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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치과의사 해외 진출, 그것이 알고 싶다 – 캐나다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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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치과의사 해외 진출, 그것이 알고 싶다 – 캐나다 편
  • 구자경 객원기자
  • 승인 2023.08.16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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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의 해외도전 집중탐구
비교적 편안한 진료 가능 하지만 자격 취득 쉽지 않지만 또 다른 기회의 땅
영어는 기본 … NDEB 활용한 시험 준비

 

 

덴탈아리랑은 필진으로 활동하는 현직 개원의가 작성한 글을 지면에 싣습니다. 현재 개원가의 구인난 및 개원환경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담은 내용을 전달하여 보다 더 나은 치과계 생태계가 조성되길 바라는 목적입니다. 이번호는 현직 개원의 구자경(대전서울센트럴치과) 원장의 캐나다 현지 취재글을 담습니다. 이 글의 내용은 덴탈아리랑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으며, 개인의 주관적 내용이 삽입됐습니다. 본지는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생생한 개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치과의사 해외 진출 캐나다 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가장 큰 도움을 받았던 것은, 현재 밴쿠버 지역에서 치과 개원의로 활동하고 계신 신상민 원장님의 글이었다. 신상민 원장님이 몇 년 전 덴탈아리랑에 기고하셨던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로 살아가기’ 칼럼에는 한국의 개원의였던 신 원장님이 캐나다에 진출하기까지의 과정과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회가 담담하고 생생하게 잘 담겨 있었다.


칼럼을 읽다 보니 문득 캐나다에서의 치과의사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직접 체험해보고 싶어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했던가? 마침 밴쿠버에 방문할 일이 생긴 지난 7월, 신 원장님께 조심스럽게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밴쿠버 국제공항은 방학 성수기를 맞아서인지 예상보다 매우 붐볐다. 겨우 짐을 찾아 택시를 타기 위해 공항 밖으로 나섰는데, 뜻하지 않던 눈부신 햇살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이렇게 날씨가 좋다니!

 


밴쿠버는 비가 많이 오는 것으로 유명해서 레인쿠버(Raincouver)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밴쿠버 국제공항의 IATA 코드는 YVR인데 이 코드를 두고 캐나다 사람들은 ‘You’re Visiting Raincouver’의 약어라는 농담을 한다고 했다. 날씨 걱정을 하며 캐나다에 입국했지만, 운이 좋았는지 필자가 밴쿠버에 머무는 동안에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수 있었다.


신 원장님의 치과는 노스밴쿠버에서도 조용하고 아늑한 장소에 있었다. 바쁜 스케쥴에도 잠시 짬을 내주셔서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원장님께서는 본인을 포함해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치과의사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하셨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지만, 그중에서도 독자분들이 관심 있을 만한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Q 캐나다 치과와 한국 치과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캐나다 치과의 진료 환경은 한국보다 덜 치열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수입만 놓고 비교하자면 크게 차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비교적 편안하게 진료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캐나다 면허 시험에 합격하고도 비자나 영주권 등 신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캐나다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에서 개원 생활을 하는 원장님들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언해주실 것이 있으신가요?
A: 캐나다 치과의사 면허를 준비하시는 선생님들께서는 면허 시험 준비를 할 때 이민 프로세스도 함께 준비하셔야 합니다. 면허 시험은 어디까지나 면허 시험일 뿐, 캐나다에서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는 합법적인 자격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Express Entry 등의 제도를 활용해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으며, 스폰서를 구해 직장을 얻어 근무를 하면서 영주권을 취득할 수도 있습니다.
 

