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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봉사활동 동행기] 한일치과산업 임양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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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봉사활동 동행기] 한일치과산업 임양래 대표
  • 임양래 대표
  • 승인 2014.06.26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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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우에 사랑 전한 ‘블랙박스’ 감동

 

 

캘리포니아에서 개원 중인 미국인 치과의사 Steve에게 연락이 왔다. 그는 3월 20일부터 28일까지 팔라우(Palau)에서 진료봉사활동을 준비 중인데 지난해 밀라노 전시회에서 접한 이동용 치과진료장비인 블랙박스를 구입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팔라우까지의 배송과 장비 세팅 및 사용법 설명을 위해 정중히 동행을 요청했고 나는 흔쾌히 승낙했다.

팔라우는 2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면적은 제주도 4분의 1 정도인 작은 섬나라다. 

팔라우에는 국영병원 치과 하나와 개인 치과 하나가 전부여서, 복잡한 치료나 보철 등은 인근의 필리핀이나 괌 등으로 떠나야 한다. 치과진료봉사가 절실하게 필요한 지역이다.

다섯 시간 가까이 비행하여 도착한 팔라우의 공항은 시골 간이역이 상상될 정도로 아주 작았으며 공항 안내 표시를 나무판에 페인트로 써서 붙여놓는 등 매우 인상적이었다.

입국심사를 통과해서 짐을 찾아 세관 검사대에 서있으니, 가지고 간 가방과 진료장비가 들어있는 박스를 검사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세관 검사를 대비해 준비해 간 서류를 보여주고 진료봉사 장비라고 설명했으나 통관이 거절당했다. 세관은 정석대로 보건부 장관이 발행해주는 서류를 가져와야만 통관이 가능하다는 것.
그들이 ‘룰’에 따라 통과되지 못한 장비는 하룻밤 공항 신세를 지고 이튿날 현지 안내원을 통해 준비한 서류를 제줄한 후 겨우 기기를 들여올 수 있었다.

 

22명 진료단 ‘능수능란’
팔라우의 유일한 대형건물인 문화센터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약 200여 평의 공간에 냉방 등 시설이 잘 갖춰져 진료팀은 진료에만 신경쓸 수 있었으며 유동인구가 많아 환자가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내가 함께하게 된 Dr. Steve의 진료팀은 미국 내에서 개원하고 있는 치과의사, California Loma Linda 치대 본과 2학년 학생, 기타인원 등 총 22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진료단이었다.

장비는 이동용 진료장비, Digital X-ray, Endometer, 아말감 믹서, 큐링라이트, 노트북을 이용한 구강카메라 등 치과에서 쓰이는 장비를 모두 가져온 듯 했다.

소독은 대형 압력밥솥 3개를 사용했으며, 대형 콤프레셔를 직접 공수하여 사용했다. 치경 등의 소모품도 일회용을 사용하지 않고 소독해서 사용했다. 일회용 제품들로 짐을 채우기보다 원활한 진료에 도움이 되는 기구, 재료, 소장비 등을 더 챙겨 치료의 질을 더 높이고자 했다.

특히 그들은 테이블을 일렬로 놓고 기구와 재료 등을 테이블 위에 넓게 펼쳐놓아 여러 의사, 스탭 중 필요한 사람은 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배치한 시스템을 고수하고 있었다.

또한 충전용 레진은 부위와 색상별로 다양하게 준비해 골라 쓰기 편리하도록 스탠드에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그러나 레진 충전 시 사용할 타이머를 준비하지 못한 듯 손가락을 접어가며 시간을 재는 등 친근한 모습도 보였다.

진료팀은 매일 아침에 치과의사와 스탭들까지 모두 모여 전체 회의를 했다. 오전회의 때 당일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는 것 같았다. 이 의료팀은 특정인이 지속적인 작업을 계속 하지 않는다. 기구 정리나 소독 같은 잡무도 번갈아가며 맡고, 학생들도 돌아가면서 보조 역할을 했다.

