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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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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맛집
  • 이재용 원장
  • 승인 2014.08.21 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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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이재용치과 이재용 원장

 

병원 뒤 맛집으로 소문나지는 않았지만 오래된 숯불갈비집이 있다. 이 집에 가면 고기를 자를 때 20년이 넘었다는 가위로 잘라주신다. 새 가위도 많이 있지만 그냥 이 집의 전통이라 아직도 칼 가는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가위를 다듬어서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청와대 앞에 한 그릇에 9000원씩 판다는 이름난 설렁탕, 곰탕 맛집이 있다. 간판도 크고, 인테리어와 음식의 비주얼도 매우 좋다. 그런데 한 TV 프로에 이 집에서 한우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온 이후 손님이 확 줄었다고 한다. 원래 주인의 자식뻘 된다는 현재 주인의 말을 들어보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손님과의 약속,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장인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요즘 치과에서 신문과 우편으로 날아오는 홍보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와 연관된 생각이 많이 든다.

기공소의 사정이 어려워, 기공사들의 회비로 국회의원 수 명을 모신 토론회를 하고, 방책을 세우고 있는 마당에 서로 누가 더 싼가 내기를 하듯이 우편물과 이메일로 수가에 대한 홍보물이 쇄도를 한다.

그런 홍보물을 보다보면 과연 내가 정상적인 기공수가를 주고 있는게 맞는지에 관해 의문이 든다.

재료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임플란트의 경우 국내에 수십 개 이상의 국산 브랜드 임플란트 회사가 있다는 얘기가 맞다는 걸 증명하듯이 치과전문지 내에서의 광고와 홍보물, 그리고 직접적인 영업사원들의 마케팅이 판을 친다.

그런데 이걸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면, 참 기분이 안 좋은 일일 것이다. 쉽게 말해 인테리어 빵빵하고, 이름난 맛집으로 홍보를 하는 음식점에 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제일 저렴한 고기를 쓰고 있었다는 걸 손님이 알게 되면 어떨까?

물론 저렴하다고 해서 그 재료나 기공물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 물건으로 인해 같은 업종의 다른 업체들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치과계는 수년간 저수가 불법 네트워크 치과들과 이런 이유로 싸워왔다. 그러나 막상 우리 치과의사들은 같은 치과계에 있는 기공소나 재료업체들을 단순한 소비자의 입장과 시각에서 대했던 것 같다. 다분히 저렴한 기공소나 재료업체들에 대해 시장 논리라는 시각에서만 대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치과들 입장에서도 요즘 수가가 너무나 떨어지고 있어 저렴한 재료를 쓸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그러려면 적어도 환자에게 그 치과는 최고의 재료를 쓴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어찌 생각해보면 저수가 불법 네트워크 치과의 부작용과 후유증이 관련업계로 퍼진 듯해 씁쓸할 따름이다. 기공업계의 경우 수 년전까지만 해도 기공수가를 보다 현실화해 올리도록 노력하는 추세였다고 하나 이제는 그나마라도 유지하는 전략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고 들었다.

개인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이름난 맛집과 이름난 치과 사이에 어느 일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적당한 가격을 받고, 적당하고 품질 좋은 재료를 쓰고, 그에 따라 좋은 품질의 음식을 내놓고, 무엇보다 그 맛을 유지하면 이름난 맛집이 되는 것 아닌가?

치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적당한 가격을 받고, 적당하고 품질 좋은 재료와 기공물을 사용하고, 그에 따라 좋은 품질의 진료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면 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 치과계는 관련 업종 분들과의 신의를 중요시하고, 환자와의 약속을 보다 더 중요시하는 치과의사들이 많이 존재할 것으로 생각을 한다.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으로써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자세로 진료에 임하기보다 보다 큰 목표와 깊은 철학을 가지고 치료에 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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