도 있지만, AI가 직접 환자의 구강 상태에 따른 치료 계획을 수많은 옵션으로 의사에게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치의가 최종적으로 결정한 치료 계획이 자동으로 청구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덴탈 정보를 암호화해 보안 영역을 강조할 수도 있고, 이 기술을 코인에 적용해 환자의 의료 데이터 소유 권한과 엮을 수도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환자와 치과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보험청구 영역에도 활용할 수 있지요. 

#끝까지 가는 것을 막으려 끝까지 간다.
영화 속 주인공은 본인의 잘못을 은폐하려 끝까지 갔고 결국 원하는 것을 지켜냈습니다만, 여기서 차용하고 싶은 것은 그 내용이 아니라 ‘끈기’입니다. 

예방할 수 있는 것을 제 때에 하지 않아 치아를 상실하거나, 다른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도록 두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킬 수 있었던 것을 잃는 ‘끝’은 보지 않아야 하니까요. 세계적 실력을 가진 국내 치과의사, 선진화된 시스템, 그리고 기술이 잘 접목된다면 모든 환자들이 자연스레 주기적으로 내원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오래도록 더 건강한 치아를 유지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저 역시 그 희망적인 끝을 향해 치과의사의 본분을 잃지 않고 전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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