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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전공의의 하루]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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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근 전공의의 하루] 의사를 믿지 못하는 환자 이야기
  • 덴탈아리랑
  • 승인 2012.03.2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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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어떤 치과 의사가 되고 싶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진료를 잘 하는 치과의사, 공부하는 치과의사, 노력하는 치과의사, 돈 잘 버는 대박 치과의사. 하지만 난 이런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환자가 신뢰할 수 있는 치과의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케이스의 환자를 접하게 된다. 많은 환자분들은 소위 ‘동네병원’에 내원했다가 개인 치과의원에서 제시한 진단 및 치료 계획에 의구심을 가진 채로 대학 병원을 찾아온다.

이는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 기준’의 문제라고 생각이 된다. 진단과 치료 계획의 결정은 치과의사 고유의 권한으로 치의학적 지식에 기초하여 판단을 내리고 환자에게 설명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환자들은 의사, 아니 의사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것일까? 인터넷의 발달로 환자들의 dental IQ가 높아진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필자의 환자분 중에는 스스로 치료 계획을 결정해 와서 치의학 전문용어를 사용해 가면서 이렇게 해달라고 했던 분도 있었다.

물론 남의 판단을 믿지 못하는 이러한 환자가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동네 병원을 거쳐 오신 환자분들에게 “환자분, 여기 엑스레이를 보시면 알겠지만, 이 치아는 우식이 너무 심하여 살리시기 힘들 것 같습니다. 구강외과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설명을 하면 대부분 쉽게 수긍을 하신다. 환자가 교수님도 아닌, 경험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는 젊은 수련 과정의 치과의사를 믿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라뽀르(Rapport)가 아닐까 싶다. 이는 프랑스어로 의사와 환자 사이 공감적인 인간관계, 또는 친밀도를 의미한다.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가 내원하면 기본적인 문진과 검진, 치료 계획의 결정 및 비용 설명, 치료, 심지어 약속을 정하는 것 까지도 주치의인 치과 의사와 함께 결정을 한다. 치과의사와 환자 사이 치과위생사나 상담실장 등 다른 직원의 개입이 최소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와 의사는 그만큼 가까워질 수 있고, 따라서 환자는 의사를 더욱 더 신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는 환자당 chair time을 길게 잡을 수 있는 대학병원 수련의기에 가능할 것이다.


필자도 얼마 남지 않은 수련 기간을 마치면 소위 동네 병원의 의사가 될 텐데… 그때도 환자는 나를 믿고 따라와 줄까? 환자와 함께 얼굴을 맞대고 환자를 이해하며 걱정하고, 교과서적인 치료 계획이 아닌 그 환자만을 위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는 따뜻한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보존과 조성근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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