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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전문의약품 광고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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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원장의 오늘] 전문의약품 광고는...(2)
  • 덴탈아리랑
  • 승인 2012.03.16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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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판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주체인 의료 시장에 관련된 자본 세력, 이를테면 제약회사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이런 불신의 틈바구니에서 자본을 이용해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이고 신뢰를 주는 이미지를 구축해서 매출을 늘려나갈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는 것이 당연지사일테다.

그 중 하나로 '전문의약품의 광고'를 이용해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주고 나아가 병원 선택의 기준으로 만드려는 전략이 있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물건을 구매할 결정권이 있는 사람한테 광고하는 것이 기본이다. 신뢰성과 질적 측면에서 그런 의학 정보보다도 못한 광고가 의료계에서 갖는 리스크를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성이 요구돼 전문가가 결정해야 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에는 말이다. 현대사회의 딜레마인 '정보의 홍수'와 '아는 것이 힘'의 갈등은 의료 정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대 사회에서 각종 미디어에 넘쳐나는 의료 정보들은 환자에게 병원 선택과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렇게 범람하는 의학 정보가 궁극적으로도 환자에게 과연 유익한가'에 대해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상업적 목적성을 지닌 광고는 일반 의학 정보와는 구별되어야 하는 문제이다. 전문의약품의 광고가 과연 환자에게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하게 해주고 약의 선택 결정 과정에 있어 환자와 의사에게 모두 이로울 유용한 정보인지 아닌지는 사실 뻔한 이야기다.

의학적 지식의 공유로 인해 의사에게 집중된 전문성이라는 권력을 분산함으로써 힘의 왜곡으로 인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게 해주기보다는 자본 세력에게의 권력의 이양과 또 다른 문제의 왜곡이 발생될 것이 우려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의 광고가 허용돼 있지 않으나 종편방송의 도입처럼 기회가 생길때면 허용할 것인지에 대해 논쟁이 자주 반복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우리 치과계의 사례가 광고 허용 후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가정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어떤 임플란트를 쓸 것인가'의 결정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며, 선택에 따른 득실과 예후, Risk등을 고려해볼 때 일반의약품 수준이 아니라 전문의약품 수준의 책임과 권한이 요구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다만 현행 제도상 규제의 공백으로 지면이나 TV 공중파에서 자주 임플란트의 광고를 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임플란트의 광고는 허용되어 있는 상태다. 좀 더 정확히는, '치과용 임플란트 고정체'는 의료 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전문의약품 광고 논쟁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임플란트 회사별로 장단점이 있기에 치과의사마다 선호하는 회사는 차이가 있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반면 일부 환자들은 광고를 보고 기억에 남은 특정 회사의 제품을 치과에 와서 찾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도 필연적이다. 그런 환자들이 임플란트에 대해서 충분히 아느냐하면, 그런 것도 아닌 경우도 많다. 임플란트 관련해서는 광고를 본 것이 거의 전부고, 심지어 아는 임플란트 회사라고는 그 회사뿐인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내원한 치과가 해당 회사의 제품을 안 쓸 경우에는 환자들은 왜 TV광고도 할만큼 큰 회사의 제품을 안 쓰는지 의심하는 경우도 있고,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가버리기도 한다. 영리 목적으로 공공성이 담보되기 어려운 광고라는 제한된 의료 정보가 환자들의 병원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자본의 힘이 환자의 병원 선택에 간섭하기 시작한다는 이야기는 피상적인 이야기도 아니고 현실로 벌어지고 작금의 현실이며, 그 방법이 자꾸 진화하여 현재 특정 임플란트를 쓰는 치과 찾기 어플의 등장에 이르렀다.

한편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특정회사의 제품을 물어보는 환자에게 그 제품을 쓰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메이져 회사인만큼 사실 큰 문제없고 좋은 제품이니까 본인의 철학을 고수하며 마이너한 선택을 하느니 그냥 그 제품을 쓰고 말까하는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자본의 힘은 이렇게 환자를 볼모로 치과의사에게 선택의 과정에 압력을 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추세가 더 심화되어버리면 전문성을 바탕으로 의약품을 선택하던 것은 옛말이 된다.선택의 과정에서의 의사와 제약회사간의 헤게모니가 뒤바뀌게 된다. 갑과 을이 바뀌게 되고, 선택의 기준은 전문 지식이나 경험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우선하게 된다. 과연 이렇게 선택하게 되는 것이 환자와 의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이 게임의 승자는 누구인가.

현재 전문의약품 광고는 미국 정도만 허용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약품의 선택에는 지식과 경험이 요구되며, 거기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질 수 있는 전문가가 결정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종편방송을 시작하면서 광고 시장의 확대를 위해 전문의약품 및 의료 기관의 광고를 점차 허용하고 넓혀나갈 것이라는 예측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향후 전망도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임플란트 관련해서 살펴보았듯이, 치과계는 이미 물꼬가 터져버려 조금 늦은 감이 있다. 다만 추가적인 전문의약품의 광고 허용이라는 이슈에 대해서 타산지석, 반면교사의 케이스로 참고해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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