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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직장 내 갑질’ 이젠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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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만상 ‘직장 내 갑질’ 이젠 OUT!
  • 박하영 기자
  • 승인 2019.07.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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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 개원가 예외 없어 … 기준 모호, 인간관계 경직 우려도

“하라는 대로 해. 토 달지 마”
갈등은 6년차 선배의 지시에 대한 신입의 반문에서 시작됐다. 선배의 지시에 의문을 가진 신입은 원장실을 찾았고, 근무 시작 전 갖는 오전 회의에서 원장은 고연차 스탭을 크게 나무랐다. 이후 둘의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중간에 낀 다른 스탭들은 눈칫밥을 먹었다.

지난해 한국치위생학회지에 실린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치과위생사의 인지도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302명은 ‘부적절한 예약관리로 인한 촉박한 근무시간’을 비롯해 ‘쓰지 못하게 압력 받는 복지혜택’, ‘업무 떠넘기기’, ‘병가 및 육아휴직 제한’, ‘차가운 말투나 의심하는 눈빛과 태도’, ‘자격(증)이나 능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 제외’, ‘직장 동료와의 차별 대우’ 등의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설문에 참여한 3000여 명 치과위생사의 63.5%가 치과 내 조직문화가 위계적이고, 이로 인해 절반 이상이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할 만큼 치과 진료실에서의 스탭 간 갈등은 예삿일이 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갑질문화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근로기준법에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를 신설, 오는 16일부터 모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시행한다. 1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취업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필수적으로 기재해야 하며,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됨에 따라 개원가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괴롭힘’의 기준이 모호하고 이로 인한 인간관계의 경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개원의는 “치과는 직원 구하기가 어려워서 오히려 고연차들이 신입을 붙잡기 위해 잘 보이는 행동을 하는 상황”이라며 “간혹 직원들 사이에서 따돌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는데, 대개 원장들은 눈치를 채도 관여하면 안 될 것 같아 중간관리자에게 맡긴다”며 개원가의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원장을 대신해 중간관리자가 악역을 자처하는 경우에는 별거 아닌 일에도 괴롭힘이라고 여기며 고발한 후 벌금을 낸다거나 형사처벌을 당하게 된다면 병원 분위기를 더 해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임상에서 반년 이상 선후배 간의 갈등을 지켜본 한 치과위생사는 “누구 하나를 감쌀 수 없어 중간에서 난처했다”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원장님의 말 한 마디에 고연차 스탭은 ‘신입한테 무시당했다’며 이후 신입의 잦은 실수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다른 스탭들은 신입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환자들의 컴플레인이 들어올까 노심초사하면서 눈치보고 수습하기 바빴다”며 “고연차가 신입 시절에 겪은 괴롭힘이 대물림되기도 하고, 연령대가 비슷한 동성의 직원들이 8시간 이상씩 같이 근무하면서 곱지 않은 말투 하나하나가 불씨가 되기도 하지만 법으로 규제하면 너무 조심스러워져 서로 불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자리 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응도 있다. 한 노무 전문가는 “‘갑질 119 사이트’에는 괴롭힘 현상이 연이어 올라오는데 법으로 된 정의가 없다보니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괴롭힘이 규정화된 이후로 분명히 신고가 있을 것”이라며 “이후 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뭐냐는 갑론을박이 이어질 것이고, 이후 ‘괴롭힘’이라는 개념이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사실 조사를 하고, 업무를 분리하거나 유급 휴가를 제공하는 등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거나 분위기가 좋지 않으면 결국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고, 같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그 치과에는 가지 않게 될 것”이라며 조직문화는 곧 매출로 이어진다고 전했다.

또한 “직장 내 성희롱도 규정화되고, 시행 후 몇 년 뒤에 예방교육이 들어왔다”며 추후 ‘직장 내 괴롭힘’이 법정의무교육에 포함될 것을 조심스레 예측했다.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처음으로 성희롱을 정식 법률용어로 채택하고, 99년 2월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금지 및 예방교육과 구제에 대한 조항이 신설됐다. 적용범위 또한 공공기관에서 점차 확대돼 현재는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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