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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원장의 데자뷰] 우리는 과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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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권원장의 데자뷰] 우리는 과거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 차상권 원장
  • 승인 2014.04.25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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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도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꽃다운 아이들의 비극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국가적 트라우마와 슬픔을 안겨다 주었다. 유가족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하는 안타까운 입장에 놓였으며 국민들에게도 쉽게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이번 사고에 관한 뉴스들을 들으며 희미한 기억 속에서 이름 세 글자가 떠올랐다.

김순덕 전 국가대표 하키 선수.

15년전 6월 30일 새벽 경기도 화성군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자고 있던 소망유치원생 18명이 화염 속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어린 생명들을 앗아간 사고 자체도 비극적이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난 사고 원인과 책임자들의 행동, 그리고 관련 공무원들의 행태였다. 이 사건은 이번 세월호 사건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당시 씨랜드 건물은 청소년 수련시설이기 때문에 철골 구조벽돌로 지었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콘크리트 1층 건물에 컨테이너 수십개를 2층과 3층에 얹은 불법건물이었다. 이에 따라 건물에는 스티로폼, 목재 등 인화성이 강한 재료들로 가득 찼으며 대다수의 소화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부실건물에 대해 제대로 된 소방시설 점검 및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최종 책임자인 화성군수의 지시에 의해 허위로 기재, 이의를 제기한 실무 공무원을 문책하는 등 믿기 어려운 구조적 비리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유치원생인 만큼 이들과 같은 곳에서 함께 있어야 할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이 사고 당시 다른 곳에서 술판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과 분노를 안겨줬다.

88년 서울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여자 필드하키에서 금, 은메달을 딴 김순덕 선수는 이 사고로 6살난 어린 아들을 잃었다. 단순사고가 아닌 구조적 비리에 의한 사고였다는 점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덮는데 급급한 공무원들(초기 발표에는 사고원인을 부주의로 인한 모기장 발화로 보도함), 무책임함의 끝을 보여준 유치원 원장을 보며 그녀는 결국 국가에서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이 땅에선 아무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말을 남긴채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다.

얼마 전 영화 ‘어벤져스2’가 화제 속에 우리나라에서 촬영했다. 서울시 및 국가적 마케팅 차원으로 상당액의 제작비 지원이 이뤄졌으며 이에 영화 속 대한민국은 최첨단 기술의 나라, 세련되고 안정적이며 성숙한 국가의 모습으로 그려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영화촬영이 있은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이미지로 몇 백배의 화제(?)를 일으키며 세계에 보도되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왜 이렇게 돼버렸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마 많은 언론이 여러 원인에 대한 기사를 쏟아낼 것이다. 무엇이 사실인지 이젠 잘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15년 전 한이 맺힌 채 훈장을 반납하고 다른 나라로 떠나버린 한 운동선수의 절규를 통해 배운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슬픈 사실이 느껴질 뿐이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당시 검찰 수사결과에서 설계자, 시공자, 감리자뿐만 아니라 감독 공무원의 업무상 과실도 드러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 등의 공동정범 죄책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예가 있었다. 이때 생긴 용어가 ‘총체적 부실’이라는 말이다. 총체적 부실에는 반드시 국가공무원의 책임이 개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뚜렷한 예라고 볼 수 있겠다.

하늘로 떠나버린 고인들의 영혼의 넋에 평안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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