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의사 전달도 ‘배달’의 시대
상태바
퇴직 의사 전달도 ‘배달’의 시대
  • 구명희 기자
  • 승인 2019.11.21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직서 대신 내주기 서비스 의료기관 예외 없어
치과 구인난에 퇴사 부추긴다는 우려와 지적도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현재 대한민국은 배달 열풍에 한창이다. 음식뿐 아니라 이미 한국은 이별도, 자기소개서도 대행하는 시대가 된지 오래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사직서 대신 내주기 서비스’가 국내에도 등장하면서 퇴사 과정에서 생기는 복잡하고 직접하기 껄끄러운 일을 스트레스 없이 대신 처리해주는 퇴사 대행업체가 생겼다는 것.

과거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 회사 내 부적응, 업무 과중 등 다양한 이유로 퇴사를 원하는 근로자의 경우 직장 인사담당자 혹은 대표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는 방법이 대부분이었다. 

더 나아가 일부 개원가에서는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고 문자로 퇴사를 통보한 직원이 종종 있었지만 이정도는 이제 애교로 받아줄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젊은층 중심 퇴사 신 트렌드

최근 서울의 한 개원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치과 내 경영팀을 총괄하는 모 담당자는 “같이 일하던 직원 한 명이 어느 날 출근을 하지 않더니 처음 보는 분이 나타나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면서 “그동안 치과 내에서 큰 문제없이 잘 지내던 직원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사전에 치과에 퇴사를 요청했으나 다른 직원을 구할 때까지 한 달 더 일해 달라는 게 화근이었다”면서 “이미 다른 치과 면접을 보고 출근 날을 받아놓은 상태였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퇴사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고객은 상대적으로 이직률이 활발한 20~30대 젊은층이다. 가뜩이나 치과 구인난을 해결하기 어려운 마당에 이직, 퇴사 종용을 부추기는 서비스라는 지적도 있을 터.

결국 퇴사대행 업체 담당자와 마주한 해당치과 총괄실장은 (퇴사한 직원)의뢰자가 업체에 요청한 짐 수거, 퇴직금 정산 등의 요청을 모두 처리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또 다른 치과의 스탭은 사내 불화와 스트레스로 퇴사 대행 서비스를 알아보는 중이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한 한 퇴직대행업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일평균 20건 이상의 상담, 월 평균 방문자가 2만 명 이상에 달한다.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전문답을 통해 기본인적사항과 근로형태, 사업장 규모 등을 기입한 후 그동안 업무현황과 사직의사 전달 여부 등을 제출하면 된다.

모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근로형태, 사업장 규모, 사표 제출 방식에 따라 가격은 제 각각”이라며 “다양한 직종을 가진 고객들이 있으며, 최근에는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상담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퇴사 의사 전달 형태 의견 분분

한 개원의는 “이런 사직의사 전달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어떠한 치과계 직종이라도 같이 한솥밥을 먹는 식구”라며 “이쪽 바닥이 워낙 좁아서 좋지 않게 헤어지면 본인들만 손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세대가 변하면서 조직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면대면의 상황을 피하려는 젊은층들이 많다. 내가 이런 상황을 직접 겪는다면 이해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이해하고 변화하는 서비스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할 때”라면서도 “하지만 꼭 이러한 서비스가 사회에 등장했어야 하나, 그리고 적용까지 해야만 했을까 의문”이라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노무 전문가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어떻게 하면 똑똑하게 이직, 퇴사를 할 수 있을까 문의하는 분들도 있다”면서 “배임, 횡령 등에 연루돼 있지 않다면 퇴직 대행 서비스를 통해 사표 수리를 요청하는 것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대 차이와 사회의 흐름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