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3개월 치아교정 79만 원’ 이벤트치과 환자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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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3개월 치아교정 79만 원’ 이벤트치과 환자 유인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1.04.0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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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치과 현장 취재 ... 상술에 환자 속수무책
이벤트는 미끼, 각종 할인 혜택으로 당일결제 유도
최근 2년간 불법 의료광고 136건 … 실효적 대책 시급 

‘비용 때문에 치아교정 못 했던 분 찾습니다’, ‘100일 치아교정으로 얼굴라인까지 이뻐졌어요’, ‘3개월 치아교정 79만 원’, ‘탈락 없고 얼굴 공개 없는 치아교정 모델 모집합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이벤트치과’ 광고다. 신청서를 작성해 보내기만 하면 각종 상담비와 진단비, 심지어 치료비까지 지원해준다는 솔깃한 문구로 많은 환자를 유인하고 있다.

기자는 개인 SNS에 올라온 ‘3개월 치아교정 79만 원’이라는 이벤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한 지원서를 제출했다. 치과에서 전화가 걸려온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안녕하세요. OO치과입니다. ‘3개월 치아교정 79만 원’ 이벤트에 지원해주셨는데 선정되셔서 연락드렸습니다. 혹시 내원은 언제 가능하신가요?” 

예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하악전치부 두 개가 선천적으로 없는 기자는 이에 따른 교정치료가 필요한지 상담을 요청했고, 바로 다음날 예약이 잡혔다. 

시간에 맞춰 치과로 향했다. 지하철 역에서 조금 걷다 보니 금새 치과가 보였다. 건물 엘리베이터에 빼곡히 찬 사람들은 모두 행선지가 같았다. 

치과에 들어서자 데스크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치과에 들어서자 데스크 앞에 긴 줄이 이어졌다.

치과에 들어서자 넓은 규모와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분위기를 압도했다. 대기실은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환자로 빽빽했다. 대부분 20대 젊은 환자였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데스크 앞에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했다. 

“OO씨, OO씨, OO씨 이쪽으로 오세요” 직원이 대기하던 환자를 차례대로 호출했다. 환자가 떠난 빈 자리는 곧바로 다른 환자로 채워졌다. 그야말로 공장형치과였다. 

대기실에 앉아 30분을 기다리자 드디어 기자의 이름이 불렸다. 그러나 파노라마 촬영을 하고 또 다시 대기, 그렇게 40분이 더 지나자 상담실장이 나타났다.

실장이 원장 ... 진단부터 상담까지 일사천리
파노라마 사진을 보던 실장은 이내 청천벽력 같은 말을 꺼냈다. 아랫니 두 개가 없어 기존 치아가 기울어졌고, 잇몸이 녹아 교정치료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치아가 지금 두 개가 없잖아요. 치아끼리 서로 지지하며 힘을 받아야 하는데 그러질 못해 치아가 기울어졌고, 잇몸이 그만큼 내려앉았어요. 지금 치료가 필요한 시기에 잘 오신거에요. 잘하셨어요”

이날 기자는 교정치료와 함께 빈 공간을 메꿀 3전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 기간은 1년 6개월, 하악 250만 원, 상악 120만 원으로 치료비는 총 370만 원이 나왔다. 임플란트 130만 원까지 더하면 치료비는 전부 500만 원이다. 

상담 과정에서 기자가 신청했던 ‘3개월 교정치료 79만 원’ 이벤트는 언급조차 없었다. 이벤트 얘기를 꺼내자 실장은 그제서야 “지금 3개월 안에 끝낼 수 없는 케이스라 어쩔 수 없다. 어느 치과를 가도 이 정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장과 상담이 끝나자 곧이어 원장이 나타났다. 그러나 원장은 실장의 말을 되풀이 하고 사라졌다. 치과에 머문 2시간 동안 원장을 만난 시간은 고작 3분 남짓이었다. 