Q 캐나다 치과의사를 준비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A: 저는 아무래도 언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임상 기술이 우수하다고 하여도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다면 환자가 안심하고 본인의 몸을 맡기기 어렵습니다. 또한 영어는 이민을 위한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하므로 영어 공부에 신경을 많이 쓰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캐나다에서도 밴쿠버 지역은 이민자들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영어가 아주 유창하거나 원어민 같아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의사소통만 잘 이루어진다면 환자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치료를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캐나다 모두에서 개원의로 활동했던 신 원장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실제로 캐나다에서 치과의사 면허를 획득하는 과정이 더욱 궁금해졌다. 미국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은 캐나다의 면허 제도와 시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Q 캐나다에서 치과의사가 되려면?
한국의 치과의사가 캐나다에서 치과의사로 활동하고 싶다면, 캐나다에서 치과의사 면허 시험을 담당하는 기관인 NDEB(National Dental Examination Board of Canada)에서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 시험을 통과해서 NDEB Certificate를 획득한다면 캐나다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NDEB certificate가 곧 캐나다 치과의사 면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NDEB certificate는 캐나다 치과의사 면허를 획득하기 위해 꼭 통과해야 하는 시험의 합격증이라고 할 수 있다.


NDEB Certificate를 받으려면 Virtual OSCE Exam이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Virtual OSCE Exam은 외국에서 온 치과의사들뿐 아니라, 치과의사가 되려고 하는 캐나다 치과대학생들도 모두 치르는 시험이며 우리나라의 국가고시에 해당한다. 이 시험의 난이도는 우리나라 국가고시와 마찬가지로, 치과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을 쌓은 치과대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한국 치과의사들이 Virtual OSCE Exam을 바로 치를 수 있을까? 아쉽게도 그렇지 못하다. 이 시험을 바로 치를 수 있는 사람들은 캐나다에서 인정하는 치과대학(accredited dental program)을 졸업한 학생들뿐이다. 이 accredited dental program의 범위는 의외로 넓어서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의 치과대학을 졸업한 경우에도 바로 Virtual OSCE Exam을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의 치과대학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한국이나 인도와 같은 캐나다에서 인정하지 않는 치과대학(non-accredited dental program)을 졸업한 치과의사의 경우에는, NDEB의 Equivalency Process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일종의 예비시험으로 이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은 비로소 캐나다나 미국에서 치과대학을 나온 학생들과 같은 수준의 자격이 있다고 인정을 받게 되며, Virtual OSCE Exam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이 예비시험의 첫 번째 단계는, AFK Exam이다<그림 1>.

 

 

AFK Exam에서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은 만약 이 시험을 3회 이상 떨어진다면 더 이상은 시험을 치를 수 없다는 것이다. 아예 시험을 볼 자격을 잃어버리게 되므로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경험 삼아 혹은 재미 삼아 시험을 치러보는 것은 절대 삼가야 한다. 캐나다로 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충분히 준비를 마친 뒤 AFK Exam에 도전해야 한다. 


AFK 시험의 합격률은 2020년 이전까지는 약 45~50% 정도였으나, 2021년에는 32%까지 낮아져 지원자들의 큰 원성을 샀다. 캐나다 CityNews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초, 부쩍 어려워진 equivalency process가 공정하지 못하다며 해외에서 온 치과의사들이 토론토의 Yonge-Dundas 광장에 모여 시위를 하는 일도 있었다.


시위에 참여했던 한 참가자는, ‘캐나다 치과대학을 갓 졸업한 치과대학생이 치르게 되는 면허 시험과 비교했을 때, 해외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AFK와 ACJ와 같은 equivalency process의 난이도가 너무 높고 비용도 과도하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런 시위의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2023년에는 AFK Exam의 합격률이 61%까지 상승한 상황이다.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독학으로 시험을 준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보통은 온라인 강의나 학원, 그룹 스터디 등을 통해서 준비를 하게 된다. Prep Doctors(https://prepdoctors.ca/)나 Scholars Dental(https://www.scholarsdental.com/)과 같은 사이트에서 해외 치과의사들을 위해 온라인 강의를 수강할 수 있으며, 페이스북 등에서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외국 치과의사들과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시험 준비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그림 2>.

 

 


AFK Exam에 합격한 수험생은 이어서 설명할 ACJ Exam과 NDECC Exam을 차례로 통과하는 Direct Pathway를 선택하거나, 미국 편에서 다루었던 것처럼 치과대학으로 입학하는 Indirect University Pathway를 선택할 수 있다.

