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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통신]“스케일링 해주세요!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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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가 통신]“스케일링 해주세요! 느낌 아니까”
  • 정동훈기자
  • 승인 2013.09.05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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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화 2개월 만에 환자 급증…행위 질적 수준 높여야

스케일링이 급여화가 시작된 지 2개월이 지났다. 보험화된 완전틀니와 부분틀니에 비해 빈도수가 많은 행위이다 보니 환자는 물론 치과의사, 스탭 역시 스케일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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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치석제거 필요자수는 연령별 치석제거 필요자율을 고려해 산출한 3187만 명 중 2011년도 기존 치석제거를 받은 285만 명을 제외한 약 2902만 명이다. 주택 밀집 지역인 신당동 일대와 오피스 빌딩이 밀집한 서울 강남역 일대의 개원가의 치석제거 급여화 2개월이 지난 풍경을 살펴봤다.


대형 포털사이트에서 ‘스케일링 보험화’로 검색을 시도하면 치석제거 보험화 관련 뉴스 보도만  150건, 블로그 등 웹페이지 건수만 해도 5000건이 넘을 정도로 치석제거 보험화는 언론과 국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일부 치과에서도 병원과 환자 사이에 접선을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홍보하고 있다.

특히 ‘차별화된 스케일링 센터’, ‘최고의 스케일링 진료’, ‘스케일링 전문치과’, ‘전문치과위생사의 스케일링 진료’ 등 객관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문구나 의료법을 위반한 내용으로 홍보를 하거나 바이럴 마케팅은 물론, 카페에는 치과에서 실제 스케일링을 받은 후기, 뉴스에는 기사성 광고가 넘쳐났다. 

“환자 늘긴 정말 많이 늘었다”

“스케일링 환자가 종전보다 2~3배 정도 늘었어요. 하루에 5명 정도에서 많게는 10명 정도 찾아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주택 밀집 지역인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00치과에서 데스크를 보고 있는 A치과위생사의 말이다. 해당 치과에서는 진료실 입구에 공단에서 배포한 스케일링 급여확대 포스터와 자체적으로 제작한 홍보지를 붙여놓고 있었다.


이 병원의 비급여 스케일링의 수가는 6만원. 보험화로 인해 1만 원 대의 스케일링이 가능해지면서 스케일링을 받으러 오는 환자가 실제로 급증했다. 스케일링 진료를 원하는 환자의 연령대는 40대가 많았다.  

스케일링 환자 수 증가는 강남도 마찬가지였다. 스케일링만 받고 진료를 끝내는 경우도 있었지만 보철 등 다른 진료로 이어지는 경우도 꽤 있었다. 이렇다 보니 강남의 일부 치과에서는 토요일을 ‘스케일링 DAY’라고 정하고 스케일링 진료만 보기도 했으며, 스케일링 전담팀을 운영하기도 했다. 급여화가 시행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의치 보험화와는 다르게 환자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형국이다.

물론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좋아할 만한 일은 아니다.

스케일링을 할 수 있는 진료보조인력의 부족은 여전했고, 저수가치과네트워크들의 무료 스케일링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비급여 스케일링과 보험 스케일링이 혼재된 상황에서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 대상자들의 환자 설득, 분명 다른 치료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스케일링’만 받고 가겠다는 환자 등 부정적인 면도 드러나고 있다.

진료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많은 치과들에서는 파트타임으로 스케일링을 전담하는 치과위생사를 이른바 ‘급구’ 하기도 한다.

급여 청구 시 의료기관의 인력 현황과 진료 빈도수에 무리가 있을 경우 심평원의 삭감 조정 또한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의기법 시행이 2년간의 계도기간을 가졌다 하더라도 치석제거 급여화로 인해 치과위생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 구인 사이트에 게시된 지난달부터 한 달간 치과위생사 구인 게시글은 1200건에 달하고, 모 치과에서는 스케일링센터 증축을 위해 치과위생사를 구한다고 게시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힘든 점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무료로 스케일링을 진행해 환자를 유인하던 모 저수가치과네트워크는 ‘스케일링 보험화로 인해 의료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이후 스케일링 진료는 계속 무료 스케일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홍보하며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유인하고 있다.

현재 치석제거의 관행수가는 5만 원 정도. 급여화가 연 1회로 한정되었다고는 하지만 비급여 수가를 그보다 높은 수가로 받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관행수가대로 받다가는 데스크 상담 시 환자의 불만 또한 증가될 것이 뻔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비급여 스케일링 진료는 이제는 외국인한테만 적용되는 진료”라는 식의 씁쓸한 농담이 나오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스케일링의 질적 수준을 담보할 수 없다. 저수가치과네트워크에서는 스케일링 시 대부분 울트라소닉 스케일러를 사용한다. 스케일링에 대한 올바른 개념이 잡혀 있지를 않고 환자 모시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사람사랑치과 김영삼 원장은 “울트라소닉 스케일러는 한마디로 무기다. 울트라소닉 스케일러로 스케일링을 하면 멀쩡한 에나멜도 상하고 후유증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스케일링에 대해 ‘만병통치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환자들도 스케일링 급여화가 되자 치과를 많이 찾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데스크에 가서 ‘스케일링을 해주세요’라고 당당히 말한다.

스케일링은 만병통치술?

사실 대부분의 치과 진료는 치과의사가 환자의 구강건강상태를 보고 어떤 행위를 할지 결정하는데, ‘스케일링’만은 오히려 환자가 이런 행위를 해달라고 환자가 요구하고 결정하는 이상한 특성을 가진게 된 것이다. 스케일링만 해달라는 환자의 요구가 완강하니 치과의사의 행위도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병진(조선치대 예방치과학교실) 교수는 “스케일링이 필요한 환자인지, 치주처치가 필요한지는 치과의사가 권고해야 하는데, 스케일링 만큼은 환자가 결정하고 있어 다른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도 스케일링 밖에 해줄 수 없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스케일링이 만병통치술이라고 생각하는 환자와 일부 치과의 무분별한 스케일링이 만나면 정말 엎친 데 덮친 겪이다.

한 예로 6개월 마다 스케일링을 받은 여자 환자는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아 치석은 없지만 플라그는 하나도 제거되지 않고 있었고, 전치부 대부분이 화이트 스팟이 많아 스케일러만 갖다 대도 치아탈회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태인데도 다른 치과를 찾아와 스케일링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여기서 만약 해당치과가 스케일링을 실시했다면 분쟁으로 얽힐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는 스케일링을 잘하는 치과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목소리도 높다.
단순히 치은연상의 치석제거로만 끝나서는 스케일링 급여화는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치과 내에서는 실제 환자가 가지고 있는 구강 내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점을 찾아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환자를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렇게까지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다.
이 교수는 “치석제거를 잘하기 위해서는 치은연상, 치은연하 모두 완벽하게 끝내 치아를 활택하고 환자가 플라그를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올려줘야 한다. 메디컬의 진료는 지속적인 유지관리 체계로 가고 있는데 치과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케일링이 급여화 항목으로 들어가게 된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잠재되어 있던 환자들이 치과의 문턱을 쉽게 넘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모 단체에서 진행하는 보험청구 세미나에 0플란트 직원들이 보험 세미나 수강하려고 왔다가 주최 측으로부터 쫓겨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보험청구를 어떻게 해야 하는 지는 두 번째 문제다. 주기적인 유지관리를 위해 환자들이 치과에 지속적으로 내원하게 하고, 스케일링도 치료계획을 세워 환자에게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스케일링 급여화 시대를 맞이하는 개원가의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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