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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영화관람] 영화 ‘미나리’를 보다가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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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영화관람] 영화 ‘미나리’를 보다가 문득
  • 김종진 원장
  • 승인 2021.05.28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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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위생과 치주관리의 중요성

배우 윤여정이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습니다. 그것뿐이겠습니까. 그녀는 영화 <미나리>로 무려 전 세계 38개 트로피를 거머쥐었습니다. 영화 개봉일을 손꼽아 기다리다 관람한 필자는 요즘 매일이 설렘의 연속입니다.

참 이상합니다. 치과의사 면허를 따던 날과 비슷한 기분이 드니 말입니다. 수십년간 셀 수 없이 많은 영화를 보고 들었습니다. 전도연이 ‘칸의 여왕’이 되고 봉준호가 <기생충>으로 거장의 반열에 오를 때도 행복했지만 이번엔 좀 다른 기분이 듭니다. 단순히 ‘한국인의 긍지’ 정도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입니다.

예전에 어느 기자가 정이삭 감독에게 “한국인 이민자인 감독의 삶이 자서전 형식의 영화에서 잘 표현됐다”고 했는데 오히려 정 감독은 “모든 이민자가 겪는 삶이 영화가 표현하려는 것과 자연스럽게 일치한 것 같다”고 말했지요. 결국 사람의 삶이란 동기가 조금씩 다를 뿐 그 과정과 결과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경험은 달라도 같은 감동을 느꼈기에 미국인을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필자는 치과를 운영하면서 미국과 한국에 절반씩 머무릅니다. <미나리> 속 주인공 가족이 황량한 아칸소에 정착하기 위해 첫 발을 딛는 장면은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과거 필자가 경험했던 낯설지만 설레고 두렵지만 기대되는 기분을 상기시켜 줬습니다. 나름 치과의사로 지낸 기간이 오래라 무뎌진 줄 알았는데 영화 속 ‘제이콥(스티븐 연)’이 온 몸으로 표현한 녹록지 않은 가장의 역할을 보고 있으니 막연하게 ‘숙명’ 같은 것이 떠올랐습니다.

1980년대 이민자들의 입장과 헤아릴 수 없는 노고를 겪어보지 않은 제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지만 한국과 미국의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입장에서 분명한 연대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평론가 분들이 많이 언급한 <미나리>의 핵심인 ‘보편 타당성’을 근거로 얘기한다면 치과의사는 언제나 환자에게 전문 분야 치료 외에 어떤 가치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일까요. 그것이 ‘숙명’이라면 ‘숙명’이겠지요.

그렇다면 환자들의 숙명은 무엇일까요. 바로 ‘건강할 권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치료와 재활의 중요성이야 말할 것 없지만, 구강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 과거와 비견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요즘 1차 예방의 중요성과 그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특히 디지털시대인 지금은 과학적인 분석과 체계적인 정보, 그리고 관련 프로그램의 개발로 질병을 조기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 발생 가능한 질환까지 최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는 구강관리 습관들이 알게 모르게 치주질환을 유발할 뿐 아니라 병을 키우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은 치과의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구강위생과 치주관리는 환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으면 합니다.

치주 질환은 감기보다 흔한 질병이자 전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는 매우 위험한 질환입니다. 올바른 치실 사용이나 칫솔질 등 간단한 습관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였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영유아기 시절부터 구강위생과 치주 건강 관리 습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밸 수 있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미나리>의 말미에 황량한 벌판이 작물로 풍성해지는 장면을 ‘기대하게’ 만드는 연출을 보면 또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끝이 어떨지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고 투박함에 가까운 날것을 계속 보여주는데도 ‘저 사람들 지금쯤 잘 살고 있을 거야’라는 희망을 품게 합니다.

치과의사가 기대하는 예방 차원의 조치들이 생각보다 더디다고 느낄 수 있고 열정보다 척박할 수 있겠지만 전 세계가 극찬한 영화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이 그랬듯 그저 생각해 온 것을 생각하고 하려던 얘기를 하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 환자들 잘 살고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웃을 날 말이지요. 영화 속 윤여정 님의 대사 중 하나가 떠올라 적습니다.  

“보이는 게 안 보이는 것보다 낫다. 숨어있는 게 더 위험한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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