이후 실장은 오늘 치료를 결정하는 환자에 한해 분납이 가능하다며 결제를 유도했다. 그러면서 정밀검사비, 교정치료가 끝난 후 장착하는 유지장치를 무료로 제공하고, 가족 치료 혜택 등을 제공하겠다며 기자를 설득했다.

기자가 몇 달 전 사랑니 발치를 위해 촬영한 파노라마 사진. 자문을 얻은 결과 이상은 없었다.

이벤트는 미끼, 각종 할인으로 결제 유도
이날 기자는 대기실에서 21살 김재호(가명) 씨를 만났다. 그는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소식을 듣고 내원했다 결제까지 한 환자였다.

치과에서 2시간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그는 교정치료를 위해 치과를 알아보던 중 우연히 SNS에 올라온 ‘치아교정 모델 모집합니다’라는 이벤트를 발견하고 지원서를 제출, 다음날 당첨됐다는 소식에 치과를 찾았다.

그러나 김 씨에게도 이벤트는 내원을 유도하는 미끼에 불과했다. 김 씨는 “별다른 설명이 없던 만큼 무료로 교정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2시간에 걸려 치과를 찾아왔는데 그게 아니었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 치료비로 790만 원을 부르길래 깜짝 놀라 나가려는데 갑자기 30%를 할인해주겠다며 치료비를 570만 원으로 깍았다. 이후 특별할인까지 더해 390만 원으로 더 깍았다”며 “파격적인 혜택에 홀린 것처럼 어느새 계약서를 작성하고 말았다”고 했다.

이날 김씨는 180만 원을 분납하고 임시장치까지 붙여 치과를 나왔다. 그는 각종 할인혜택 등 상담내용을 외부로 누설할 경우 790만 원 정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계약서를 작성했다.

김 씨가 해당 치과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고객님만 예약 된 시간'이라며 내원을 유도했다. 그러나 김 씨가 대기한 시간은 1시간이다.
김 씨가 해당 치과에서 받은 문자메시지. '고객님만 예약 된 시간'이라며 내원을 유도했다. 그러나 김 씨가 대기한 시간은 1시간.

김 씨가 그동안 교정치료를 위해 찾은 치과는 총 3곳이다. 그중 가장 비쌌던 비용은 250만 원. 하지만 이벤트에 속아 염두에 두던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됐다. 김 씨 “속아서 억울하지만 교정치료가 필요한 건 맞다”며 “호구여도 어쩔 수 없다”고 체념했다.

각종 할인 이벤트로 환자를 유인하고 돌연 잠적하는 등 이벤트치과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환자들의 인식이 대체로 높아지고 있으나, 여전히 인식이 부족해 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김 씨뿐만 아니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해당 치과에 속았다는 환자들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피해막을 실효 대책 시급
불법 의료광고 근절은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주요 현안이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 치협이 지난 2018년 10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전국 시도지부에서 제보받은 불법 의료광고는 총 136건에 달했다. 기자가 방문했던 치과도 환자유인행위와 미심의광고 등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치과교정학회 한종훈 윤리이사는 “불법 의료광고 근절을 위해 회원을 대상으로 올바른 의료광고를 위한 계도하고, 불법 의료광고를 한 회원에게는 징계 조치를 내리고 있다”고 밝혔으나 현재 환자들이 이벤트치과를 알아서 피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불법을 자행하는 치과에 행정처분을 내릴 강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이벤트로 피해입는 환자를 구제할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치협 장재완 부회장은 “상습적으로 불법 의료광고를 자행한 10개 치과에 대해 지난해 검찰 고발했으며, 최근 5개 치과에 대해 추가 고발했다”며 불법 의료광고 근절 의지를 전했다.

장 부회장은 특히 “그동안 의협, 한의협에서 불법 의료광고를 문제삼아 회원을 고발한 사례는 없었다. 그만큼 관할 경찰서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문제”라며 “앞으로 불법 의료광고 척결을 위한 기획수사를 진행할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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