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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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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교수의 기묘한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
  • 박정철 교수
  • 승인 2015.07.0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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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이야기」들은 항시 ‘이 이야기는 정말 있었던 이야기이다’로 시작하곤 한다. 이러한 사실감이 있어야 기묘함이 더해지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 역시 정말 있었던 일이기에 더더욱 기묘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Marco Esposito 교수는 Cochrane Oral Health Group의 Editor로서 체계적 종설 (Systematic Review)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이다. 아마도 전 치과계를 통틀어 가장 많은 논문을 읽고 분석한 학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체계적 종설을 작성해 본 학자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이겠지만 이 연구를 위해서는 때로는 수천 편, 평균적으로 수백편의 논문을 검색하고 Data Extraction을 위해서 논문을 조각조각 분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 종설의 대가로 알려진 그는 논문을 감별하고 분석하는 데 있어서 학문적 내공이 어마어마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는 현재『European Journal Of Oral Implantology』의 편집장으로 있어 더더욱 수시로 논문을 받아서 검증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는 늘상 많은 연구들을 접하고 있다보니 그는 직업상 아주 흥미로운 연구들을 그 누구보다 먼저 종종 발견하곤 하는 것 같다. 2012년 그는 매우 참신한 임상연구를 하나 발견했다고 한다.

그 연구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탈리아의 한 단일기관에서 64명의 환자를 상대로 상악동 거상술을 한 부위에 6mm Short Implant를 심어 11~15mm의 Long Implant와 성공률을 비교한 것이다. 게다가 보철 후 3년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라 상당히 임상적으로 의미가 큰 연구였다고 한다. 논문에 제시된 실험 방법에 따르면 임플란트의 식립 시기는 2007년부터 2008년으로 되어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에서 Esposito 교수는 의문을 가졌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사용한 6mm 임플란트는 Astra사의 임플란트였다. Astra사에서 6mm 임플란트가 등장한 것은 2008년 6월 Astra World Symposium에서였고, Esposito 교수 역시도 축하를 위해서 그 자리에 참석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직 출시도 안 한 임플란트를 어떻게 심을 수 있는지 궁금해진 것이다.

 

물론 학계에서는 제품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회사로부터 제품을 연구 목적으로 받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그는 큰 의심은 없었다. 단순히 논문의 검증을 위한 확인 차원에서 Astra사의 이탈리아 담당자에게 연락을 했지만 2007년에는 Short Implant를 공급한 적이 없다는 답을 들었다. 결국 그는 저자에게 직접 문의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사실 2007년부터는 환자 모집만 시작한 것이고 실제 식립은 2008년부터였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았는데, 그 순간부터 그의 의심은 더더욱 깊어졌던 모양이다. 아니, 서서히 확신으로 굳어졌는지 모르겠다.

좀 더 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Esposito 교수는 결국 연구를 진행한 기관의 임상윤리위원회에 연락을 직접 해 보았고 그런 연구 계획을 평가한 적이 없다는 답을 얻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좀 더 조사해 보니 64명의 환자들은 그 과에서 치료를 받은 적도 아예 없었고,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그 병원에서는 Astra사의 임플란트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한 편의 수사물을 보는 듯한 스펙타클한 추적이었다.

이런 연구들이 흔한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사실을 밝히면서 Esposito 교수는 짧은 Editorial을 작성했다. 이 글에서 그는 “이러한 연구를 새로운 연구 분야의 하나로서 유령 임상 연구(Ghost Randomized Clinical Trial, Grct)라고 분류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새로운 연구 분야의 탄생이다. 이제 유령도 임상 연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인가.
정말 기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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