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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칼럼] 다르다와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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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칼럼] 다르다와 틀리다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4.07.03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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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대화 중에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경우에 “네 생각은 내 생각하고 틀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틀리다’와 ‘다르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품사가 완전히 다른 말이다.

틀리다(Wrong)는 ‘옳은 것이 아닌 상태가 됨’을 뜻하는 동사이고, 부정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그에 비해 다르다(Different)는 ‘비교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않음’을 나타내는 형용사로서, 가치 중립적 단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단순히 단어를 헷갈려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르다’와 ‘틀리다’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는 집에 철로 만든 침대가 있었는데 행인을 붙잡아 강제로 눕히고는 그의 키가 침대보다 크면 잘라내고 작으면 억지로 길이에 맞춰 늘여서 죽였다고 한다.

자신의 침대에 행인들의 키를 맞추려고 했던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우리도 살다 보면 내 생각이나 의견을 ‘맞고 틀림’의 잣대로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나와는 다른 생각이나 다른 성향의 사람을 ‘틀리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김진형(남영비비안) 대표는 서울경제신문 기고에서 맞고 틀림을 주장하는 잣대는 ‘객관성’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으나 세상 대다수가 나와 의견을 함께 한다는 논리로 무장된 객관성은 오히려 세상을 더욱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흑백논리에 빠지게 한다고 했다. 그러나 단조로운 흑백이 아닌 다채로운 컬러로 삶을 채우는 비결은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 있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유명한 일화로 누구나 아는 황희 정승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황희 정승이 집에 오니 두 여종이 싸우고 있었는데 한 여종이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황희 정승이 “네 말이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 말을 들은 다른 여종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자 끝까지 듣고 난 황희 정승이 “네 말도 맞다”라고 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인이 “하나가 옳으면 다른 하나가 그른 것을 어찌 이쪽도 저쪽도 다 맞다 하십니까?”하고 책망을 하자 “부인 말도 맞소”라고 말했고 이 말에 세 사람은 모두 웃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게 될 때 그 사회는 다툼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사회가 점점 더 치열해지고 각박해져 가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상대방이 틀리다고 서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최근 다른 치과에서 치료받던 환자가 불만을 가지고 오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대부분 치료가 잘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치료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의사소통의 문제가 일을 키워서 서로가 틀리다고 공격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의사와 직원 간에도 같은 일을 두고 바라보는 시각이 너무나 다르고 이를 이해하지 못해 점점 오해가 깊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 전문의 문제를 두고는 치과의사들끼리 서로 다투고 있다. 이렇게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분위기에서는 황희 정승과 같은 사람도 중재자로 평가받기보다는 회색분자로 낙인찍히기 쉽다. 생각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니 내 편이 아니면 틀린 편을 옹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즐겁고 행복한 세상을 원할 것이다. 서로 헐뜯고 공격하는 사회가 행복한 세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어떨까? 김진형 대표의 말처럼 기왕이면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틀림’을 인정하는 방법도 받아들으면 좋겠다. 옳고 그름의 판단이 개입됐을 때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말하는 것은 고집과 아집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의 틀림 또한 인정할 줄 알아야만 다른 사람과의 대화도 가능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발전도 이뤄질 수 있다. 어려운 시기에 서로를 인정하면서 즐겁고 행복한 치과계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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