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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젊은 치의 ‘인수’로 꼬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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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젊은 치의 ‘인수’로 꼬신다
  • 정동훈기자
  • 승인 2015.04.09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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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장치과 및 일부 의료재단, 치과의사 초년생 대상 허위선전 횡행


유사의료생협이나 치과 그룹, 의료재단의 탈을 쓴 사무장 치과들이 젊은 치과의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8일 C 치과그룹의 한 지점 원장은 압구정에 위치한 치과를 양도한다는 글을 홍보했다. 그동안 치과가 잘 돼서 확장 이전한다고 치과 인테리어까지 모두 그냥 준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기에 함정이 있다.

지난해 말 초년차 치과의사 A씨는 4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는 C치과그룹의 한 지점을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 해당치과에서 설정한 치과의 가치는 총 4억 원.

A 원장은 지분투자의 개념으로 2억 5천만 원을 은행에서 대출 받아 현재 지점 개설자로 돼 있는 원장에게 지급했고, 나머지 1억 5천만 원을 치과그룹의 자금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해 계약서에 서명했다. 지분투자 방식으로 2억5천만 원만 투자하게 된다고 해놓고 1억5천만 원 약속어음에 서명을 하게 유도하게 한 것이다. 결국 A 원장에게는 4억 원의 채무가 생겼다.

특히 계약 전 해당 지점 원장이 경영이나 기타 병원일은 직접 관여하지 않고도 그룹에서 다 알아서 해주고, 지분 투자 개념으로 월급까지 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계약 이후 500만 원을 월급으로 이체해 주면서 병원 인수 이전 상황과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하다 5개월 이후에는 갑자기 철수해 병원 경영과 진료를 갑자기 혼자 책임지고 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치과의사 A씨는 병원을 폐업하고도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

치과의사 A씨가 겪은 사례에 불과하지만, 비슷한 경험을 가진 젊은 치과의사들이 비일비재하다.

1인 1개소를 위반하고 여러 지점을 내고 있는 치과나 기업형 사무장치과들이 “서울이 경쟁 심한데 개원해서 혼자 얼마나 버티고, 조그맣게 점포 수준으로 차려서 얼마나 버티겠냐? 내 밑에서 교정 배우고 병원 관리 배우고 명의대여해서 몇 년 만 있으면 지점 하나 넘겨주겠다” 말로 초년차 치과의사들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은평구의 G치과도 마찬가지다. 현재 개설자는 1명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2011년 사이 1년마다 개설자가 바뀌었다. 

서울시치과의사회가 지난 3일 서울시 25개구 치과의사회 법제이사 연석회의에서 발표한 ‘사무장치과에 대한 조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사무장치과 의심 의료기관의 특징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잦은 변경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관여 △개설자 변경에도 직원(사무장)의 지속 근무 △비의료인(사무장)에 의한 스탭 근로계약 주도 등이다.

G치과 개설자의 잦은 변경으로 사무장이 치과의사 면허를 대여해 치과를 개설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료재단이나 의료생협, 종교단체, 선교단체 등이 치과 설립을 위해 젊은 치과의사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요양병원을 운영하던 J 의료재단은 서울에 오는 20일부터 치과를 설립하기 위해 신규 치과의사를 고용하고 있다. 또한 M 재단의 경우 2012년부터 치과를 운영하면서 페이닥터를 개설자 명의를 올려놓고 있다.

한 해 배출되는 치과의사 수는 730~800여 명. 이들의 개원가 안착이 힘겹다. 일부 졸업생 초임이 300~400만 원 이상이었지만 경력직 스탭보다 낮게 책정되는 실정 속에서 졸업 후 갈 곳이 없어진 젊은 치의들을 유혹하는 손길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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