또한 이들은 환자를 증상의 경중에 따라, 혹은 치료의 방법 등에 따라 순번을 정했다.

기계 설치 및 모든 준비가 끝난 후, 진료가 시작됐다. 사전에 의료봉사팀의 방문이 충분히 홍보됐는지 이미 대기실에는 60여 명의 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번호표 대신 넓은 종이테이프에 진료내용을 적고 어깨에 붙여 환자의 상태나 치료 방향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원활한 진료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 또한 의료봉사를 많이 진행해 본 진료팀의 노하우고, 시스템이었다.
 

금전적 이익보다 더 소중한 시간
진료팀 전체를 진두지휘하는 Dr. Steve도 돋보였지만 모든 기계, 기구, 재료, 약품 등을 관리하는 Dr. Jeff. Schroeder의 활약 역시 눈에 띄었다.

Dr. Jeff. Schroeder는 진료팀에서 사인을 보내면 즉시 달려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만능 해결사였다. 진료를 하는 학생 앞에서 오랜 시간 석션을 잡아주며 상황에 맞는 조언을 해주고, 기구와 재료를 손수 준비해 주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또한 그는 치과 장비를 설치하고 다루는 것에 전문 엔지니어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블랙박스 사용법에 대해 설명하자 그는 제품을 빠르게 이해하고, 다른 의료진에게 설명해 주는 일까지 자연스레 맡아줬다. 심지어 페트병과 에어 호스를 이용하여 그가 만든 간이 석션은 성능이 매우 우수해서 진료가 끝나는 날까지 사용했다. 기계 설치, 조작, 그리고 뛰어난 임기응변…. 그는 이렇게 많은 인원이 효율적인 진료를 하려면 꼭 있어야 할 만능 엔터테이너였다.

진료는 발치, 스케일링, 레진 필링, TBI 등 비교적 간단한 치료부터 진행됐다.

리도카인, 빈 앰플 등을 모아놓는 커다란 통은 하루만에 가득 찼으며 뿐만 아니라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 등은 진료가 끝날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였다. 의료팀이 많은 환자를 진료한 것을 대변하는 듯 했다.

환자 유치를 위한 확실한 홍보와 많은 환자를 대비해 잘 갖춘 시스템까지, 많은 진료봉사에 참여하며 보아왔지만 Dr. Steve팀이 가장 안정적이고 유기적인 진료팀이란 느낌을 받았다.

많은 환자 때문에 힘든 와중에도 웃으면서 즐겁게 일하는 진료팀 인원 모두 봉사활동이라는 허울을 떠나 정말 행복해 보였다. 의사가 즐거우니 치과진료에 익숙하지 않아 겁먹었던 환자들도 편안하게 진료를 받았다.

진료 봉사팀은 진료 이틀 전에 팔라우에 도착, 스노클링, 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를 즐기며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즐기기도 했다.

하루는 본인도 나이트 다이빙은 처음이지만 따라 나섰다. 낮에만 들어가 본 바닷속을 손전등 한 개만 들고 30여 미터를 내려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전등이 비춰지지 않는 곳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나는 ‘나만 믿으라’던 Dr. Jeff. Schroeder의 손을 생명줄 마냥 부여잡고 그가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수면 위로 올라와 일정을 마무리했다. 나는 서툰 영어와 바디랭귀지를 사용해 바닷속의 공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진료팀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금전적인 이익보다는 배울 점이 많았던, 그래서 더 남은 것이 많은 진료봉사 동행이었다.

그들의 체계적인 시스템을 함께 할 수 있었고, 내가 기계를 만들면서 상상했던 장면들을 눈앞에서 보며 생각지 못했던 블랙박스의 강점들도 확인할 기회였다.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여행을 하는듯한 마음으로 의미 있는 비즈니스 겸 여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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