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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소록도와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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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 원장의 치호공감 함께해요] 소록도와의 인연
  • 문익훈 원장
  • 승인 2017.11.2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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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훈(신우치과병원) 원장


남도의 고흥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섬 소록도. 어린 사슴의 모습을 닮았다고 붙여진 작은 사슴의 섬 소록도는 나와는 많은 인연이 있는 섬이다.

대학생이던 1980년대 중반에 어쩌다 소록도를 방문하게 되면서 첫 인연이 시작된 듯하다. 80년대만 하더라도 나병에 대한 지식이 많이 보편화되지 않아 한센인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을 안고 방문하게 소록도는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한적하고 아름다운 섬이었다.


소록도를 둘러보다 중앙공원 한가운데 큰 바위에 새겨진 한하운 님의 ‘보리피리’ 싯구를 보고 너무나 큰 떨림을 받았다. 그렇게 한참을 바위앞에 앉아있었다. 그때 기억이 얼마나 강렬했던지 메모지에 베껴왔던 보리피리를 화선지에 붓글씨로 정성스럽게 써내려 갔었다.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
 어릴 때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의 거리
 인간사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피ㄹ 닐니리.

 

그렇게 마음속 한 구석에 소록도에 대한 애잔한 추억을 간직하고 지내던 중 또 한번의 소록도와의 인연이 이어지는 계기가 생기게 된다.

결혼 전에 사귀던 시절 아내가 간호사로 소록도에서 5년 정도 근무하게 되면서 자주 방문할 기회가 생겼다.

한센인을 서스럼없이 정성껏 돌보는 아내를 보면서 한센인에 대한 선입관이 어느 정도 해소되었고, 한센인 개개인이 느끼는 인간적인 고독과 고통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후 친한 대학교 후배 오동찬 동문이 소록도 병원에 근무하게 되면서 인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오동찬 동문은 지난 1995년 공중보건의로 소록도를 찾았다가, 23년째 한센인을 위해 어진 의술, 인술을 펼치고 있어 소록도의 천사로 불리고 있다. 소록도병원 사상 최장 근무자이면서, 한센병 후유증으로 입술에 변형이 생긴 주민들을 위해 ‘아랫입술 재건술’을 개발해 500여 명에게 새 입술을 선물한 분이기도 하다. 또한 2005년부터는 매년 여름 휴가나 명절 기간에 캄보디아와 몽골 등 한센병이 많은 나라를 찾아 의료봉사까지 펼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제껏 다양한 봉사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은 모두 기부하거나 의료봉사에 쓰고 있다. 과연 ‘소록도 슈바이처’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것 같은 후배라 생각한다.

조선대학교 총동창회장에 취임 후 총동창회에선 ‘치호문화 유산여행’을 시리즈로 기획하고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에 태백산맥문학관과 더불어 소록도가 포함되므로써 인연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개인의 인권이 처참히 말살되었던 현장을 돌아보며 인간적인 고독과 고통, 섬 건너 육지에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 한센인이 겪었던 처절했던 삶을 몸소 체험하는 시간이었던 같다.
더불어 20년 넘게 묵묵히 인술을 펼쳐온 오동찬 후배의 삶이 큰 울림으로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이번 여행을 계기로 다시한번 소록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계속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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