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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횡포에 개원가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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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카페 횡포에 개원가 노심초사
  • 구교윤 기자
  • 승인 2020.11.05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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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진료 호소글에 “치과 초성 알려달라”
까다로운 가입 조건에 해명하기도 어려워

“치과에 다녀왔는데 과잉진료가 의심돼서 비용을 물었더니 의사며 치과위생사며 여유는 있냐는 식으로 비웃네요”

서울 A치과 원장은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자신의 치과에 대한 험담글이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것이다. 원장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미 조회수는 2000여 건에 달해 타격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이용자 대부분이 지역 주민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특히 해당 게시글 작성자는 자신의 글에 달린 댓글에 꾸준히 답글을 달며 여론을 주도했으며 ‘~라는 식이었다’는 등 주관적인 해석을 사실처럼 포장해 상황을 키웠다.

맘카페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육아나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지역마다 회원 수는 수백 명에서 수만 명이지만 국내 최대 맘카페의 경우 가입자 수만 300만 명에 이른다.

맘카페가 육아 정보를 비롯해 소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는 부모의 놀이터이자 스트레스 해소 창구로 자리잡았지만 최근 일부 맘카페에서는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한 맘카페의 갑질과 횡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2012년 한 임산부가 맘카페에 ‘B가맹점 종업원이 임신 6개월인 제 배를 걷어찼다’는 글을 올려 해당 가맹점은 맘카페의 비난을 받다 결국 폐업했다. 

당시 CCTV 확인 결과 임산부가 음식값을 계산하지 않으려고 버티다 오히려 종업원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건이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는 다른 가맹점까지 매출이 급감하는 피해를 입었다.

지난 2018년에는 맘카페에 올라온 저격글에 시달리던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일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5월 경기도 김포 지역 상인들은 맘카페를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치과의 경우 입소문의 영향을 크게 받아 ‘혹여나 나쁜 글이 올라오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실제 맘카페를 살펴보면 과잉진료를 의심하거나 호소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치과의사가 진료도구를 만진 아이에게 호통을 치고 보호자와 아이를 쫓아냈다는 글이 올라오며 공분을 사는 모습도 포착됐다. 

해당 게시글에는 ‘무슨 치과인지 초성이라도 알려주세요’, ‘사과 받아야하는 거 아닌가요?’ 등 치과를 향한 비난이 쇄도했으나 이에 대해 개원의가 일일이 대처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할 수 없을 뿐더러 대부분 맘카페가 가입 시 실명이나 주소를 기입하고,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를 조건으로 제한하고 있어 해명할 기회조차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렇듯 맘카페가 지역상권을 뒤흔드는 권력으로 자리잡으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개원의들의 근심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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