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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인테리어 업체미팅에서 존경과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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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 인테리어 업체미팅에서 존경과 배려
  • 정종호 대표
  • 승인 2019.09.26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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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이버와 떠나는 병원인테리어 여행 ⑮
치과의사출신 병원인테리어 전문기업 정종호 대표

5년 전 필자가 치과 리모델링 공사를 해주고 악연으로 끝난 원장님이 있었다. 공사잔금을 받을 때도 어려움이 있었지만 공사 후에 들은 후일담은 더욱 가관이었다. 지금은 망해서 없어진 업체지만 당시에는 치과뿐만 아니라 의과에서도 호평을 받던 업체였고 필자도 동업을 해보자고 수차례 찾아갔던 T인테리어 업체와의 일이다.

악연으로 끝난 치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치고 상의할 일이 있어 T업체 대표를 만났는데 대뜸 하는 말이 ‘거기 공사하시고 원장님 얼마나 손해 보셨어요?’였다.

제가 ‘거기 공사하고 손해 본 걸 대표님이 어떻게 아셨어요?’라고 묻자 ‘원장님께서 공사했던 그 치과를 6년 전에 제가 인테리어공사를 했었고, 이번 리모델링도 의뢰가 들어왔었는데 예전에 그 원장님께 학을 뗀 적이 있어 거절했거든요’라고 하는 것이었다.

T대표가 전한 내용은 대충 이러했다. 6년 전 처음 공사를 할 때도 이 원장, 저 원장 소개를 해주겠다며 공사비를 최저로 깎았지만 일을 더 해볼 요량으로 거의 원가에 해줬는데, 소개해준 원장님들 또한 인테리어를 거저하려고 해서 금전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더 비참했던 것은 치과에 인테리어업체 사장 2명을 불러다 놓고 서로 견적금액을 알려주며 ‘더 싼 업체를 선택할 테니 진료 끝내고 올 때까지 견적금액을 결정하라고 했다’는 경험담이었다.

이번 리모델링도 필자가 그린 도면을 보여주며 ‘인테리어를 하는 치과의사가 그린 도면인데 당신이 이 도면대로 똑같은 금액에 해줄 수 있느냐’고 제안하는데, 금액도 맞지 않았지만 남의 치과도면 사용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서 퇴짜를 놨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필자도 치과의사에서 인테리어업자로 전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경험이 부족했다. 공사 후에 인테리어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고 견적을 뽑는데도 미숙해 낮은 견적에 손해를 자초한 면도 있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치과 근처만 지나가면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오르는 이유는 배려를 모르는 인간적인 배신감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치과의사이고, 인테리어를 의뢰한 원장님들보다 선배인 경우가 많아 민망한 일이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협력업체 대표님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대부분의 원장님들은 너무 순수하고 좋지만 일부 원장님들은 남의 도면사용을 당연시 하고 ‘인테리어업자는 양아치’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는다는 소리를 듣다보면 같은 치과의사인 내 얼굴이 민망해서 화끈거릴 때가 있다.

‘치과 관련 업자들은 너무 쉽게 일하고 치과의사를 호구로 아는 사기꾼이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원장님들은 ‘재료상이나 인테리어업자는 도둑놈’이라는 말을 달고 산다.

내가 하는 일이 소중한 만큼 남들이 하는 일도 소중하다는 유연한 생각을 갖는다면 A/S도 잘되고 편안한 진료를 돕는 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치과의사와 인테리어업자를 모두 경험해 본 필자가 호스테리어 표준계약서 첫 문구를 ‘존경과 배려는 모두를 행복하게 합니다’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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