 

 

 

■Direct Pathway
AFK Exam에 합격한 뒤, 캐나다의 치과대학을 다니지 않고 바로 면허 취득을 희망한다면 두 개의 예비시험을 더 통과해야 한다. 바로 ACJ Exam과 NDECC Exam이다. 

1) ACJ Exam
ACJ Exam은 Assessment of Clinical Judgement의 약자로, 실제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함에 있어 임상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다. 5시간 이상 걸리는 시험이고, 대략 120~150문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답을 하나만 고르는 시험이 아니라, 올바른 답을 여러 개 골라야 하는 문제가 많아 난이도가 있다. 

2) NDECC Exam
필기시험인 AFK와 ACJ를 모두 통과했다면, 이제 Equivalency Process의 마지막 단계인 NDECC Exam에 도전하게 된다. NDECC Exam은 실기시험으로, 임상 기술을 시험하는 Clinical Skills(CS)와 상황에 맞는 대화와 쓰기가 필요한 Situational Judgement(SJ)로 나누어져 있는데, 현재 기준으로 Equivalency Process에서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이라고 볼 수 있다.

CS의 경우 임상 실습 8가지 항목을 모두 합격해야 하는데, 그중 한 항목이라도 불합격한다면 무조건 탈락하게 된다. SJ에서는 영어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검사하며 이 또한 상당한 수준의 영어 능력을 요구한다. 2022년의 경우 379명의 지원자가 NDECC 실기시험에 응시했으며, 합격률은 고작 16%에 불과했다.
실수 없이 떨지 않고 모든 과제를 잘 수행해야 하며 한 번 응시할 때마다 약 900만 원에 달하는 응시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시험이다. 

 

■만약 실기시험이 부담된다면? Indirect Pathway
AFK를 통과한 당신이 만약 실기시험에 자신이 없거나 너무 부담이 된다면 대안으로 캐나다 치과대학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캐나다 치과대학에서 제공하는 외국 치과의사를 위한 프로그램에 합격한다면 2년가량 치과대학을 다시 다니게 된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학위를 취득하면 자연스럽게 ACJ와 NDECC 시험은 면제가 된다. 이는 미국의 IDP/ASP 프로그램과 유사하며, 리스크를 낮추는 대신 기간이 길고 등록금 부담이 큰 단점이 있다. 일반적일 때 3~4년간의 시간을 필요로 하며 평균적으로 2억 원 이상의 금액이 필요하다.
Direct Pathway를 통해 ACJ와 NDECC까지 모두 통과하거나 Indirect Pathway로 캐나다 치대를 졸업한다면, 이제 드디어 캐나다 치과의사들과 함께 국가고시 격인 Virtual OSCE Exam을 치를 수 있으며, 실제 난이도는 예비시험에 비해 매우 쉽다<그림 3>.

 


Virtual OSCE를 통과하고 NDEB에서 certificate를 발급받더라도 바로 진료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캐나다의 치과의사 면허는 우리나라처럼 전국 공통으로 발급되는 것이 아니므로, 본인이 진료하려고 하는 주의 provincial dental regulatory authority에 신청하여 지역 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 토론토가 위치한 온타리오주의 경우 Royal College of Dental Surgeons of Ontario에서 면허를 발급하며, 밴쿠버가 속해 있는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의 경우 College of dental surgeons of British Columbia에서 면허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한국 치과의사가 캐나다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캐나다는 아직까지 해외 치과의사가 캐나다에서 치과대학을 다시 다니지 않고도 치과의사 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문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물론 예비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결코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한국 치과의사들의 높은 수준을 고려할 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시험 난이도와 세부 내용은 정책에 따라 자주 변경될 수 있으므로 캐나다 진출을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항상 NDEB 사이트에서 최신 정보를 업데이트하고, 지원자들과 정보를 공유하며 준비하실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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