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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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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헌의 시와 그림] 살구
  • 송선헌 원장
  • 승인 2023.08.17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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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살구들, 2021-05, 송선헌>

 

 

 

살구

지금은 캠핑장으로 임대된 초등학교 운동장에 장마가 오면 황토보다 더 노랗게 붉던 살구가 떨어졌다.


소문에는 개가 살구 씨를 먹으면 죽는다고 했는데 이것은 청산가리 성분이 미량 들어있다는 살구씨유 때문이었다.


바다가 없는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났다는 살구, 원산지보다는 ‘검은 바위’ K2(8,611m)의 K인 카라코람(Karakoram) 하이웨이를 타고 갔던, 원주민들이 활을 잘 쏘아 ‘화살’이란 훈자(Hunza)마을에 더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그러니 살구하면 장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살구 행(杏)자를 쓰는 향교의 행단(杏壇)은 은행인데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기 때문이고, 그러니 행(杏)이 들어가는 동네는 살구 마을이다.
 
살구씨 행인(杏仁)는 여성들의 소원을 푸는 선물이 들어있어 가끔 우리 집 욕실 비누로 올라와 유혹을 예약한다.


색소화된 살구색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도 포옹하고 싶은 끼를 부축인다.
살구향은 새콤달콤해 사실 나 같이 몸이 찬 사람에게만 좋다.
난 살구콜라(튀르키예)까지는 아니고 달고 향이 좋은 살구잼을 가장 좋아한다.
 
아나톨리아에서 온 건살구는 방귀로 고생하니 조금만 먹으세요.  
맛이 시고 떫은 ‘빛 좋은 개살구’의 개는 부정적이었으나 요즘 청소년들은 엄청, 매우란 뜻으로 사용하는데 나에겐 ‘개’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개살구나무도 십자가나 목탁으로 환생하니 오늘 저녁은 
전국에 있는 맛집 중 하나인 살구나무집에서 겸손하게 만나실거죠? 

 

‘개’좋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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