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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경 원장의 감성충만] 맹자의 어머니예인치과 조선경 원장
  • 덴탈아리랑
  • 승인 2017.11.23 09:01
  • 호수 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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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란 말은 환경이 자녀교육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말한다. 요즘에도 자녀를 잘 키우려는 엄마들이 강남으로 모여들면서 아파트전세금이 타지역 아파트 한 채 값에 육박하는걸 보면 환경이 중요하긴 한 것 같다.

필자도 본의 아니게 아이 때문에 세 번 이사했다. 내가 시집가서 처음 살던 곳은 서울의 서끝단 지하철 종점에 위치한 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이었다. 시부모님이 연로하시고 건강도 좋지 않아 효자인 남편의 간곡한 부탁으로 자리잡게 되었는데 큰아이가 6학년을 마칠 즈음에 그동안 아무말씀 없으시던 어머님이 면학분위기가 좋은 곳으로 이사하는 건 어떻겠냐며 내 등을 떠미셨다. 못 이기는 척 서초구에 아이가 다니고 싶어 하는 여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자기의 바람대로 이사 온 큰아이와 달리 얼떨결에 전학을 하게 된 작은 아이는 전학 첫날 눈물을 뚝뚝 흘리며 힘들어 했지만 담임선생님의 배려와 아이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하며 안정되어갔다. 3년 후 큰아이는 타워팰리스에 위치한 본인이 원하는 고등학교로 배정이 되었다는 소식에 기쁨반 당혹함 반으로 강남구로 서둘러 이사했다. 하지만 큰아이는 입학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전학를 원했다.

고등학교생활은 중학교와는 달리 서로가 경쟁자이므로 남을 배려하기 어렵기 때문에 타지역아이인 우리아이는 더욱 힘들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학교는 근처 학부모들이 내신 따기 힘든 곳이라서 작년보다 100명이나 적게 지원한 탓에 내 딸같이 1지망을 했던 타지역학생도 입학할 수 있었다. 그래도 씩씩한 우리아이는 성적보다는 인성의 중요성을 외치며 잘 견디고 있다.

작은 아이는 이사 후에도 중학교에 자리가 없어 7개월의 기다림 끝에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중학교로 전학할 수 있었다. 부푼 희망으로 들뜬 나와는 달리 이곳 아이들의 성향을 익히 알기에 전학을 반대하는 큰아이의 만류를 뒤로 한 채 친구들과 헤어짐이 싫고 공학이어서 싫다는 아이를 끌다시피 전학시켰다. 주변 학부모들이 주소이전까지 하며 입학한다는 학교는 생각보다 작았고 전학생이라며 짓궂은 장난말로 주위를 소란케하는 여자아이들이 나를 당황케 했다.

성적 좋은 학교는 학업분위기가 좋은 줄 알았는데 이전학교와는 달리 아이들이 수업시간에도 거리낌없이 왔다갔다하고 계속 떠들어도 선생님이 제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보성향 교육감이 아이들이 아침잠을 자야 한다며 등교시간을 9시로 늦추겠다는 지침이 무색하게 자율권을 핑계로 아침 8시까지 등교해야 하고, 전학 온 학생이 노력해야 친구를 사귈 수 있다는 교감선생님의 말에 나는 뜨악 했다.

새로 전학 온 학생을 짝도 없이 교실 맨 뒤에 홀로 앉혀놓은 남자 담임선생님의 무관심에 또 한 번 놀랐다. 조용하지만 성격 좋고 친구 많던 우리아이는 전학 간 첫날만 점심을 먹고 그림자 취급하는 아이들의 냉대와 따돌림이 힘겨워 점심을 못 먹었다고 했다. 친정엄마 살아생전에 내게 전화할 때 항상 첫마디로 ‘우리 딸 밥 먹었니?’하셨던 것처럼 나도 아이가 끼니 챙겨먹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점심을 먹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려 학교에 전화했지만 4시 이후에는 선생님이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서 또 한 번 놀랐다. ‘저희 학교는 4시까지만 근무한다’고 하시던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서 알아본 바로는 교원의 경우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으로 간주하는 터라 8시간의 근무 후 퇴근했던 것이다.

이곳은 재건축이 임박한 허름한 아파트가 밀집한 곳이지만 주차장에 외제차가 즐비하고 전문직 종사자가 많이 사는 곳에 위치한 공립학교여서 학부모가 원하면 교육감의 말도 통하지 않는 치외법권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아이 말만 듣고 잘못 생각하는 것인지 몰라도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게 용서가 되는 이곳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에 잘못을 되돌리기로 마음먹었다.

아이가 적응하지 못하면 배정을 포기하라는 고압적인 이곳 전학 담당선생님의 태도와는 달리 이전 담임선생님과의 통화는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고 30분 만에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주셨다. 이 결정이 옳았을까하는 의심에 마음 한 켠이 저려오지만 며칠간 홍역을 치른 아이는 거리가 멀어 힘들다는 불평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웃는 얼굴로 등교했다.

만약 맹자어머니가 내 입장이 되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궁금하다. 성적보다는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나도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흔들린걸 보면 성적이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이 사회에서 시류에 편승하지 못하는 못난 엄마임을 시인한 꼴이 되었다.

그래도 고등학교는 대학진학을 위해서 8학군에 위치한 명문고등학교에 가는 건 어떻겠느냐고 작은 아이의 기분을 살피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이 요즘 엄마가 되어가나 보다.

 

 

덴탈아리랑  arirang@dentalarir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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