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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헬리콥터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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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교수의 공감] 헬리콥터 부모
  • 박기호 교수
  • 승인 2017.12.2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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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은 치전원에서 치과대학으로 학제가 개편돼 2015년부터 예과생을 선발했다. 2003년부터 예과생을 선발하지 않았으니 10여년 만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 신입생들의 나이가 평균적으로 5년 이상 어려졌고 대학 생활이나 사회 생활을 전혀 경험하지 못한 학생들이 들어오다 보니 대학에서도 과거에는 겪어보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당황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요즘에는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 입학 때까지 모든 스케줄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녀들은 자기가 스스로 계획을 세워 일을 하는 습관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 같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 꽉 짜진 스케줄을 받아들이면서 상위권의 성적을 받은 학생들이 대학교에 와서 스스로 학업을 하는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고 따라가지 못해 힘들어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과거에는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으면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고 학생이 스스로 교수를 찾아가서 면담을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낙제점을 받은 부모가 ‘대학에 와서 왜 공부 잘 하는 우리 아이가 낙제점을 받았느냐’면서 행정직원들과 교수에게 따지는 일이 발생했다. 자녀의 시험 성적이 객관적으로 상당히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무조건 교수를 원망하고 교수가 잘못 되었다는 식으로 우기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학생은 부모 뒤에 숨어 아무런 반응이 없다.

요즘 자녀에게 언제나 간섭을 하여 자녀를 ‘마마보이’로 만드는 헬리콥터 부모가 많다고 많이 얘기 한다. 매경시사용어사전에 의하면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의 학교주변을 헬리콥터처럼 맴돌며 사사건건 학교 측에 통보·간섭하는 학부모를 일컫는 말이다. 유치원일 때부터 자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한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식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대학과 학과 선택, 졸업 후 직장 선택과 배우자 선택 그리고 이후의 삶까지 모두 ‘조종’하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니 대학생이 된 자녀의 성적이 마음에 안 들면 부모가 항의하고 심지어 아픈 자녀를 위해 대리출석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트렌드지식사전5 (김환표, 인물과 사상사)』에 의하면 헬리콥터 부모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에서는 자기 자식이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며 회사를 찾아와 항의하는 부모들이 증가하자,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신입사원 입사식에 부모를 초대하는 회사까지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카메라를 장착한 무인기 ‘드론’을 띄워 자녀의 생활상을 살피는 부모도 등장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헬리콥터 부모들이 자녀들을 결정 장애 세대(generation maybe)로 만든다는 것이다. 부모의 과도한 간섭과 통제를 받다 보니 스스로 결정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사람 사이의 갈등을 스스로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부족하다.

몇 년 전에 공보의 후배를 만났는데 같은 지역에 근무하는 공보의 중 한 명이 보건지소 여직원과 약간의 갈등이 있었다고 한다. 며칠 뒤에 서울에 살고 계신 그 공보의의 어머니가 지방에 있는 보건지소까지 와서 “우리 아들 귀하게 컸으니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그 아들은 중고등학교 때까지 말썽 한 번 안 피우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부모가 원하는 대로 이름 있는 대학에 들어갔으니 아들이 매우 자랑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하나하나 간섭하고 문제들을 해결해 주면서 아들은 인간 관계의 갈등을 풀어 가는 법을 습득하지 못했고 어떤 것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치과의사는 일평생 치과위생사, 기공사, 재료업체 직원 등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지낼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겪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 더 많은 환자들과의 크고 작은 갈등으로 인해 때로는 피를 말리는 어려움을 겪어야 할 수도 있다. 또, 개원을 하게 되면 위치 결정, 건물주와의 관계, 직원 채용, 인테리어, 장비와 기구 구매, 치과 홍보, 세금 문제, 여러 가지 경영 문제 등 수 많은 중요한 결정의 순간들이 있다. 이런 때마다 하나도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 삶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들에게 일일이 간섭하고 어려움을 대신해 주어서 성적이 잘 나오면 자녀가 성공한 삶을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필자도 그런 부모의 자식 사랑하는 마음이 이해가 가고 아직 초등학생인 필자의 자녀들도 자립적 양육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칼럼을 준비하고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성적이 좋다 하더라도 어떠한 것도 스스로 결정하기 힘들고 인간 관계에서 매번 좌절하는 자녀들의 삶은 그리 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자녀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가진 치과 선생님들께 이 말을 하고 싶다. “우리 자녀들에게 너무 간섭하면서 부모의 틀 안에 가두지 말고 자립적으로 교육 시킵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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