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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없이 시술했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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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 없이 시술했다간 ‘낭패’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09.1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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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 수술도 환자 동의 반드시 구해야
동의서에 의사 자필 남겨두는 습관 필요해

치과 의료분쟁이 의료인 과실 여부를 떠나 부주의한 설명에서 비롯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A씨는 지난 2019년 11번 치아에 부착한 보철물이 파절돼 치과를 찾았다. 파절된 보철물을 제거하고 임시치아를 장착한 그는 며칠 뒤 보철물이 치아 색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시 치과에 내원했다.

이 과정에서 보철물 길이가 줄어들었고 해당 치과 원장은 보철물 인접치인 21번 치아의 길이를 맞추기 위해 임의로 치아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치아를 삭제하기 전 사전 설명이 없었다고 항의했고 이후 시린 증상까지 호소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은 “21번 치아의 연마 정도를 알 수 없으며 치아 삭제로 시린 증상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치아를 삭제한 행위로 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료중재원은 원장의 행위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봤다. 의료중재원은 “행위상 과실이 없더라도 환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다고 볼만한 기록이 없다”면서 환자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으로 200만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이 같은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도 나왔다. 환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수술을 시행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재판부가 설명의무 위반을 적용한 것이다.

2012년 11월 산부인과에서 요실금 예방을 위해 질 성형 수술을 받은 C씨는 수술동의서에 2건의 수술에 대해 동의표시를 했으나 실제로는 5건의 수술이 진행됐다.

이에 1심은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총 2천330만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책정했다. 2심 역시 C씨 주장을 받아들여 손해배상금을 2천500만 원으로 올렸다.

다만 1심과 2심 모두 의사에게 설명의무 위반 과실은 적용하지 않았다. C씨가 동의하지 않은 수술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수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담당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과 함께 설명의무 위반도 적용했다. 대법원은 “환자가 동의한 수술에 통상적으로 포함된 의료행위라도 수술 전 환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면서 “환자의 이해부족을 탓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를 두고 간단한 치료에도 일일이 동의서를 챙겨야 한다는 볼멘소리도 나오지만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치과 의료분쟁 상당수가 소홀한 설명이나 의무기록을 충실히 작성하는 않은 데서 비롯된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설명의무를 준수했더라도 설명한 기록서나 동의서가 없는 경우 불리한 판정을 받을 수 있기에 기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지난 4월 발표한 ‘2020 치과의료기관 의료분쟁백서’에서도 치과 내 의료 분쟁 예방을 위해 환자에게 충실하게 설명할 것을 적시했다. 나아가 상담 내용 또한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둘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의료전문 변호사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확인으로 환자에게 직접 서명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동의서에는 환자 서명뿐 아니라 원장의 자필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추후 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을 높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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