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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돈이 진료를 조절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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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 원장의 마음의 창] 돈이 진료를 조절하는가?
  • 김관모 원장
  • 승인 2017.11.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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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김관모(김관모치과) 원장

“원장님이 명의라고 소문 듣고 왔습니다. 옆 OO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계속 불편하고 원장님도 친절하지 않고 실력도 없는 거 같아요. 그래서 소문 듣고 원장님 찾아 왔습니다.”

일단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으쓱해진다. 내가 이렇게 명의로 소문이 났나. 성심성의껏 환자를 응대하며 설명도 자세히 해준다. 때워져 있는 치아를 뜯어내고 신경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는 잘 진행되고 이제 크라운을 해야 하는데….

환자는 사라지고 대략 반년 정도 지나 다시 나타난다. “원장님 잘 지내셨어요!” 인사는 10년 이상 헤어졌다 만난 친구처럼 살갑게 한다. 구강 내를 살펴본 순간 화가 머리까지 솟는다. 속으로 ‘내가 설거지 담당이야. 죽 쒀서 개줬네’라고 욕을 한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속으로만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면서 참을 인자 3번을 읊조린다.

전에 치료한 치아는 크라운이 돼있다. 치료한 반대쪽이 아프다고 한다. 원장님이 치료를 무척 잘한다고 또 칭찬을 한다. 이런 환자를 접하게 되면 소름이 돋는다.

여기서 잠깐, 우리는 고민을 한다. 이 환자를 치아를 살려줄까? 크라운 비용을 미리 받고 치료를 할까? 아니면 그냥 발치를 해버릴까?

여기에서 우리는 우리의 진료형태를 결정하는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진료하는 사람, 진료 받는 사람, 환경적 요인을 생각해 본다.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수련을 받았거나 다른 곳에 근무를 했든, 개업을 하게 되면 주변과의 경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무리해서 병원에 투자를 하고 인테리어도 최고급으로 하고 더 많은 수익을 얻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런데 처음에 늘어나던 환자가 어느 날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다. 왜 줄어들까 자기 진료를 소신껏 하지 못하고 주변의 눈치를 본다.

“이웃집에서 100만 원 하던 것을 60만 원에 해 준대요. 그리고 OO 치료를 우리보다 5만 원 싸게 해 준대요”

직원이 이런 말을 전한다. 치과가 옆에 생긴 것이다. 환자는 일단 싼 곳을 찾아 가게 된다. 수입은 점점 줄어들고 투자비용은 많아서 고정 지출은 일정하다. 아이들은 점점 자라 써야 될 돈은 많고, 진료를 돈과 타협하게 되는 것이다.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수입은 정체되거나 또는 줄어든다. 환자 보는 것도 점점 싫어진다. 진료는 소홀해지고 예전에 들었던 명의라는 말은 점점 사라지고, 칭찬해 주던 환자는 다른 치과에 가서 원장님을 흉보고 있다.

결국 소신껏 진료하는 배경에는 경제적 여건이 어느 정도 받쳐주어야 가능한 것이다. 인술을 펼친다고 소신껏 진료하지만 수입이 따라 주지 않아 집에서 쫄쫄 굶고 있다면, 처음에는 인술이 가능하지만 결국에는 주어진 상황에 타협하고 저렴한 염가 진료에 동참하게 된다. 이것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이러한 환경은 모든 치과 선생님들이 일정한 수가 이상을 받고 진료를 하게 된다면 고쳐질 수 있겠지만, 민주 국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고 소신껏 진료한다는 것이 실패로 끝나게 된다.

그렇다면, 치과의사와 환자가 살아갈 해결책은 학교에서 치과의사의 높은 자질을 위해 힘쓰고, 결국 돈과 관련된 환자의 자질은 어쩔 수 없지만, 주변 환경, 즉 정책적 결단이 큰 힘을 써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벌써 해결책을 알고 있다고 보지만 주변의 눈치와 이해관계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치과의사는 환자를 위해서 좋은 치료와 최대한으로 노력하는 양심이 살아 있어야 한다. 정책설정에 학교에 계신 분들의 의견이 많이 존중되고 반영이 되는데 그 선생님들이 학교입장과 개원의 입장을 확실히 이해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빠른 치료가 필요한 것은 환자가 아니라 치과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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