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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조선의 푸른빛에 물들다; 청화백자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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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조선의 푸른빛에 물들다; 청화백자 ①
  • 문익훈 원장
  • 승인 2018.04.1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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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신우치과병원) 원장
문익훈(신우치과병원) 원장

고려시대 상감청자, 조선시대의 백자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지만 조선시대의 청화백자에 대해서는 생소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청화백자란 순도 높은 백자 태토 위에 청색의 코발트가 함유된 안료인 회청(回靑)을 이용해 문양을 나타낸 것을 말하며 그 위에 투명 유약을 입혀 고온에서 환원(還元) 번조(燔造)해서 구워낸 도자기를 말한다.

고려시대의 상감청자를 이어 조선 전기에는 분청사기와 백자 두 종류의 도자기가 제작됐다. 분청사기는 고려청자의 뒤를 이어 새로운 환경에 맞게 변화된 것이지만 백자는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중국 원, 명 시대 백자의 영향을 받아 지금과 같은 단단한 백자가 새롭게 제작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의 청화백자는 중국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탄생했지만 중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중국 원대 이후 청화백자의 문양 구성은 주문양대를 중심으로 위, 아래에 보조문양대를 둬 3개의 문양대를 구성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이때 중국 청화백자의 주문양대 안은 빈틈없이 문양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조선의 청화백자는 여백이 훨씬 많아 시원한 공간감과 더불어 문양 개개의 특성이 잘 드러나있다.

또한 중국의 청화백자의 문양은 일반적으로 도식적이고 도안화되어 공예품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반면 조선의 청화백자는 3단의 문양대에 얽매이지 않아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으며 문양 자체로서도 충분히 회화적이며 예술성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청화백자는 중국에서 먼저 제조됐지만 우리나라에선 모방에 그치지 않고 창의적으로 개발해 독자적인 미감으로 발전시켰다.

정확히 언제부터 청화백자가 제작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세종 때 궁중의 어기(御器)로 백자를 사용했고 중국 사신이 조선의 백자를 요구할 정도로 조선 전기의 백자 제작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코발트 안료는 멀리 페르시아 지방에서 생산돼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들어온 까닭에 매우 값비싼 재료였으므로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며 오직 왕과 왕실의 전유물이었다. 결국 고가의 청화백자는 정조 때까지 청화백자에 대한 금제 조치가 계속 이어진다. 정조 사후부터 수요의 급증과 상업자본이 분원에 유입되면서 대량생산되고 상품화되어가며 민간에게까지 널리 보급됐다.

청화백자의 문양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으며 시기별로 문양의 특징이 다르게 나타난다. 15세기에서 16세기에는 매조(梅鳥), 산수화, 추초(秋草), 17세기에서 18세경에는 세필(細筆)의 난초 및 매조, 송죽(松竹), 매죽(梅竹) 등을 그렸고 19세기 이후에는 물고기, 용, 수(壽), 복(福)과 같이 오래 살고 복을 바라는 의미의 문자인 장생문(長生文) 등의 문양이 주조를 이룬다. 중국과 일본은 채색자기에 대한 관심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성리학적인 이상국가를 꿈꾸던 조선에 있어서는 검박이 곧 덕이었으므로 다채로운 색깔의 유상채보다는 청화백자의 격조있는 아름다움을 고수했다. 청화백자의 수요는 조선 왕실뿐만 아니라 양반층에서도 급증하다가 16세기 말에서 17세기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큰 격변기를 겪으면서 청화백자의 제작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대신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철 성분의 광물 안료로 색을 내는 철화백자가 제작됐다.

하지만 17세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돼 청화백자의 수요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조선 후기에 들어서면 왕실의 유일한 공납처인 관요의 청화백자를 민간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었고 전국의 지방 가마에서도 청화백자를 제작하기 시작해 널리 보급됐다. 더불어 민간의 기호가 더욱 반영되면서 다양한 형태의 그릇 위에 여러 소재의 문양들이 다양하게 시문됐다. 민화적인 표현과 자유로운 구성이 나타나는 등 격의 없는 친근함이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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